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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won Mar 26. 2019

2017.20_독일 TV 및 영화 캐릭터 75%가 남성

독일 TV를 처음 봤을 때, 제일 먼저 발견한 한국과의 차이점은 ‘기상캐스터’의 모습이었다.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요 뉴스 전달이 끝나면 날씨 예보 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기상캐스터의 모습은 한국과 전혀 달랐다. 여러 채널의 뉴스 프로그램을 본 결과, 남성 캐스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시청자가 보기에도 편한 적당한 정장 차림이었다. 억지로 웃거나 밝은 톤의 목소리를 유지하지도 않았다. 


독일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 기상 캐스터.



그렇다면 독일 TV, 영화 등 영상매체 내 성 역할(Geschlechterrollen)은 어떻게 나누어져 있을까. 한국과 달리 남녀가 평등한 역할을 보이고 있을까. 최근 독일에서 발표된 한 젠더 연구보고서(Gender-Studie)에 따르면, 남성이 독일의 영상매체를 지배하고 있다.


독일 로스톡 대학(Universität Rostock) 연구팀은 총 3천 개의 TV 프로그램과 1천 개의 영화 필름을 분석해 지난 7월 12일, ‘독일 영화와 TV 속 남녀역할 묘사(Geschlechterdarstellungen in Film und Fernsehen in Deutschland)’라는 주제의 젠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의사이자 배우인 마리아 푸어트뱅글러(Maria Furtwängler)와 그녀가 운영하는 마리사 재단(MaLisa-Stiftung)에 의해 시작됐으며, 독일 공영방송인 ARD와 ZDF 등 공공 및 민간 방송국이 후원했다. MaLisa 재단은 마리아 푸어트뱅글러와 그녀의 딸이 설립한 재단으로 미디어 속 성차별 극복, 여성폭력 종식 등을 위한 다양한 국제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젠더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TV와 영화 속 주요 캐릭터의 2/3가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나이에 따른 남녀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젊은 여성들은 같은 또래의 젊은 남성 동료보다 TV에서 자주 보인다. 그러나 30대 중반부터는 남성 출연 비율이 여성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다. 50세 이상이 되면 여성 출연비율은 더욱 낮아져, 남성 비율 80%에 비해 여성은 20%에 불과했다. 더욱이 여성들은 유익하지 않은 캐릭터, 즉 누군가를 속이고 기만하는 아내나 할머니 같은 역할로 제한되고 있었다. 퀴즈쇼나 코미디 등과 같은 논픽션 엔터테인먼트(non-fiktionaler Unterhaltung) 내 남성 비율은 69%였다. 이어 뉴스, 다큐멘터리, 스포츠 등과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남성 출연 비율은 약 70%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분야는 시사교양 등과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영역은 특히 남성들이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변인이나 대표자의 72%, 전문가의 79%, 사회자의 80%가 남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마이브릿 일너(Maybrit Illner) 등과 같이 저명한 여성 저널리스트가 진행하는 정치 프로그램이 있지만, 3명 정도가 거의 유일한 여성 진행자였다.  


정치 프로그램 진행자, 마이브릿 일너(오른쪽 두 번째.) (출처: https://www.zdf.de/politik/maybrit-illner)



한편 로스톡 대학 젠더 미디어 연구팀은 ‘아동 및 어린이 TV’ 채널도 분석했으며, 72%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주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 남녀 비율도 9:1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성 역할은 크게 4가지 뿐이었는데, ‘요정’과 ‘마녀’, ‘엄마’ 그리고 무언가를 강하게 욕망하는 대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반면 남성 역할은 탐험가, 발명가, 우주 비행사, 해적 등 다양했다.  


이번 젠더 연구를 주도한 마리아 푸어트뱅글러는 독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우리 연구를 통해 발견한 것은 명확하다. 영상매체에서 나이 듦에 따라 여성들이 사라질 때, 남성은 세계를 설명한다.”고 말했다. 독일 학자들은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을 통해 “이번 젠더 연구 보고서는 2016년 TV 프로그램과 지난 6년 동안의 영화를 분석한 것으로, 독일 영화와 TV 속 남녀역할 묘사 등을 다룬 가장 포괄적인 연구라 볼 수 있다”며 “독일에서 이 주제로 연구가 진행된 것은 20년 전이므로 이번 보고서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입장을 전했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17년 7월 원고

채혜원 통신원 (독일) chaelee.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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