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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won Apr 01. 2019

2018.01_기업 여성 고위직 30% 할당제 1년

독일 대기업 내 여성 대표직과 이사진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DAX-30(상위 30개 기업의 종합주가지수)’ 기업이나 독일의 나스닥과 같은 ‘TecDax’ 기업의 여성 이사진은 2011년 10% 정도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3배 정도 증가한 25.9%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여성 비율이 증가한 주된 이유를 2016년부터 시행된 ‘기업 내 여성 고위직 30% 할당제(Unternehmen in Aufsichtsräten eine Frauenquote)’로 보고 있다. 여성 할당제가 독일 경제 내 여성 영향력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독일경제연구소(Deutsches Institut für Wirtschaftsforschung, 이하 DIW Berlin)의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 연구는 ‘DIW 여성 매니저 바로미터(DIW Managerinnen-Barometer)’로, 독일의 대기업 내 높은 보직과 관련한 남녀 차이 경향을 관찰한다. 2006년 이래로 1년에 한 번 독일 200개 기업의 여성 대표직 및 이사진 비율을 평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DAX-30’ 등 독일 상장기업과 중견기업 등이 추가됐다. 2016년 ‘기업 내 여성 이사진 할당제’가 시행된 이후로는 이 제도를 잘 시행하는 100개 회사에 대해 개별적인 평가도 실시하고 있다. 


‘DIW 여성 매니저 바로미터’ 연구 결과를 보면, 독일 대기업 내 여성 고위직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대표직 자리는 여전히 남성 비율이 매우 높다. 2016년 말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한 200개 기업 중 여성 대표직 비율은 8%에 불과하다. ‘여성 매니저 바로미터’ 연구를 진행한 엘케 올스트(Elke Holst) DIW 젠더연구팀장은 “여성 대표직이나 이사진 비율이 지금처럼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독일 상위 200개 기업에서 남녀 동수로 이사진이 구성되려면 60년 이상이 걸린다.”고 전망했다. 


출처:www.spiegel.de


여성 고위직 비율이 높아진 곳은 지난해 큰 성장률을 보인 200개 회사다. 2016년 말 독일 Top-200 기업의 여성 대표직 비율은 8%, 이사진 비율은 23% 정도로 나타났다. 과거 2~3%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매우 증가한 결과다. 2016년 ‘기업 내 여성 이사진 할당제’가 시행된 이후 여성 고위직 비율은 4% 높아진 27%를 기록했다. 특히 ‘DAX-30(상위 30개 기업의 종합주가지수)’ 기업들은 평균 30%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였다. 여성 할당제로 인한 첫 번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국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Beteiligungsunternehmen des Bundes)의 상황은 좋지 않다. 공기업의 여성 대표직 비율은 여전히 15%에 불과하며 이는 지난해에 비해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결과다. 여성 이사진 비율은 29% 정도로 나타났지만, 이 역시도 DAX 30 등의 다른 기업보다 뒤떨어져 있다. 은행, 보험회사와 같은 금융 부문 역시 뒤처지고 있다. 전체 근로자 중 여성 비율이 매우 높은 데 반해 여성 간부 비율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산규모가 큰 100개 은행의 여성 대표직 비율은 8%, 이사진 비율은 21%(2016년 기준)로 나타났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거의 증가하지 않은 수치다. 


보험회사의 여성 대표직 및 이사진 비율은 3% 증가해 22% 정도로 나타났다. 보험회사가 은행보다 여성 간부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여성 대표직 비율만 보면 10%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DIW Berlin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문조사 기업 중 여성 대표 비율이 10%가 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DIW Berlin 젠더연구팀은 향후 여성들이 고위직 자리에 더 많이 진출하려면, 현재 시행 중인 ‘기업 내 여성 이사진 할당제 30%’로는 부족하며 더 강력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젠더연구팀이 제시한 해법 중 하나는 모성보호 영역 내 아버지 역할을 늘리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육아휴직 기간에 지급되는 부모수당(Elterngeld) 내 아버지가 참여하는 기간인 ‘파트너 기간(Partnermonate)’ 확대, 아버지가 참여하는 아이 돌봄 영역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젠더연구팀은 “편견과 성별 고정관념으로 인해 여성 직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비용 증가와 생산성 감소 등으로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여성이 일·가정 양립을 유지하면서 대표직 및 이사진 자리로 진출하려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경제 전문지 ‘매니저 마가친(Manager Magazin)’은 2016년 독일 경제 영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관리자로 도이치포스트(Deutschen Post)의 CFO인 멜라니 크라이스(Melanie Kreis)를 선정했다. 2004년부터 도이치포스트에서 근무한 그녀는 2014년 이사진으로 승진했으며, 이전에는 매킨지 앤 컴퍼니 (McKinsey&Company), 에이팍스 파트너스(Apax Partners) 등에서 근무했다.



2018년 1월 원고 

채혜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독일 통신원(chaelee.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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