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없는 게 아니라, 질문이 잘못된 걸 수도 있다
"모르겠습니다."
"충분한 정보가 없어서 답변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내용은 제 학습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AI를 쓰다 보면 이런 말을 꽤 자주 듣는다. 처음엔 '아, AI도 모르는 게 있구나' 하고 넘어간다.
근데 조금 쓰다 보면 이상하다.
분명히 비슷한 걸 다른 방식으로 물어봤을 때는 답이 나왔는데.
왜 어떤 날은 모른다 하고, 어떤 날은 잘 대답하는 걸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는 진짜 모르는 것.
학습 데이터에 없는 최신 정보, 특정 회사 내부 자료, 공개되지 않은 수치나 사실.
이건 어떻게 질문해도 AI가 만들어낼 수 없다.
오히려 이 경우에 AI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해주면 그게 잘 작동하는 거다.
모르면서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것보다 훨씬 낫다.
두 번째는 질문 방식 때문에 막힌 것.
이게 훨씬 많다. 그리고 이게 진짜 문제다.
AI가 모른다고 한 게 아니라, 내 질문이 AI를 막은 것.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계속 손해를 본다.
진짜 한계 앞에서 더 파고드는 시간을 낭비하고,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에서 일찍 포기해버린다.
AI는 질문을 그대로 처리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생각보다 이 사실을 잊기 쉽다.
우리는 사람한테 말할 때처럼 맥락을 생략하고, 배경을 가정하고, 알아서 해석해주길 기대한다.
"이거 어떻게 생각해?" 한 마디로도 대화가 되는 게 사람이니까.
근데 AI는 그 생략된 부분을 스스로 채우려고 시도한다.
문제는 그 추론이 내가 의도한 방향과 전혀 다른 곳으로 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자주 생긴다.
"이 기획서 잘 썼어?" → "기획서를 공유해주시면 검토해 드리겠습니다."
"요즘 트렌드 알려줘" → "어떤 분야의 트렌드를 원하시나요?"
"경쟁사 분석해줘" → "어떤 회사와의 비교를 원하시나요? 어떤 기준으로 분석할까요?"
이 답변들, AI가 모르는 게 아니다.
질문이 너무 열려 있어서 AI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것.
직접 써보면서 느낀 건데, AI가 자꾸 모른다거나 애매한 답을 낼 때는 대부분 아래 세 가지 중 하나였다.
패턴 1. 맥락이 없는 질문
"이 문서 고쳐줘" "발표 자료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사용자 반응이 별로였는데 왜 그럴까"
AI 입장에서 이건 질문이 아니라 암호다.
어떤 문서인지, 어떤 발표인지, 어떤 사용자 반응인지 -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일반적인 답이나 되묻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맥락이 빠진 질문에는 맥락 없는 답이 돌아온다.
이건 AI의 한계가 아니라 입력의 문제다.
→ 고치는 법 : 질문하기 전에 먼저 "AI가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뭘 알아야 할까?" 스스로 물어보자.
그 내용을 질문 앞에 붙이면 된다.
패턴 2. 기준이 없는 요청
"좋은 카피 써줘" "간결하게 정리해줘" "더 매력적으로 바꿔줘"
'좋은', '간결한', '매력적인' - 이 기준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
AI는 이걸 대신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무난하고 평범한 결과가 나온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AI는 모른다.
나만 안다.
그러니까 내가 말해줘야 한다.
→ 고치는 법 : 기준을 수치나 예시로 바꿔보자.
"좋은 카피" → "20자 이내, 행동을 유도하는 동사로 시작하는 카피" "간결하게" → "불릿 5개 이내, 각 항목 한 줄" 이렇게 구체화하면 AI가 기준에 맞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패턴 3. 너무 큰 질문 한 방
"우리 앱의 신규 사용자 유입을 늘릴 방법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줘"
이 질문 안에는 사실 여러 질문이 뒤섞여 있다.
타깃은 누구인지, 현재 어떤 채널을 쓰고 있는지,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경쟁사는 어디인지.
이걸 한 번에 물어보면 AI는 모든 경우를 다 아우르는 일반론을 내놓는다.
내 상황에 딱 맞는 답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틀리지 않는 답.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느끼게 된다.
→ 고치는 법 : 큰 질문을 잘게 쪼개자.
먼저 "우리 앱의 현재 유입 채널 중 개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어디일까?" 같은 구체적 질문부터 시작하면 훨씬 밀도 있는 답이 나온다.
그럼 반대로, AI가 모른다고 할 때 이게 진짜 한계인지 어떻게 알까.
나는 이런 순서로 확인한다.
1단계 : 질문을 다르게 바꿔서 다시 물어본다
같은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봤을 때도 계속 모른다고 하면, 그건 진짜 한계일 가능성이 높다.
근데 방식을 바꾸자마자 답이 나오면?
그건 질문의 문제였던 것.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2024년 4분기 카카오 광고 매출 수치 알려줘" → 모른다
"2024년 4분기 카카오 광고 매출 추정치를 추론할 수 있는 공개 지표가 있을까?" → 답이 나온다
두 번째 질문이 더 영리하다.
AI가 진짜 아는 것(공개 지표, 추정 방식)을 활용하도록 질문을 다시 설계한 것.
2단계 : 역할과 맥락을 먼저 설정하고 다시 물어본다
같은 질문이라도 AI에게 어떤 역할을 주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모르겠다"고 했던 질문도 역할을 주면 관점이 생기고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 기능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지 모르겠어" → 애매한 답
"UX 전략가 입장에서 이 기능의 핵심 사용자 가치를 분석해줘" → 구조화된 답
역할은 AI가 어떤 렌즈로 문제를 볼지를 정해준다.
렌즈가 바뀌면 보이는 게 달라진다.
3단계: 모른다고 해도 "추정이나 가설이라면?"으로 이어간다
AI가 확실하게 모른다고 해도, 추정이나 가설은 말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수치는 모르지만, 비슷한 사례로 추정해본다면?"
"확실한 정보는 없지만, 이 방향이 맞는지 논리적으로 검토해줄 수 있어?"
이렇게 물으면 AI는 "모른다"에서 "이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확인이 필요한 건 내가 직접 하면 된다.
AI가 해줄 수 있는 건 방향 설정이다.
한번은 신규 서비스 론칭 기획서 초안을 잡으면서 AI에게 경쟁사 포지셔닝 분석을 맡겼다.
처음에 이렇게 물었다.
"A서비스랑 B서비스의 포지셔닝 차이 분석해줘"
돌아온 답 : "두 서비스에 대한 최신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정확한 분석이 어렵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근데 잠깐 생각해봤다.
이게 진짜 한계인가, 질문의 문제인가.
다시 물었다.
"A서비스와 B서비스에 대한 공개된 정보를 기반으로, 각 서비스가 타깃으로 삼을 법한 사용자 유형과 핵심 가치 제안을 추정해줘. 불확실한 부분은 가설로 표시해줘."
이번엔 꽤 구체적인 분석이 나왔다.
물론 검증은 필요했다.
근데 초안을 잡는 데 충분했다.
질문이 달라지자 답이 달라졌다.
AI가 갑자기 더 똑똑해진 게 아니다.
내가 AI가 작동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질문을 바꾼 것.
정리하면, AI가 모른다거나 애매한 답을 낼 때 이 순서로 점검해보자.
① 내 질문에 맥락이 있는가?
배경 상황, 목적, 조건이 충분히 담겨 있는지 확인한다.
없다면 먼저 그걸 채워 넣고 다시 묻는다.
② 기준이 구체적인가?
'좋은', '간결한', '전략적인' 같은 주관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수치, 예시, 조건으로 바꿔보자.
③ 질문이 너무 큰가?
한 번에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질문은 쪼개야 한다.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게 뭔지 하나만 먼저 물어본다.
④ 역할을 줬는가?
AI에게 어떤 관점에서 답해줬으면 하는지 역할을 부여해보자.
역할이 있으면 AI의 답이 훨씬 방향성을 갖는다.
⑤ 위 네 가지 항목을 모두 점검해도 여전히 모른다고 한다면?
그건 진짜 한계다.
그때는 AI에게 "이 주제로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추론이나 가설을 제시해줘"라고 방향을 바꿔 이어간다.
AI를 써보면서 느낀 건, AI와 일하는 방식이 결국 기획자가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방식과 같다는 것이다.
불명확한 요구사항을 개발자에게 그대로 던지면 엉뚱한 결과물이 나온다.
AI도 마찬가지다.
불명확한 질문을 던지면 엉뚱한 답이 나온다.
기획자는 원래 "이 요구사항이 정말 이 사람이 원하는 건가"를 계속 물으면서 구체화하는 일을 한다.
AI에게 질문할 때도 그 습관이 그대로 적용된다.
AI가 모른다고 할 때 두 가지를 생각하자.
진짜 한계인가, 아니면 내 질문이 AI를 막고 있는가.
후자라면, 고치는 건 AI가 아니라 나다.
그리고 그건 충분히 고칠 수 있다.
AI가 모른다고 했을 때, 같은 내용을 역할 + 맥락 + 기준을 추가해서 다시 한 번만 물어보자.
답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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