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오던 날의 기억
신혼집에 틈틈히 짐들을 옮기고 하다가, 오늘 마지막 남은 짐을 챙겨서 본가를 나왔다. 결혼한다는 건 아직 실감이 안 나는데, 부모님의 품을 떠난다는 게 먼저 실감이 난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강아지까지 내가 가는 길을 배웅했다. 웃으면서 '갈게' 하고 나왔지만 차가 출발해서 1분도 안 되어 눈물이 났다. 운전하는 내내 눈물이 났다 멈췄다 했다. 때로는 펑펑 울었다. 신혼집에 도착해서 깨끗한 드레스룸 행거에 옷들을 정리하는데도 눈물이 났다. 집에 셀프 페인팅하고 도배하고 가구 들여놓고 할 때에는 마냥 소꿉장난 같고 즐겁기만 했는데, 지금 내가 들어온 이 집은 차가운 현실처럼 느껴졌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게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필요한 쉼터. 너무나 많은 걸 받으며 살았는데도 깨닫지 못했던 나 스스로가 후회스럽고 부모님께 한없이 죄송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세상에 홀홀단신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내가 이제 네 가족이 되어줄게"
남자친구, 아니 이제 일주일 후면 나의 남편이 되는 이의 이 말이 너무나도 힘이 되는 동시에 정말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을 실감케 했다. 나는 아직 어린애였다. 그 동안 쭉 어른인 척 해 왔었지만 나는 단 한번도 진짜 독립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외로움과 함께 두터운 책임감이 엄습한다.
엄마도 아빠도 지금 이런 기분일까? 딸이 서른 살이 넘도록 그렇게 어린애 취급만 하다가 요즈음 부쩍 날 너무 다 큰 어른처럼 대한다. 새삼 서럽다.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 본다. 사실 정말로 서글픈 것은 이 순간에도 나는 알고 있다는 거다. 이 감정이 내일이면 한결 나아질 거라는 거, 그리고 내일 모레면 더 괜찮아질 거라는 것을. 하루하루 이 책임감에 익숙해지고 나면 곧 우리 부부의 주체적인 관계와 공간이 너무 편안해질 거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오늘 밤 만큼은 기억하고 싶다. 인생에서 단 한 번 뿐인 이 순간, 부모님의 품을 떠나 새 둥지를 찾아온 오늘을. 내가 오늘 뭘 해도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는 그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