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주관적인 동물이야기. 코끼리 편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따뜻하고 푸근한 너란 동물.

by Leading Lady


코끼리 가족과의 만남

코끼리는 어떤 동물보다도 가장 사람과 비슷한 동물이었습니다. 코끼리에게는 가족이란 개념이 중요해 보였습니다. 이들은 항상 한 가족 혹은 두 가족 정도가 함께 다닙니다. 우리가 보았을 때는 거의 항상 아기들이 함께 있었는데, 아기가 딸린 두 가족이 함께 있으면 마치 공동육아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른들끼리는 참 다정하고 아이들끼리는 너무나 장난스러워요. 겉으로 보기엔 따로 떨어져 데면데면하게 있는 것 같지만 조금만 눈여겨 보아도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가족'이라는 것에서 오는 신뢰와 공동체 의식을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육중한 발걸음을 성큼 성큼 내딛으면 어느새 저만치 가버리는 코끼리는 정말 덩치값 못하게 온순하고 따뜻한 성품을 갖추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흐뭇한 엄마미소를 짓는 나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식사중인 코끼리 가족들 @ Ngorongoro
어린 코끼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Serengeti
투닥투닥하기 시작. 형에 대한 동생의 도전! @Serengeti
엄마: 얘들아 그만 싸우고 따라오렴! → 말 잘들음 @Serengeti

표정이 살아있는 코끼리들

코끼리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코끼리의 특징이 '코'인 줄만 알았습니다. 코로 밥도 먹고 물도 마시고 장난도 치니까요. 그런데 코끼리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정말 특별하고 또 가장 정이 가는 이유는 그 눈빛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이 사람만큼이나 디테일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확신하게 해 주는 또렷하고도 선한 눈빛. 그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시리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은 이렇게 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 코끼리를 고작 상아를 위해 학살하고, 쇼를 위해 학대할 수 있었을까요? 너무 커다랗고 온순하기 때문에 도리어 사람들에게 고난을 당해 온 코끼리가 참 불쌍해졌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계속되고 있을 코끼리 학대와 사냥에 반대합니다.

상아가 빠져 힘겹게 밥을 먹는 나이든 코끼리 @Ngorongoro

오래 기억날 것 같아. 그 오후의 풍경.

신혼여행 중이었던 나는 나중에 우리 부부가 코끼리 가족 같은 가정을 이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 년이 흐른 뒤, 우리가 한두 명의 자녀들과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문득 행복한 그 순간에, 나는 어쩌면 탄자니아에서 만난 코끼리 가족이 생각날 것입니다. 살기 위해 밥을 먹는 것이겠지만 마치 그 순간만큼은 밥을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그저 함께 무언가를 먹는 것 자체만으로 하루 대부분의시간을 보내며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워하던 그들의 식사 시간이, 그 해맑은 표정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작은 개울가에서 물 먹다 밥 먹다 하는 아기코끼리. 해맑 해맑. @ Lake Many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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