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 때 나는 지금 이 빛나는 시기를 훗날 많이 그리워하게 될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신혼인 지금이 또 그렇다. 때로는 별거 아닌 걸로 남편과 투탁거리고, 바쁜 회사일에 늦게 들어와서 잠에 들지라도, 나는 몇년 후 지금의 이 서투름이 그리워질거다. 뭘 해도 우리가 주인공인 그런 시기. 많은 것이 용서되는 그런 시기.
오늘은 회사에서 8시쯤 끝났다. 몸은 무겁고 날은 어둑어둑했다. 왠지 신랑이 보고싶어 언제 퇴근하나 전화를 했더니 그는 회사 사람들과 저녁을 먹는 중이다. 수화기 너머 괜한 미안함이 느껴졌다. 내가 서운해하는 것보다 그가 미안해하는게 더 큰 것 같아서 도리어 내가 좀더 미안해진다. 그나마 심중에 있었을지 모르는 서운함조차, 짧은 통화를 끊기 전에 들려온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에 다 괜찮다.
주말에 베란다 청소를 하고 분위기 전환 겸 인조잔디를 깔았다. 신랑은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또 일을 한다며 툴툴댔다. 나는 그 툴툴댐이 이쁘다. 그러면서도 결국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뻘뻘 흘리며 잔디를 깔고 있으니까. 든든하고 또 사랑스럽다. 작업을 마치고 청소까지 끝내니 한층 화사해진 우리의 공간. 소파에 앉아 음악을 틀고 노닥거리다 보니 언젠가 보았을 영화속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누군가 찍어주진 못해도 지금 이 순간, 기억의 스틸컷으로 몇 장 남겨 보자.
그러니 시간아, 조금만 천천히 지나가 주라.
이 햇살, 이 고마움, 이 성취감,
조금만 더 깊이 들여마실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