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반드시 네가 이기는 싸움이야
소율이가 요 며칠 컨디션이 많이 안 좋다. 열이 39도 넘는 상태로 벌써 3일째이다. 해열제를 먹이면 그때 뿐, 몇 시간 후에는 또 체온이 올라간다. 소율이는 이제껏 예방접종을 해도 중이염에 걸려도 열이 난 적은 없었다. 만 19개월이 되어서야 첫 열치레를 한다. 툭하면 열이 나는 다른 아기들도 있는데 이제야 처음을 겪는 것이 행운인 건가. 그런데 이거 단 한번이라도 정말이지 너무나 힘이 든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아아, 아픈 아기의 엄마인 것은 얼마나 속이 썩어가는 일인지.
"아가야, 지금 네 몸이 뜨거운 이유는 병균과 싸우느라 그런 거야.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병균이 있어. 어른들은 이미 대부분의 병균들과 한번씩 싸워 본 상태라 다시 싸우지 않아도 괜찮은데, 너는 그것들을 처음 만났기 때문에 지금 싸우게 된 거야.
우리 아가, 네 몸은 어른보다 작아서 어쩌면 더 아프고 더 힘겨울 것 같아. 그래도 너에겐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의사 선생님도 있고, 좋은 약들도 있어서 너를 응원하고 도와주고 있단다.
아가야, 기억하렴. 이건 네가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야. 이기고 나면 열이 떨어질 거고, 너는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질 거야. 다 낫고 나면 엄마랑 공원에도 놀러 가고 친구네 집에도 놀러 가자."
잠들기 전에 이렇게 말해 주자 중간중간 '응', '응', 한다. 마치 진짜 무슨 말인지 안다는 듯. 지금 소율이는 낮잠을 자고 있다. 푹 자고 나면 부디 나아지기를... 그래도, 39도 넘게 열이 나지만 큰 내색 없이 잘 놀아 주어 고맙다. 여전히 날 보며 웃어 주어 정말 고맙다. 식욕이 줄었어도 조금은 숟가락을 들어 주어 고맙다. 아무래도 네가 나보다 훨씬 용감한 것 같다. 오히려 네가 날 위로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