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은 두번째 겪어도 힘들어요
임신 7주 1일째. 5주차부터 시작된 입덧은 나아질 기미가 없이 계속 심해지기만 한다. 매일 신기록을 경신 중인데,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입덧이 가장 심하다는 이야기이다. 지금까지는 공복 상태에서 뭔가를 먹으면 조금은 괜찮아졌는데 오늘은 먹어도 그대로이다. 세상 많은 음식 중 단 한 가지도 먹고 싶은 것이 없고, 온통 먹기 싫은 것 투성이이다. 냄새에도 오늘이 가장 민감해졌다. 찌개 데우는 냄새에 구역질이 올라온다. 그것도 내가 먹고싶다고 해서 남편이 손수 끓여 준 특제 고추장 찌개인데..
아니, 이거 원래 이렇게 힘들었었나? 나는 두 번째이니 좀 익숙해질 줄 알았지.. 누워 있다가 일어서면 어지럽고, 울렁거리고, 기분이 계속 저기압이다. 특히나 아직 말도 못하는 첫째 돌보는데 입덧 때문에 메스꺼울 때엔 진짜 못할 노릇이다. 간신히 소율이 밥을 차려주고 나는 멀찌기 떨어져 있는데, 그래도 꼭꼭 씹어먹는 아기를 보면 고맙고 미안하다. 어린이집마저 없었다면 내가 죽었거나 뱃속 아기가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구 눈물이 난다. 이 망할 호르몬.
먹히는 게 없길래 시장에 가서 떡을 좀 사왔다. 흰 가래떡이랑 꿀떡. 조금 먹었다. 그러나 여전히 메스껍다. 잠시 후 소율이 하원하면 문화센터 가야 하는데 제대로 다녀올 수 있을런지. 아..... 토할 것 같아.
게다가 두번째가 되니 어디 가서 일일히 힘들다 징징대기도 좀 민망하다. 힘든 거 알고 임신한 거 아니냐는 소리 들을 것 같다. 그 말이 맞다. 그런데 진심으로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진짜 몰랐다.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임신 힘든거는 거의 기억이 안 났었다. 낳은 후의 카오스 상태는 기억이 나는데 낳기 전에는 그래도 살만 했던 것 같았다. 막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었고 데이트도 했었고.. 좋은 것만 기억난다. 다시 겪으니 새록새록 하나 둘씩 기억이 난다. 그 때도 이 정도 힘들었던 것 같다. 퇴근하고는 매일 누워있었던 것 같다. 아아아아 나는 바보 멍청이이다. 이걸 잊었다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땐 회사 다녀서 낮에는 지금보단 덜했었다. 그땐 첫째도 없이 남편과 나 둘뿐이었으니 그래도 데이트 분위기 낼 수 있었다. 지금은 육아에 손발을 묶인 채 입덧의 지옥을 헤메는 중이다... 시간아, 지나가라, 어서 지나가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