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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 Oct 02. 2024

지란지교를 꿈꾸며 2

반포동 지하

                                    

                                                                                                       전 회차와 이어지는 글입니다.


또 한 명의 고등학교 친구 B가 한달 후 지하방에 함유했다. 

B도 서울에 올 때 엄마를 설득하기 위해 나의 히스토리를 강조했고 게다가 교회까지 다닌다는 플러스 요인이 작동해 까다로운 어머님이 허락을 하셨다. 


B의 별명은 허영이었다. 

만화 스머프에 보면 거울을 들고 다니는 스머프의 이름이 허영이 인데, 정말 똑같아서 친구들이 붙어준 별명이다. 책상서랍에 거울을 넣어놓고 수업시간에는 수시로 들여다보고 쉬는 시간에는 손에 들고 다녔다. 

허영이의 친구는 거울이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허영이로 불려서 동창들 사이에서도 허영이 진짜 이름이 뭐야 하고 물으면 그 이름을 아는 친구들이 드물었다.     


그렇게 콧바람이 잔뜩 들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친구는 서울상경의 목표는 뚜렷했다. 부모님에게 말은 안 했지만 친구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 했다. 될성부른 애들은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한다지만, 난 어딜 봐도 내 친구가 연예인이 될 관상이나 재능이나 열정이나 앞으로 보나 뒤로보나 연예인이 될 끼는 보이지 않았다.


허영이가 지하방으로 들어오던 날, 나와 S를 다급하게 소집했다. 엄마가 서울에 자신이 사는 곳을 보러 오기로 했다는 거다. 나는 누추한 지하방까지 오시는 어머님을 위해 책임감 있게 과일과 주스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단독주택에서 정원을 가꾸며 사시는 어머니는 계단을 한 칸씩 내려갈 때마다 발걸음을 여러 번 멈추시며 주춤하셨다. 이런 데서 어떻게 살겠다는 건지. 딸을 당장 잡아끌고 잔디가 있는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표정이셨다. 왜 이 고생을 하면서 서울에 가겠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어머니는 나에게 하소연을 늘어놓으셨다. 들고 오신 반찬은 내 손에 받아 옮겨 들었다.      


방한가운데로 어머니를 모시고 우린 앉았다. 어머니는 이런 빛이 안 들어오는 곳에 한시도 앉아있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할 일을 하겠다며 서둘러 가방에서 성경책을 꺼내셨다. 

우린 교회에서 만난 사이이기에 익숙한 듯 주섬주섬 성경책을 찾아 앞에 두고 무릎을 꿇고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어머니는 모두 손을 잡으라고 하시고 주기도문을 시작으로 예배를 드렸다.      

우리 셋, 서울생활 앞날의 축복을 위해 준비해 오신 성경말씀을 읽어주셨다. 


"빌립보서 4장 6,7절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찬송가는 '내게 강 같은 평화'여서 찬송가를 펼치지 않아도 되었고 1절만 부르고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다시 서로 손을 잡았다.


“이 험한 서울도시에서 세 아이들이 주님의 보호아래 살아갈 수 있게 지켜주시옵소소. 

주님을 섬기며 사랑받던 아이들이 이제 새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아이들 앞날에 축복을 내려 주시옵소소.

아직 부족하고 미흡한 아이들입니다. 주님께서 안전한 길로 인도해 주시고 시작하는 아이들 앞에 이루고자 하는 모든 소망 앞에 밝은 빛으로 비춰주시옵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주님 앞에 나아가 기도할 수 있도록, 고난이 오더라도 주님말씀만 붙잡고 승리할 수 있도록, 나쁜 길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잡아주시옵소소. ”


우린 어머니의 모든 기도에 여러 번 아멘으로 화답했고, 하나님께 호소하는 어머니의 기도는 딸을 걱정하는 간절한 기도로 들렸다. 

그리고 어머니는 떠나기 전, 나의 손을 덥석 잡으시고는 허영이를 잘 부탁한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우리 셋은 어머니의 기도처럼 언젠가는 밝은 빛에 눈부신, 서울의 지상에서 함께 사는 지란지교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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