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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 Oct 03. 2024

교회오빠는 강남스타일

반포동 지하

우리 셋은 어머니의 기도에 부응하기 위해 주말이면 교회에 가도록 애를 썼다.

서울로 가거든 강남으로 가고, 교회를 가거든 사랑의 교회로 가라는 상경 바이블 같은 말을 주워듣고 우리도 강남역 번화가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의 교회에 갔다.

교회가 얼마나 큰지 목사님의 얼굴을 스크린으로 봐야 했다. 목사님을 실물로 본 적이 없다. 조금만 늦게 가면 앉을자리조차 없었다. 도대체 앞에 앉은 사람들은 몇 시부터 와서 앉아있는 건지, 교인들의 신앙심에 놀란 우린 서울의 교회 스케일에 압도되어 정작 평안을 찾을 수 없었다.


예배시간에 따라 설교하는 목사님도 달라, 뮤지컬 관람처럼 원하는 배우의 캐스팅을 찾아가듯 예배도 시간과 목사님을 자신의 스케줄과 설교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었다.

우리가 다니던 지방의 교회는 선택할 수 없는 유일한 한 분의 목사님이 교인들과 악수와 눈인사를 하고 밥도 같이 먹었다. 교회는 새로운 사람이 오면 어떻게 알았는지 무섭게 달려와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친절한 안내와 선물로 등록을 환영해준다. 망설이면 눈치채듯, 천천히 등록하면 된다며 다음 주에 또 오라손을 꼭 잡아주며 점심도 먹고 가라고 한다.


여긴 너무 커서 누가 오고 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지만 내가 와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인 셀프식 예배 참석이어서 하나님이 우리만 차별하는 듯했다. 원하면 등록하고 참여하며 활동하는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기 때문에 나의 마음만 열면 될 일이었다. 청년들 모임도 있으니 꼭 참석해서 믿음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도록 활동을 해보라는 권유도 받았다.      

실제로 사랑의 교회에서 만나 결혼까지 가는 선남선녀들이 많다고 했다. 게다가 종교가 같으니 순탄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어릴 적부터 주말만 되면 교회에 가고 예배 후에도 성경공부와 합창단을 하며 종일 교회에서 보냈다. 방학이면 봉사활동, 수련회에 가서 찬양율동과 통성기도로 믿음을 쌓아 올리는 모태신앙으로 길들여져 온 우리는, 좀 탈피하고 싶었다. 허영이는 엄마성화에 못 이겨 피아노 반주까지 해야 했다.

우리 셋은 그 활동들을 또 할 생각을 하니 이구동성으로 부담스럽다는 쪽에 마음이 모아졌다.

이제 독립을 했으니 부모님 눈치 안 봐도 되고, 교회도 가고 싶을 때 가고 마음대로 살고 싶다 했다. 그런데 믿음 있는 청년을 만나려면 신앙활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망설였지만, 우린 이미 교회오빠들을 만나봐서 그 실체를 잘 알고 있다. 강남교회 오빠들이라고 별다른까. 우린 그냥 강남오빠를 찾아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우린 여전히 강남의 낮보다 밤의 불빛에 더 마음이 끌렸다.


각자 부모님에게 전화하면 언제나 세명의 엄마들 마지막 질문은 교회는 잘 다니냐였다. 우린 언제나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강남에서 제일 큰 교회 다니며 목사님도 엄청 유명하다고 교인이 몇천 명이라고. 전화를 끊고 나면 나는 중얼거렸다.

'그럼 뭐 하냐고, 서울은 교회마저 내 자리는 없다고. '

     

그러나 정작 교회에 가장 많이 빠지는 건 허영이었다. 난 그때마다 허영이 어머니가 나에게 당부하던 말이 생각나 조금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허영이는 금요일에 나가서 아는 언니네서 놀다가 일요일 저녁이 돼서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허영이 같은 딸을 서울에 보내는 부모의 심정이 점점 와닿았다.


허영이가 서울에 온 것은 엄마를 피해 온 게 분명했지만, 우리 셋 중 누구보다도 서울라이프를 진지하게 즐기고 있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압구정에서 알바를 하고 아는 사람들도 우리와는 다른 외모의 결을 가진 언니들을 만났다.

나와 S는 주말이면 친숙한 고향친구나 학교친구들을 만나 놀았는데. 허영이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는 게 신나 보였다. 허영이는 함께 살다가 아는 언니네로 들어가기로 했다며 짐을 쌌다. 그렇게 우리의 월세는 삼분의 일에서 이분의 일로 줄었다. 허영이 역시 맨몸으로 왔기 때문에 가볍게 가방하나 챙겨 들고나갔다.


그리고 나에게 당부했다.

“우리 엄마 전화 오면 너랑 같이 살고 있다고 말해줘.”


이런 심정일까. 다 키워놓은 강아지가 집 나가는 기분.

친구의 엄마가 내 손을 꼭 잡은 간절한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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