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채집
내가 식물을 소재로 창작하게 된 계기는 아이들을 키우면 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들여다보게 되니, 나도 어느새 나무와 풀과 꽃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자리 잡았다.
아이들은 자연과 친하다.
풀꽃이 피면 이름이 무엇이냐고 왜 이렇게 생겼냐고 묻고, 나뭇잎을 주워 바람에 날려본다.
나무에 오르면 해냈다며 우쭐해한다. 젖은 흙을 손으로 조물조물 대면 조용해진다.
땅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고, 몸을 뒤집어 개미를 쳐다본다.
발밑에 걸린 돌을 주워 들여다보고 주머니에 넣는다. 빨간 열매를 겁도 없이 입에 넣어본다.
비가 오면 물웅덩이에 발로 첨벙 대고, 눈이 오면 혀로 맛을 보기도 한다.
바다에선 맨발로 다니며 발가락 사이에 모래가 들어오는 기분을 즐긴다.
꽃을 보면 예쁘다고 먼저 말을 건다.
자연과 눈맞춤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아이들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우리 집 거실 한쪽에 자리한 작은 테이블은 계절탁자라고 부른다.
아이가 만든 것들을 놓아두기도 하고, 산책하거나 여행할 때 손에 들고 온 것들을 버리지 않고 그곳에 올려둔다. 땅에 떨어진 열매, 얼굴만 한 나뭇잎, 주워온 돌, 풀꽃들은 가져와 물병에 꽃아 둔다.
바닷가 모래에서 찾은 바다유리와 조개껍데기, 무지갯빛을 가진 전복껍데기도 올려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소품들이 달라지니 계절이 집에 놀러 온 기분이 든다.
추구감사절엔 감, 사과, 밤송이등 가을열매들을 바구니에 담아 놓는다.
크리스마스에는 양초를 켜두고 뜨게 양말을 걸어 산타할아버지에게 쓴 소원편지를 넣어둔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장식하고, 변화하는 계절의식을 치르는 소소한 기록들이다.
어느 날은 아이가 꽃다지 한 다발을 손에 쥐고는 달려와 나에게 건넨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야."
집에 오는 길에 꽃다지가 가득 핀 걸 보고는 엄마생각이 났단다. 쪼그리고 앉아 풀꽃을 꺾었을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사랑스럽다는 말이 어떤 감정인지도 저절로 알게 된다.
엄마가 된 것이 고되지만 축복인 것만은 확실하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보며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