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무 줍는 산책

나뭇가지

by JIA

가벼운 산책을 가더래도 항시 손에 무언가 들고 내려온다. 계절마다 풀꽃들이 피면 나의 눈과 손은 더 분주해진다. 풀꽃 한가닥 꺾어 집 화병에 꽃아 두고, 바람 부는 날 떨어진 초록 도토리, 밤송이들도 들여다보고 부러진 나뭇가지의 결도 만져보느라 나의 산책은 언제나 느리다. 잣나무 솔방울이 나무아래 무심히 떨어져 있으면 주워와 아이들 책상에 놓아주고, 움푹 들어간 나무껍질도 주워서 양초를 올려둔다. 산책하는 길 어디에 어느 나무가 자라는지 올해는 어떤 풀꽃들이 자라날지 궁금해진다. 봄이면 산수유나무가 풍성한 곳을 찾아가고 커다란 벚나무 아래의 마른 잎들 사이에는 수선화의 기다란 초록싹이 먼저 고개를 내민다.

봄이면 숲에 믿음이 생긴다. 다시 새로운 시작을 성실하게 해내는 자연의 모습처럼 나도 따라 하며 살아본다.


*준비물: 나뭇가지, 나무껍질, 톱, 사포

1.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와 톱으로 자른다.

2. 사포로 부드럽게 문지른다.


_DSC6491_1.jpg
_DSC6571.JPG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7화옷걸이의 유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