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진로에 대해
얼마 전 다니던 빵공장을 뒤로 하고 나는 한동안 격렬한 고민에 빠졌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인터넷에 물어보니 사람들은 다양한 답변을 내놓았다.
시각 디자인 하지 마라. 클라이언트와 업주 사이에 껴서 대환장 한다, 박봉에 없는 지병도 생긴다.
뷰티(네일)가 쉬운 줄 아냐. 서비스직이다 결국은.
아니다. 그래도 멀티가 요구되는 시각 디자인보다는 뷰티 쪽이 훨씬 낫다.
공무원은 어떠냐.
사서 공부 해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사회복지는 어떠냐(원래 전공이었다).
디자인도 영상편집도 쉽지는 않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나는 월요일에 상담 신청해둔 영상편집 수업을 취소할까 싶기도 했다. 방금 전까지는 안하겠다고 생각하던 사회복지로 돌아갈까 하며 공고도 몇 개 넣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다만 그걸 내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가 문제다.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일배움카드로 전액 지원된다고 해서 수업을 신청한 거라.
11월에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내 나이가 서른 초중반이라 사실상 마지막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회다).
사실 열렬하게 점을 보고 싶다.
이런 걸 부정하는 사람들은 한낱 카드 쪼가리가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어떻게 대변할 수 있냐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타로의 원리는 몰라도 그것이 어떻게 우리가 선택할 결과를 만드는지, 또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는 건 내가 (구)스승에게 그토록 대차게 까이면서 배운 지식에 대한 코스트 때문이다.
하지만 오컬트에 대해 금지령을 먹었고, 나는 하지 않기로 맹세했기에 점을 보고 싶은 욕구를 누를 수 밖에 없다. 대신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이 난리가 난 것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시대이다. 유튜브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짜 사회복지로 돌아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는 기술을 배워서 기술자로 먹고 살고 싶다. 그래야 아무 것도 내게 남지 않았을 때 뭐라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에 한 회사에서 근무할 때(바이럴 마케팅 회사였다) 백화점에서 5년간 일하다가 허리디스크 때문에 관두고 그 회사에서 일한다는 사원을 봤다.
또 디자이너였는데 월 500만원을 받았지만 지독히 혹사 당해 허리 디스크도 치유할 겸 꾸준히 요가를 하다 요가 강사로 빠진 동창도 봤다.
자신만의 기술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점이었다.
현재 나는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이 없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빼면 말이다.
때문에 더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한다는 것이 배우고 싶어도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다.
할 수만 있다면 사회복지시설이라도 채용 되어서 열심히 일을 다시 배우고, 주말이나 야간에 학원을 다니고 싶다. 그럴 수 있다면 최고일 것인데,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다.
참고로 얼마 전 부모님께 노후자금 통장을(용돈 겸) 만들라고 한 만큼,
알바를 하든, 뭘 해서든 금전을 벌어서 용돈을 다달이 드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공고를 넣으면서 최대한 생각해봐야겠다.
모든 취준생들에게.
안녕하십니까? 힘들어도 조금만 힘내십시다.
곧죽어도 죽으란 법은 없습니다. 멀어도 일자리, 자기만의 일을 찾을 때가 올 것이니 그 때까지만 참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