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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프레스 Jun 19. 2021

텅 빈 거리에서

동전 두 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첫사랑에게 전화하며 머뭇거리던 우진이, 소지섭 장면

스물 하고 중후반일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장난 전화를 하는 데에 재미가 들다.

하루는 땡땡땡 리서치입니다.

제품 테스트 설문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구 ..

여기는 명동 땡땡 캐피탈입니다.

귀하의 연체된 대출 원금 이자 때문에 전화를 어쩌구..

그걸 친구 회사 자리 번호로 걸어서

일하고 있던 친구 밥 먹고 노곤해질 시간 즈음

장난을 치곤 했다.

처음에는 속아 넘어가다가 나중에는

알아채기도 했고, 나중에는 너지라고 하면

다시 정색하고

반응해 다시 못 알아채는 등

갖가지 반응을 보였다. 그 반응이 재밌고

어차피 전화할 거 가끔 이벤트로

놀래켜 주고 싶어 장난 전화라는

쓸데없는 짓을 했다. 돌이켜 보

그는 는 셈 치고 전화를 받았던 건지도 모른.

지방에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는

그 지역 번호 세 개가 찍히는 전화로

또 지방 전화로 장난을 거는데,

친구를 섭외해 또 다른 뻘짓을 하곤 했다.

그게 모조리 공중 전화를 이용해 가능했던 이다.

장난이 너무 가능한, 나에게 일부러 속아주는

친구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쉽사리 짜증내지 않 던 성격 분에

그 유별난 짓을 하곤 했다.

그래서 공중 전화란 게

곁에 있던 이에게 장난 전화를 걸던

수단으로 기억되기도 하는데,

그 사람과 헤어진 후 목소리가 동적으로

듣고픈 어느날 밤 공중 전화를 이용했다가,

얼른 정신차리고 끊은 뒤

그걸 친구들에게 털어놓 온갖 놀림을 당했다.

청승맞 너무 우스운 행동이라며!

.

그때도 이미 공중 전화라는 건 시대 유물처럼 돼버던 까닭 친구들의 놀림은 합리적이었다.

공중 전화라니! 하하하하하하하!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떠오른다.

의외로 공중 전화가 사라졌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여전히 공공의 용물로 설치돼 있고

70원이면 뚝 끊기는 정도지만

길마다 간간히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https://youtu.be/kpfq4u2K1AI

공일오비 텅 빈 거리에서. 1992,1994,2018년 삼성동, 여의도, 한남동 콘서트 영상들이 교차 편집된 뮤비. 나도 관객석 어딘가 있던 시간이 섞이어 갠적으로 더 소중한 뮤비


공일오비가 The Legacy 프로젝트로 이번 6월 

리메이크 신곡을 발매했다. 

넘버 00 <텅  거리에서>.

공일오비도 윤종신도 데뷔곡다.

2020년 지난해가 데뷔 30주년이었다.

특별히 선보 리메이크 시리즈의 첫 주자다.

이름은 전설 시리즈지만 현재형이라는 게

반갑다. 며칠 전 예고편으로 유트브에 짤막히

도입부만 올라왔는데,

전주 듣자마자

'내 곁에 머물러줘요 말을 했지만 ~'이

귓속에 자동재생됐다.

1990년대에서 2020년대로 넘어 왔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여전히 신곡을 발표하고, 예전 곡을 다시 손 보는 등

끊임없이 노래를 불러주어 얼마나 마운지 모른다.

심지어 이번 곡 소개는,

팬들과 새로 생길 청취자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다. 계속 꾸준히 만나겠다는

의지 담겨 있어 더더욱 좋다.

텅 빈 거리에서 곡 소개 글 중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어릴 적에 공일오비는 신비주의로 시선을 끌었다.

해가 갈수록 가수의 많은 적 경험

그대로 노출는 시로 변화해 왔다.

그럼에도 트렌트에 무관하게 처음처럼

밴드 밖 객원 싱어를 발굴하고 소개해주 

매달 귀 호강을 켜주 공일오비.

이번 달은 다시 출발점 윤종신 편이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획을 한 번 세게 그으며

팬들에게 서비스를 베풀었다.


이 곡은 헤어진 사람의 미련을 그린 곡인데,

가사 중 두드러지는 압권이

'외로운 동전 두 개뿐'이다.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 손엔...'

그 다음 가사가

바로 '외로운 동전 두 개뿐'!!!!

모두 지금으로선 낯설기만 한 풍경들이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공중 전화 박스에서

10짜리 동전 2개를 손에 들고 머뭇거리는

손이 야윈 남자의 아픔이라니!


동전은 2개에서 계속 개수가 늘어났고

10 모양도 수 차례 변했.

신문물던 공중전화 카드마저 사라졌다.

전화 수화기를 들고

이별에 흐느끼는 이도 시간 속으로 사라 것.


학창 시절 전화로 떠들고

스무 살 이후 삐삐로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전화로 확인하던 나로서는

너무 이해되는 심정이지만,

휴대폰으로만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또 경험하기 쉽지 않은 오래된 '그랬다더라'의 마음이다.

공일오비는 곡 소개에서

이 곡이 '예스러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표현했는데,

진짜 예스럽지만 그래서 또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공중 전화로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기다리던 마음.

설레는 마음을, 시차를 두지 않고

자기 소유물 휴대전화로

다이렉트로 주고 받는 마음도 솔직해 아름답지만,

전화 수화기를 거리에서 찾고

공공의 사물로서 느끼는 마음도 남달리 특별하다.


사랑이란 게,

 결국 살면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않은 빛깔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이라면,

공중 전화라든가 음성 메시지의 기분은

여백의 시간 차를 느낄 수 있어 간절하고 다른 느낌이다.


< 빈 거리에서>는 이별 후

공중 전화가 있는 길목에서도

마음마저 텅 빈 느낌을 그렸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공중 전화로마저

느끼고 싶은 사랑했던 이의 감정 선이 떠오른다.


지금 있는 기기 중엔 무엇이 또 세월이 흘러

옛 물품과 이전 감정의 연결선이

되어 버릴까 궁금해진다.

물건은 오래 되어도 혹은 쓰임이 사라져도

기억은 그 안에 켜켜이 쌓여,

어느 순간 툭 건드리는  같다.


90년대의 곡이 타임캡슐처럼 2020년대에

다시 찾아와 주어, 잠시 노래를 듣는 동안은

손마저 야위어 버렸다는,

(독한 이별은 살이 빠지지)

이별 후 청승맞은 마음을 떠올리며 미소짓게 된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 웃고 말아 버릴

그때로선 진심였던 순간들.

처음으로 돌아가 또 다시 시작하는,

밴드와 가수의 노래 덕분에 공중 전화 수화기를

들어보던,

어느 때의 시간들이

기억 속에 지나쳐 갔다.


https://youtu.be/JRunQTdFfK0

공중 전화 박스가 키스신 장면에 쓰인 몽콕하문(열혈남아)


http://happy.designhouse.co.kr/magazine/magazine_view/00010005/05347

공중 전화 박스에 책을 갖다 놓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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