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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Jun 21. 2021

입 맛 도는 운동

막 먹으면 말짱도루묵

헬스장 그룹 운동(GX) 시간에 들어가

헉헉거리며 덤벨 운동 프로그램을 따라 했는데,

수업이 끝날 무렵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여러분 너무 힘드셨죠?

이렇게 열심히 하면 뱃살 빠질 거 같죠?

하나도 안 빠져요.

우린 맛있게 먹으려고 운동한 거예요."

모두 까르르르. 공감한 건가.

그렇다. 운동하면 모든 음식이 맛있다.

심지어 맨 밥마저도.

김치나 간장 하나만 있어도, 진수성찬 못잖다.

미각을 극대화한 운동의 힘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살은 결국 먹는 양을 줄여서 빼지,

운동만으로 빼기는 힘든 것 같다.

나 역시 다년간 경험치로 느낀 것.

먹는 양을 줄이지 않으면 운동을 꾸준히 해도

말짱 도루묵이다.

이때 떠오른 책이 있다.

예전에 이 책을 접했을 때 책 다 읽곤

염세주의에 빠져 헬스장엘 안 가고 빠졌다.

내용이 결국, 운동 아무리 해도 안 빠진다는 것. 식사 중요.

일본 트레이너 모리 다쿠로 상이 쓴 책으로,

운동으로 소모되는 칼로리와 지방을 태울 수 있는

한도 등을 설명해 운동을 백 날 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를 알려주고,

특히 만 년 헬스 회원인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식생활을 고치라고 조언한다.

운동 10%, 식사90%!



몇 해 전인가는 가까운 친구가

뱃살이 없다는 것을 은근 자부심으로 내비쳤다.

친구는 정말 날씬했고 근육질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꽤 놀랐던 건, 그걸 유지하기 위해

그가 밥을 잘 안 먹다는 사실였다.

매끼 먹기는 하지만, 밥을 반의 반 공기,

혹은 반 공기. 절대 한 공기를 먹지 않는다.

면류를 먹어도 마찬가지, 빵을 먹어도 마찬가지.

그리고 계속 매우 맛있다고 한다.

조금 먹어서 더 맛있던 걸까.

친구를 만나는 동안

밥 한 공기를 나눠 먹어야 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킬 땐 1인분을 시킨다.

손이 큰 나는 다소 부끄러웠다.

친구가 애교가 있어 주문자에게 잘 얘기한다.

자신만 반 공기가 아니라 친구인 나도 반 공기.

심지어 내가 밥 한 공기를 다 먹고 오면

의아한 눈빛을 였고

추어탕이나 순댓국 등을

한 그릇 다 먹고 그를 만난 날이면

그게 가능한 일인지,

두유 하나로 한 끼를 때우던

자신의 이전 사람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그 덕에 폭식이라든가 야식 습관을 좀 없앴는데,

친구랑 헤어진 뒤  먹고 싶은 음식을 마구 먹었다.

마치 요요처럼.  친구와의 관계나

반 공기 습관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그간 반 공기, 혹은 반의 반 공기로

연명하던 시간들을 보상 받듯

꾸역꾸역 엄청 먹어대고 살이 쪘다.

지금의 나는 한 공기를 먹는 사람인데,

문득 돌이켜보면 그 친구의

반 공기 절제력은 인정. 멋지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예민한지 모르고 내보이던 그 예민함을

소화하긴 힘들지만 소식과 운동을 이어가는 생활.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 같다.

그와의 반 공기는 좋은 추억이 되었다.


한여름이 다가오는 밤,

나는 추천 다이어트 음식을 검색하고 있었다.

로만 밀 식빵, 삼립 제품 빵을 먹고

살을 뺐다는 가까운 이의 경험담을 듣고

찾아본 삼립 식빵. 로마 시대 군인이 먹던 스타일

빵이란다. 밀 빵. 포만감이 높다고?!한다.

며칠 전엔 가까운 마트에 가서

닭가슴살도 사다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음식에 대한 생각들을 정돈하고

절제하는 습관에 도전해 보자 떠올리니

자연스레 한 친구의 절제력이 기억났고,

밥 반 공기, 때론 반의 반 공기로

줄여봐야겠다고 결심.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길게 길게 가서 습관으로 만들어야겠다.

나이가 들수록 소화력이 떨어져서

소식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은 늘 해왔다.

그리고 석 달 째 라면을 끊었다.

삼일 참으려나 했는데 석 달 참았다.

(면류를 끊지는 못하고

콩국수나 쌀국수는 자주 먹었다. 히힛.흑.)

라면을 참으며 인내력을 기르는 연습 중.

라면 한 봉 참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나에게 방만한 어떤 것들을

절제하고 정돈하는 연습, 나쁘진 않았다.

뭐라도 퍼지는 생활은

한도끝도 없는 듯하다.

올 여름은

운동과 병행하는 정신력을 좀 키우고 싶어졌다.

그게 음식에 대한 인내라면, 지금 한 때가

각별히 기억에 남도록,

계절에 건네는 나만의 약속을 만들어볼 참이다.


여백의 미. 밥을 남기자.

많이 먹지 말고 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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