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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프레스 Jun 30. 2021

상반기 곡

1월부터 6월까지

10년 전 2011년 6월 공일오비 앨범 20세기 소년에는

<1월부터 6월까지>라는 일명 상반기 곡이 실려 있다.

https://youtu.be/Mbtr0AuoQ00

1월부터 6월까지. 멜론에서 좋니 다음으로 인기곡으로 꼽히는 곡. 이별을 경험한 연인들이 꼭 찾아듣는, 추억 자극 노래. 선물, 배웅 등 사소하던 에피소드가 간절하게 다가온다

https://youtu.be/d5d7h73GCs4

월간윤종신 2013.12월호에서도 다루었던 1월부터 6월까지. 오래전 그날의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콘서트 때 자주 불러주심. 뮤비 속 조정치 기타 연주도 너무 좋다.


윤종신이 부른 곡으로

어떤 여자의 첫 남자친구였던 이가

그 여자가 지금도 가끔 보고 싶다며

그 여자랑 걷던 이촌동 길가를 지나면

생각나고 밤의 공원이나 햄버거집, 지하상가

덮밥집을 지나면 떠올린다는 내용인데,

이 노래 멜론이나 유튜브 댓글은,

이별한 이들 성지가 되어

저마다 자신이 헤어진 날짜라든가

자주 가던 곳들,

혹은 그리운 사람에 대한 멘트들로 가득하다.

6월이 지날 때면 문득 떠오르는 곡이다.

작사가 정석원이 사랑했을 여성이지만,

리스너들에게는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

얘기들로 변해 있다.

댓글 창은 함께 쓰는, 저마다의 공동 가사 공간 같다.


92년 the 3rd wave 앨범에는

공일오비 팬이 5월 마다 듣는 명곡이 또 있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처음 만났던 날을 제목으로 삼은 5월 12일.


6월의 한밤중

5kg와 12kg 시티드 로우, 앉아서 당기는

기구를 무심코 보다가 5월 12일

노래가 떠올랐고

연달아 6월 상반기 곡도 생각났다.

운동을 끝내고 집에 가면

듣고 자야지 생각한 선곡 리스트였다.

첫사랑 회상곡 5월 12일

https://youtu.be/-FCUKk5nluI

5월 12일 92년 원곡 이장우 노래. 이곡은 전주만 들어도 92년 앨범 발매 당시 듣던 그때처럼 자동반사적으로 설렌다. 가사는 헤어진 내용이지만 멜로디는 첫사랑 느낌.

https://youtu.be/6wXY0s8dImk

공일오비 띵곡 5월 12일 박재정 리메이크 버전. 5월 12일은 공일오비 팬들이 봄마다 찾아듣는 곡이다. 박재정 이미지가 내겐 바른 느낌이라 그런지 착한 남자의 사랑 회상 같다.


5월 12일과 6월 상반기 곡을 듣고 있으면,

엄밀히는 사람들 댓글들을 읽다 보면

나도 예전에 오래 만났던 이와

자주 가던 길이나 식당 메뉴 등이 생각이 나곤 한다.

1월부터 6월까지의 지하 상가 그 덮밥집처럼.

단골 삼아 자주 가던 가게들.

나로선 우동집과 초밥집.

우동은 소공동에 초밥집은 동숭동에 그대로 있지만

다시 가게 되진 않던데,

그 길을 지나면 가끔 노래처럼 문득 떠오르곤 한다.


식습관이 무서운 게

헤어져도 몸에 그대로 남는다.

예전에 치즈를 너무 좋아하던 사람을 만났다가

느끼해서 절대 먹지 않던 치즈를,

지금은 너무 잘 먹어

그냥 맨 치즈를 때때로 먹고

편의점 치즈 스틱도 자주 사먹고

계란에 치즈 풀어 넣고 각종 치즈 과자까지 다 좋아한다.

우유에 밥 말아먹는 경지의 요상한 식습관이랄까,

밥 먹고 무조건 우유 마시는 이를 만난 후에도

우유를 틈만 나면 마셨다.

가끔 우유를 잘못 먹으면 토할 만큼 몸에 안 받는

사람인데도

라떼라면 종류별로 다 선호하며

우유를 아무렇잖게 집어놓고 또 마신 뒤

소화 안 된다고 투덜거린다.

자주 사 먹는 어른 우유

그 무서운 식습관의 여파가,

헤어진 사랑과 무관한 몸에 남아 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우유 한 잔을 마시고

5월 12일과 1월부터 6월까지를 틀어놓고,

나는 정석원의 동부 이촌동에 대응하는

혜화의 초밥집과 소공동의 우동집을

떠올리며 야식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사랑이란

전혀 다른 식습관에서

비슷한 식습관을 가질 만큼 만나다가

(만일 헤어진다면) 도로 이전 취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입맛으로 흔적을 남긴다.

체질이 거부해도 습관으로 묻어버린 맛의 취향.


사랑하는 사람 혹은 사랑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 하는

한 끼는

그냥 영양소를 섭취하는 게 아니라

몸에 박 기억을 심는 자리 아닐까.


구체적 날짜들이 표기돼 청취자들이 본인들 날짜를 떠올려 보게 만드는 노래. 5월은 5월12일, 6월은 1월부터 6월까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5월 18일 글자가 문득 015B로 보이기도 -_-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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