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zzy Jul 03. 2021

대학로 스타벅스부터 동대문 교보문고까지

고궁, 늘 그 자리에

창경궁 바람 소리


[산책일지 1만보]

대학로 율곡로 ~ 명륜동 ~ 창경궁 ~ 세운상가 ~ 동대문

시작은 대학로 스벅, 종착지는 동대문 교보문고 핫트랫스

고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용한 데 익숙하고

자기만의 사색을 즐기는,

심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 같다.

학생 시절 만나던 친구는

창경궁을 워낙 좋아해 틈이 나면 그곳에 같이

자 했고, 도시 속 소음이 익숙했던 터라,

온전히 끌린 것은 아님에도 그따라다니다

저절로 고궁을 자주 다닌 한때를 보 적이 있다.

그 시절 그 친구는 왜 고궁을 좋아했을까,

떠올려 보아도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무와 수목원, 수묵화, 판타지 등을 좋아하던

일관된 취향을 떠올리면 알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때와 멀어져

나이가 듦에 따라 이젠 일부러 고궁을 가지 않아도,

가끔 연스레 들러보고 싶은 공간이 되어버렸다.

생각할 거리가 있거나, 혹은 아무 생각을 하기

싫을 때 머리를 정리하거나 비우러 고궁에 가 걷는다.

최근에 좋아했던 드라마 속 주인공도

고궁을 자주 가는 이였데,

드라마를 보면서도 고궁에 가고 싶어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박준영(김민재).

드라마에 심취돼 심지어 극 중 여주인공보다도

더 심히

1회부터 16회까지 전부 박준영에 빠져 있 기분이었다.

주인공은 차가운 여자와 다정다감한 여자 둘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남자로 등장한다.

송아가 심쿵하는 순간 전부 나도 먼저, 덩달심쿵하며

피아니스트 준영에게 위로 받고 보고 또 보았다.

3회차에 정 많은 송아(박은빈)와 일본식 식당에서

대화를 나눌 때 그는

고궁을 좋아한다 고백한다.

해외 공연을 자주 다니보니 외국에 체류하는 일이

잦은데,

국내에 들어왔을 땐 고궁에 자주 간다.

낮에 서점도 가고 고궁에도 가 

도심 속 외따로 조용한 곳들을 회하는 그.

송아는 그를 찾아야 할 때 고궁을 둘러보다

그와 마주치기도 한다.

드라마에선 경희궁 배경이다.


준영이 고궁을 좋아하는 이유,

다른 것들이 빨리 변해도

고궁은

"늘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어서란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처럼..."

송아는 고궁을 좋아하는 그에게

옛날 사람이라 웃으며 반응하고,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이 계속 사랑 받는 것도

준영 씨 같은 사람 때문이라고 말하데,

준영은 "나같은 사람?"이라고

갸우뚱거리며 각에 잠기고...


결국 드라마는 각자의,

저마다 어떤 사람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서로 도와주며

사랑에 물들고 이별하고 재회하는

러브스토리로 흘러간다. 클래식을 매개로.


그대로인 채로 늘 그 자리에 존재한다는 고궁.

나는 오늘 산책길로 출발지와 가까운 고궁을 택했다.

창경궁.

얼마 전 멈췄던 스타벅스 대학로점에서 출발,

명륜동을 거쳐 창경궁으로 향했다.

대학로 곳곳은 늘 익숙하게 많이 다니던

곳이기도 하지만

갈 때마다 또 새롭기도 하다.

대학로를 일적으로나 사적으로 약속 장소로

워낙 오래 사용했고 추억이 많은 까닭이면서

동시에 들를 때마다 수없이 상점들이 바뀌고

길들은  조금씩 낡아가기 때문이다.

익숙함과 나이듦이 느껴지는 동네를 지나다

문득 예전에 자주 가던 카페 길을  경유하고 싶었다.

명륜동 맛집 에쵸티 떡볶이집을 끼고

왼 편으로 돌아 나타나는 길이다.

이곳은 이젠 카페 길이 아닌데,

카페 길 이전에는 술집 길이도 했다.

이젠 술집 길도 아니다.

대형 호프집들이 즐비했던 시기,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가게는 지금 극장으로 변해 있었다.

예전 호프집이었다는 건 셔터 그림 정도로 알 수 있었다.

체호프 여름 페스티벌을 앞두고 있는

극장 간판 사진을 찍었다.

유행이 가버린 옛 술집, 술잔을 많이 드는 게

장기이고 토사물을 빨리 치우는 게 특기인,

생활의 달인들과  다단계를 소개하던 알바 친구나

휴대폰 잘 파는 법, 영업 노하우를 얘기하던,

알바 세계의 생기 있는 캐릭터를 지닌

실존인물들을 많이 만났던 곳이다.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가게 되는 에쵸티 떡볶이. 달콤한 맛이 중독성이 있고 오래된 대학로 명물 떡볶이 집이다. 특히 오뎅이 맛있다.
예전 X 대학 호프집 지금은 체호프 극장
여름 체호프 축전 프로그램

주말 알바의 기억이 남은 곳을 지나,

오르막길로 올라가 우측으로 꺾으니

공자 사당인 명륜당이 보였고,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길목을 걸어

창경궁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명륜동 골목


창경궁 초입에서 처음 만난 고궁 입구는

정조가 1779년에

 '월근문'이다. 이 문을 통해 그는 초하룻날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사당을 참배했다.

창경궁의 동북쪽 궁문을 시작으로

홍화문을 거쳐 궁에 들어가고자

통합권을 구매했다.


(.... 창경궁 산책길 소개 계속)

1만원에 창경궁, 창덕궁(후원 포함). 덕수궁, 종묘, 경복궁 등을 3개월 안에 관람하면 된다.




'



작가의 이전글 다작 작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