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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Sep 15. 2021

기록의 기속성 혹은 긴밀성

운동에 진심이고자

운동 시간과 능력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적 보니

좀 더 책임감이 생겼는데,

사적으로 늘 글자에 조금 구속당하는 성향이 있던지라

글자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죄책감 혹은 압박감을 느끼게 되고

지킬 경우 은근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저 홀로 하는 운동일 뿐임에도

그런 마음이 글자 안에서 스르르 생겨난다.


오늘의 아침 기록 . 다시 다이어리에 식단 사과 우유 고구마라 적는다


오늘 몇 걸음을 걸었는지,

사이클을 탔다면 몇 분 바퀴를 굴렸는지

칼로리 소모량은 어땠는지,

기구를 이용했다면

몇 분 간 몇 킬로 수행하고

헬스장 입장은 몇 시에 퇴장은 몇 시에,

산행을 했다면 몇 시 입산, 몇 걸음 걸었는지,

휴대폰과 스마트워치의 기록량을

한 밤에 다시 다이어리에 옮겨 적는다.

피곤해서 하루 이틀 밀리면

마치 어릴 적 탐구생활 EBS 기록치 누적되듯

쌓여 있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적는다.


그렇게 2주 정도 해오고 있다.

작심삼일은 지난 것이니,

이게 2달이 되고 2년이 되고 그렇게 흐르다 보면

습관으로 정착할 것이다.

그런 힘을 글자에 기대어 보는 것도

탁월한 방법이지 싶다.


어릴 적부터 일기나 편지를 쓰는 게

그저 평범함 일상으로 습관였던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줄곧 노트를 끼고 살았다.

메모 어플을 비롯 각종 수첩의 흔적.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모이는 것들을 또 하나의

다른 결과물로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뭔가 기록의 무용함에 실망해

잠시 멈추곤 하다

다시 또 기록하는 등

그 주기를 반복하곤 했다.

사실 의무적으로 하지 않았기에

몇 십 년 일기를 써와서 겪은 변화라든가

엄청난 성과? 이런 건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엔 다상의 버릇이 싫어져서

글자에 얽매이는 나를 버리고픈

욕구를 느끼기도 했으나,

사람마다 저마다의 소질이 다르듯

나는 몸 쓰는 것보단 글 쓰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라

결국 기록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몸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역의 방향을 경험하며 도움을 받는다.

생소했던 운동이, 내가 즐겨 하는 기록과 맞물리니

뭐랄까, 좀 더 내 안으로 운동이 더 들어온 느낌이랄까.

영 남의 운동 같더니만,

비로소 내 운동이 되어가는 과정?

그렇게 글자를 이용한 기록의 집착으로

좀 더 움직이는 데에 진심을 찾아가고 있다.


내가 디자이너였다면 글 대신 스케치를 했을 것이고

싱어송라이터라면 노래를 했을 터인데,

결국 스스로 글로 걸어 들어가는 중이다.

그 과정 속 행복한 샛길을 많이 만나고 싶다.


p.s. 6시 내고향이라는 케베스 장수 프로그램을 보면

인디 가수 요술 당나귀 라마

각 고장의 맛집이나 장인집들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얘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고

하루쯤 넘어가는 여정을 보여준 뒤

마지막에 노래를 불러준다.

그 노래는 자신이 본 그 사람들의 일상이다.

깨강정 집에서는 강정 얘기, 순댓국집에서는 순대 얘기...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인생 단면.

모든 얘기들이 환경친화적인 노래로 흘러간다.

그 코너를 볼 때면

각자의 일상이란 것도 자신의 재능을 중심으로

소화하고 그걸 다시 내놓는 과정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체로 거르든 그것이 진심일 경우,

요술당나귀 라마 노래처럼 백하고 진솔하게

발현되는구나 싶다.


https://youtu.be/U0jaMzDw0AU

환경을 생각하는 밴드 요술당나귀의 가수 라마는 지나다니는 곳의 자취를 늘 이렇게 노래로 남기는 싱어송라이터다.



https://youtu.be/Pm0B_459e8I

6시 내고향 삶의 애환이 담긴 가게, 19년도 라마 영상 중, 유튜브


6시내고향 라마 출연 검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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