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My Home

인간 실격의 결핍과 위로 사이 song

by 레아

어디엔가 서서히 스며들고 나면

좀처럼 빠져 나오기 싫을 때가 있다.

현실 속 인물에게든 허구 가상 캐릭터든

끌림의 리듬이 맞고 나면 그 안에서만 살고 싶어

다른 건 보고 싶지 않아진다.

요사이 <인간실격> 드라마에 반한 뒤

조금씩 느리게 그 드라마에 익숙해져서

현실에서조차 그 안에서 나오고 싶지 않아

ost 곡들을 연거푸 들었다.

이미 며칠 전 종방을 했는데

마지막 두 편을 보고 있지 않는 중...

보고 나면 그 이야기가 끝나버린다는 사실이 싫고

애정하던 한 인물이 죽음을 맞아 사라지는 것도 싫고

얘기가 잠정 마무리 되는 것도 싫다.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상관 없이

흘러가버리는 걸 좀 뒤로 미루고 싶어진다.

종영 인터뷰들을 모조리 읽어보니

배우들도 이미 보내주고 있는 인물들을

관객은 못 보내주고 그 이전의 얘기들을

반복해 보며 그 독백들과 움직임을

살피며 위로 받는다.

가장 보내주기 싫은 인물이라는

주인공의 멘트에 위안하면서

잡아두고 싶은 사람들로 잠정 멈춰두었다.


그냥 끝없이 그 인물들이 살아 움직였음 하는

이상한 바람이랄까.

혼자 어떤 글을 습작하다가도

어딘가에 인물을 길에서 헤매도록

내버려 둔 채

내게로 다시 데려오지 않는 기분과도

좀 비슷하달까.

어린 마음이다.

언젠가 모든 이야기나 모험은 끝이 날 테고

허구이든 현실이든

사람들은 이별을 겪고

길 위에서 헤어지고

시작과 끝은 있게 마련이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무언가가

곁에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묘한 기대란 게,

그런 맘을 드라마에 투영하고 위로 받는 것 같다.


인간실격에는

집에 있지만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

길 위에서 집을 그리워하는 마음

자신의 집이라 이름 붙일

근원적인 어떤 마음이

너무 느껴져서 이야기를 종영시키지 않고

그저 어딘가에 붕 띄워 놓고 싶었다.

사람에겐 누구나 결핍이 있고

그 때문에 타인에게 약한 존재로

노출되어 버리고

어느 정도 포기하거나 타협해야 하는

감정선들이 있는데

그 흐름 안에서 스스로를 극복하려는

틈을 발견하곤 한다.

타인과의 접촉에서 발생될 만한 그 약하고 무딘 틈들을

드라마가 내내 고요히 보여주었다.

자신 안에 갇혀 버리지 않고

길 위로 찾아나설 만한 어느 틈새.

그 골목이 홀로 머물러 있지만은 않게 만든다.


드라마 OST <홈>에 그런 사이를

면면히 드러내는데

길 위에서 고군분투하며

외로이 살아가는 인물들이 사람 사이를

걸어다니는 노래 다가오는 곡.


"혼자 남은 그 길 위에서

네 이름 부를 때 어떨까.

그 마음까지 기억할게.

아무 것도 몰랐었어.

우린 너무 사랑할 때

이제야 너를 알게 되는

늘 같이 걷던 이 길이

마이 홈


혼자 걷는 거리에서

네 이름 부를 때 어떨까.

그 마음까지 가져갈게.

아무 것도 몰랐었어.

네가 나를 많이 사랑할 때

여린 맘 몰래 안아주는

참 별이 많던 그 길이

마이 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와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