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ome
인간 실격의 결핍과 위로 사이 song
어디엔가 서서히 스며들고 나면
좀처럼 빠져 나오기 싫을 때가 있다.
현실 속 인물에게든 허구 가상 캐릭터든
끌림의 리듬이 맞고 나면 그 안에서만 살고 싶어
다른 건 보고 싶지 않아진다.
요사이 <인간실격> 드라마에 반한 뒤
조금씩 느리게 그 드라마에 익숙해져서
현실에서조차 그 안에서 나오고 싶지 않아
ost 곡들을 연거푸 들었다.
이미 며칠 전 종방을 했는데
마지막 두 편을 보고 있지 않는 중...
보고 나면 그 이야기가 끝나버린다는 사실이 싫고
애정하던 한 인물이 죽음을 맞아 사라지는 것도 싫고
얘기가 잠정 마무리 되는 것도 싫다.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상관 없이
흘러가버리는 걸 좀 뒤로 미루고 싶어진다.
종영 인터뷰들을 모조리 읽어보니
배우들도 이미 보내주고 있는 인물들을
관객은 못 보내주고 그 이전의 얘기들을
반복해 보며 그 독백들과 움직임을
살피며 위로 받는다.
가장 보내주기 싫은 인물이라는
주인공의 멘트에 위안하면서
잡아두고 싶은 사람들로 잠정 멈춰두었다.
그냥 끝없이 그 인물들이 살아 움직였음 하는
이상한 바람이랄까.
혼자 어떤 글을 습작하다가도
어딘가에 인물을 길에서 헤매도록
내버려 둔 채
내게로 다시 데려오지 않는 기분과도
좀 비슷하달까.
어린 마음이다.
언젠가 모든 이야기나 모험은 끝이 날 테고
허구이든 현실이든
사람들은 이별을 겪고
길 위에서 헤어지고
시작과 끝은 있게 마련이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무언가가
곁에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묘한 기대란 게,
그런 맘을 드라마에 투영하고 위로 받는 것 같다.
인간실격에는
집에 있지만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
길 위에서 집을 그리워하는 마음
자신의 집이라 이름 붙일
근원적인 어떤 마음이
너무 느껴져서 이야기를 종영시키지 않고
그저 어딘가에 붕 띄워 놓고 싶었다.
사람에겐 누구나 결핍이 있고
그 때문에 타인에게 약한 존재로
노출되어 버리고
어느 정도 포기하거나 타협해야 하는
감정선들이 있는데
그 흐름 안에서 스스로를 극복하려는
틈을 발견하곤 한다.
타인과의 접촉에서 발생될 만한 그 약하고 무딘 틈들을
드라마가 내내 고요히 보여주었다.
자신 안에 갇혀 버리지 않고
길 위로 찾아나설 만한 어느 틈새.
그 골목이 홀로 머물러 있지만은 않게 만든다.
드라마 OST <홈>에 그런 사이를
면면히 드러내는데
길 위에서 고군분투하며
외로이 살아가는 인물들이 사람 사이를
걸어다니는 노래로 다가오는 곡.
"혼자 남은 그 길 위에서
네 이름 부를 때 어떨까.
그 마음까지 기억할게.
아무 것도 몰랐었어.
우린 너무 사랑할 때
이제야 너를 알게 되는
늘 같이 걷던 이 길이
마이 홈
혼자 걷는 거리에서
네 이름 부를 때 어떨까.
그 마음까지 가져갈게.
아무 것도 몰랐었어.
네가 나를 많이 사랑할 때
여린 맘 몰래 안아주는
참 별이 많던 그 길이
마이 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