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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Dec 04. 2021

청계 8가 인근 풍경

춥지 않을 만큼 걸어서 바라본 간판들


이른 아침 청계 8가를 걸었다.

다리를 사이에 두고 성동구, 동대문구로 나뉘고

조금만 더 걸으면 중구, 종로구, 성북구로

이어지는 다각도 길목이다.

경계가 묘하게 걸치는 도심, 각종 자 업체가

많다. 문래동이나 성수, 을지로에는

창작자나 자본이 섞이어 있지만

여기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생?! 기계 거리 느낌이

더 강했다. 그 가운데 일상을 사는 동네가 골목골목

살아 있고 한편에는 뉴타운이 한편에는 재개발이,

이곳저곳 시간이 달려가는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시대가 바뀌는 느낌.

골목골목 걷다 보니 아침부터 문을 열고

쇠를 갈거나 짐을 나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일찍 움직이는 이들을 지나치면서

어린 시절 동생과 초등학교

등교하던 기억 났다.

지금은 너무 핫플이 된 어느 골목들을,

황량한 분위기를 풍기던 시절

마당 넓은 공장과 자동차 매장을 지나

육교를 건너 돌아 돌아  빨리 걷던 아침들.

ㅅㅅ동 길목이 떠올랐다.

동생과 나는 일찍 나가

가장 먼저 교문 앞에 도착해 서 있는 것을

좋아했고, 오늘은 또 몇 분 빠르게 왔다며

우리의 걸음걸이에 의미를 두었다.

하굣길은 친구들과 걸었지만

등굣길은 늘 동생과 함께 다녔다

수위 아저씨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주변을 서성이던 기억이, 문득 새벽녘 청계천 부근을

걷다 생각이 났다.

그때 우리는 위험하다는 인식도 없었고

길가엔 늘 볼 거리가 넘쳐난다고 여겼는데,

현재까지도 그런 길은

아이들에게 위험 지역처럼 인식된다고,

학부모가 된 이들이 그랬단다.

일반적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생각하는

위험은 어쩌면 서로 다른 차원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피로는 그날 풀라는 박카스 카피가 박카스 건물 상호 사이로 보여 찍고 싶었다

객공 피비씨 광택 판재...

냉연 석도 소폭 대폭 코일 ...

철강 금속 행거 모타 콤프레서 ...

강판... 개념은 낯설지만 뭔가

상상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단어들이

거리 간판에 새겨져 있었고,

왠지 신기해보이면서도 사실 일상 어디에선가는

너무도 필요하나 인식하지 못하는 물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듯 보였다

철을 가는 이들, 자재를 옮기는 사람들.

'무엇을 만들기 위해 기본이 되는 재료'들을

다루는 사람들을 보며,

작가의식 강한 사람들을 대입해 떠올렸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들. 본질을 찾아가는 이들.


강판에 갈듯이 자신을 끊임없이 해체시켰다

재조립하는 인물들이 떠오르는 길목이었다.

겨울이라 춥긴 하나 조금 일찍  시간을 써서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싶어

춥지 않을 정도로만 걸었,

걸음 끝에

애니멀 레이스 12월호. 펭귄마라톤을 신청했다.

펭귄을 위해 혼자 달리고 달리기업체에

기록을 보내면 된다.

재밌는 건 메달이 집에 먼저 온다는 것.

겨울에도 밖에서 달리면 좋을 텐데

그러자면 방한복을 잘 준비해야겠다.

팽귄런 광고 문자
펭귄런 접수 페이지

마포 서대문 방면으로 향하는 고가 위의

택배차는 공중에 자기부상열차 지나듯

사라지 있었고

그 길로 주욱 가면 맞닿는

서교동과 연남도 걷고 싶었다.

주말엔 예전 작업실로 오가던 홍대 길목에

가야지, 정처없이 목적도 없이 계속 걷고 싶으니까,

라고 생각했고 홀로 홍대 카페에 가만히

앉아 있고도 싶었다. 멍!

서교동 어느 단골 카페와 문학 라디오

뒤풀이에서 만난, 애정하는 작가의 에세이.

간밤에 읽던 책을 저녁 길에 읽으려 챙겨 나왔,

귀갓길에 다 읽곤

작가의 깊은 상처를 일방적으로 알아버린 게

미안해졌다.




청계천 8가로 이어지는 무학로
백반의 반찬들을 궁금해 해야 하는 걸까 목적어가 궁금
공업도시 자기부상열차처럼 보이던 화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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