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신촌 음악 여행

2025 윤종신 콘서트 <올해 나에게 생긴 일>

by 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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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해의 업무를 마감한 오후, 반차 휴가를 내고 신촌으로 향했다.

12월 26일 윤종신 콘서트를 예매해놓은 덕분이었다.

그날부터 주르륵 2026년 1월 1일까지 여름에 못 간 겨울 휴가를 냈다.

연말에 긴 여행도 고려했다가, 윤종신 12월 콘서트 일정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는,

외국 여행도 접었다. 그 정도로 가수를 좋아한다.

밸런스 게임에서 너 윤종신 콘서트 갈래? 해외 여행 갈래? 하면 전자를 택할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다니지만, 여행이야 내가 직접 시간을 짜서 갈 수 있지만,

라이브 콘서트는 내가 날짜를 고를 수 없다.

어른이 된 이후로,

윤종신 콘서트는 스스로 일상을 돌아보고 추억하고 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어떤 연례 행사, 계절 행사처럼 그런 상징적 이벤트가 되었다.

물론 몸이 아플 땐 못 가는데

25년에는 다리를 다쳐 예매해둔 올림픽공원에서 하는 공연을 못 갔다. (대신 친구가 갔다.)

2025년 전국투어 서울 콘서트를 결석으로 아쉬워 하던 찰나,

다시 서울 공연이 생긴 것이다.

이로써 25년은 윤종신 콘서트를 전국 투어 첫공 수원 경기문화의전당,

막공 용인포은아트홀을

거쳐 신촌까지 가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용인 때는 깁스를 하고 다리를 절면서 갔는데

그렇게 좀 무리해서 갔던 공연 두 편은 나중에도 기억에 날 거 같다.

사실 몸이 안 좋으면 안 가는 게 맞지 싶다가도,

어떤 한때를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열망이랄까.

그런 게 있나 보다.

내내 나는 그때 아프고 우울했어가 아니라 아프지만 나아지리라 기대했어,

라고 말하고 싶은 것.

거기에 음악이나 무용, 연극, 책이 흔적으로 남아주길 바라나보다.

(예전에도 몸이 불편한 채로 마룬파이브 라이브에 가서 '로스트 스타'를 듣는데,

그해 가장 감동받은 라이브 무대가 되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길 때 많이 다니자는 주의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마음이 한켠에 있다면,

즐겁게 적극적으로 해도 된다는 게 인생관이다.

나중엔 마음이 닳아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역지사지로 보자면

무대에 오르는 입장에서도 비슷한가보다.

가수나 배우가 몸 상태가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팬들을 위해 공연에 오르는 것보다는,

더 오래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에 쉬어도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 드는데...

퍼포머 입장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번 신촌 윤종신 공연은 가수가 몸이 아팠고 그래서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다.

하지만 세션과 가수는 그대로 무대에 올랐고,

라이브 연주와 함께 가수 노래를 음원으로 청취하는 라디오 공개 방송 분위기로 '취소쇼'로 진행됐다.

그렇게라도 콘서트를 보게 되어 개인적으로야 너무 좋았지만,

그저 가수가 다 나을 때까지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무대에서 사연 읽어줄 때는 목 상태가 워낙 안 좋았기에

대신 읽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독감과 감기가 돌던 시기였고 나도 일주일 이상을 감기를 앓은 바람에,

입장을 바꿔 이해가 됐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들을 감기로 날리지 않고자

무던히 약도 먹고 자고 잘 먹고 하면서 빨리 나으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목이 쉰 건 2주 이상 꽤 오래 갔는데,

목을 쓰는 가수나 아나운서라면 정말 더 힘들었을 것이다.

독감이 유행하는 12월 마지막 금요일 오후, 어쨌든 꽁꽁 껴입고 신촌 공연에 갔다.

내가 콘서트를 본 날은 심지어 체감 온도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었다.

그날 직장에 갔을 때 옆자리 직원은, 이런 날 일하러 출근하는 어른들은

이미 할 일을 다한 거라며, 이 추위를 뚫고 다들 만났다고

아침 인사를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멈추지 않았다.

관객도 몸이 아파도 참을 정도라 여기면 공연을 부득불 가는 것처럼,

또 가수 입장에서도 몸이 아프지만 무대에 서는 것이

훗날 덜 후회되거나, 또 더 소중한 일이거나 그런 게 아닐까 반대로 이해해보기도 했다.


언젠가 뮤지컬 앨범 녹음하는 현장에 있던 적이 있다.

어느 배우가 그날 운전 중 뒤에서 차가 들이받아 어깨가 좋지 않은데

(심지어 알고 보니 금이 갔다는데...) 그 상태로 치료를 받고 OST를 녹음하고

또 다음 날 주말 무대에까지 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자정 넘은 시간까지 노래를 녹음하는 걸 보면서,

다음 날 또 그 배우의 라이브 무대를 다시 보았다.

마치 각혈을 하며 글을 쓰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저 정도로 혼신을 기울이다니!

팬들도 중요하고 직업도 중요할 테니...

그래도 좀 쉬면 어떨까 그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프로들의 세계는 완벽하고도 또 가혹하구나,

극한 감동과 함께,

자본주의 시대 성공인들의 쉴 수 없는 삶에 대해 떠올려보기도 했다. ^^


노래뿐이 아니다.

몸을 쓰며 춤을 추는 무대에서도 부상 여파로 완전히 나은 게 아닌데

무대에 오르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그가 다쳤는지 어쨌는지는, 관객은 모른다.

딱 그 시간, 무대에서 흘러가는 공간 안에서는 퍼포머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역설이랄까.


며칠 전엔 부산 광안리 바닷가를 갔는데 겨울에 전지훈련을 하는 것인지

운동이 직업일 법한 사람들이 무리 지어 모래사장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명이 무릎 부상으로 보호대도 차고 있지만 어딘지 불균형한 자세인데,

그렇게 또 달리고 있는 거다.

뭔가 보는 내가 또 슬퍼지고 애틋해지는 장면이었는데,

좀 쉬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젊은이는 정말 열심히 절룩이며 달리고 있었다.

그게 강제인지 자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모래사장에서 오랫동안 그들이 광안리를 왕복하며 달리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 주자들이 내내 불편한 자세로 선두를 쫓아가는 모습을...


이런 예들은 끝도 없을 거 같다.

무대와 관객, 퍼포머와 관객이 만나는 그 순간의 희열,

혹은 스포츠에서 관객과 선수가 만나는 그 지점...

앞뒤로 생길 어떤 불편과 고통도 모두 감내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때가 너무 좋았기에

이전과 이후의 여러 거추장스럽고 어려웠던 것들도 극복하게 된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또 단단해지면,

심지어 힘들던 시간은 금세 좋은 쪽으로 기억된다.

나쁜 기억은 다 닳아서 무뎌지고,

남은 정수, 엑기스는 찬란함뿐일 때도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우리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시험에 붙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받거나(하거나)

오랫동안 고대하던 것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그 그림과 느낌은 오랫동안 머물러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잠시 생겼다가 완전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머묾과 흘러감의 사이, 그 어딘가이다.

영원과 망각 사이.

딱 집어서 말할 수 없는 시간에 추억이 스며들고

괴롭고 우울한 순간이 왔을 때 그 시간의 우물을 들여다보고

목을 축인다.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도 ,

저울로 잰 듯 딱 그 감정이라 말할 수 없는 어떤 덩어리진 감각일 것이다.

마치 노래가 모양이 있기에 우리가 쉽사리 잡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어떤 아름다운 시간과 기억은 유형의 물질로 손에 쥘 수 없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어딘가에서 부지불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노래는 그런 추억을 부추기고,

새로운 노래는 또 계속 미래의 추억을 유보한다.


신촌에서 콘서트를 본 뒤 오랫동안 그 여운이,

나도 어느 순간들에는 그런 취소쇼처럼 플랜 B를 가슴에 품고 .. 좋아하는 대상들을 놓치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말, 생활의 발견 :)


https://youtu.be/PZz22f0AYZU?si=5SMJxSzvKzmuoSZ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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