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3막: 2026년은 나에게 어떨까?
한로로의 '사랑하게 될거야'(Landing in Love)를 들으며 감상하면 느낌이 백배!
3년 전에 나는 꽤 당차게 ‘2023년을 어떻게 살까’라는 글을 썼었다. 그때는 적어도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고 믿었다. 계획이 있었고, 기준도 있었고, 그냥 그 방향으로 열심히만 가면 될 줄 알았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나는 직장인 3년 차가 되었다. 이제는 어리다는 핑계를 댈 수 없는, 영락없는 어른이다.
나는 내 인생을 '막' 으로 구분한다. 최근에 재밌는 대화가 하나 있었다.
Me: “I define my life in phases.”
Friend: “...what are you, Taylor Swift?”
아무튼 나는 지금을 인생 3막이라고 부른다. 3막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해요
돌아보면 지난 3년은 거의 ‘내 인생 대체 뭐지?’라는 질문 속에서 살았던 시간이었다. 나는 나를 꽤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정도는 알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길은 옳지 않았고, 쉬울 거라 생각했던 삶은 쉽지 않았고, 좋아할 거라 확신했던 것들은 생각보다 나를 설레게 하지 않았다. 지금도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아니, 사실은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알고 있기는 한 걸까, 그 질문에 더 가깝다. 요즘은 인생이 정답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 앞에서 유난히 힘들어하는 사람일까. 남들도 다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그래서 요즘은 질문을 조금 바꿔보려고 한다. “어떻게 살까”가 아니라, “어떻게 살게 될까.”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살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웃긴 건, 정말 많이 고민해서 선택한 길들도 그 고민만큼 흘러가지는 않더라.
얼마 전 회사에서 아주 좋은 기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을 때, 좋은 선택지들 앞에서 오히려 더 괴로워졌다. 선택하지 않은 쪽을 놓치는 느낌이 계속 남았다. 그때 새로 온 매니저가 해준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너는 어떤 걸 선택해도 이겨. 머리로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한 것 같은데, 마음이 이끄는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어 그러게, 왜 그 생각을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근데 늘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 앞으로의 목표는, 목표라고 부르기에도 좀 웃기지만, 제1 목표는 나를 아는 걸로 하기로 했다. 단기간에 답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어떤 것보다 이걸 앞에 두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실패도 해보고, 시도해보려고 한다. 내가 틀릴 거라고 생각했던 길을 걷고, 나랑 안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도 가까워져 보고, 해보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다. 어차피 아무리 튀려고 해봤자 태생이 너드라 그렇게 멀리 튀지도 못한다. 내가 가봤자 어딜 가겠니.
며칠 전, 회사에 가려고 길을 걷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마음이 유난히 힘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멍하니 걷고 있었다. 그때 자동 재생으로 나온 한로로의 ‘사랑하게 될 거야’라는 노래가 갑자기 마음에 꽂혔다. 가사 중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라는 부분이 있다. 하이라이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한다는 게 너무 좋았다. 가사 해석과 코멘터리를 읽어보니, 지난날을 후회하다가도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으로, 언젠가는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곡이라고 한다.
후회스러운 삶도 있고,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순간도 많지만, 그래도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를 애틋하게 기억하고, 나를 사랑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한로로는 갓이다. (0+0도 들으세요)
얼마 전 지피티의 2025년 요약에서 포쿤쿠키가 이런 말을 해줬다. “A project that felt like a detour will become your main path.” 정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모르는 길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래도 내 새끼다, 내 길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게 2026년의 새로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