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레아 Jan 13. 2019

낙엽장수의 하루 (2)

낙엽이 웃는다


아이가 웃는다. 아빠의 팔에 안긴 하얀 아이가, 웃는 잎사귀를 보고 하얗게 웃는다. 나뭇잎을 잡으려고 작게 손을 뻗었다가 대롱대롱 그네만 태우고 만다. 아빠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짓는다. 여자는 웃는 얼굴은 좋은 전염 같다고 생각하며 같이 웃는다. 흥미롭게 나뭇잎을 훑어보던 아빠는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나뭇잎을 가리킨다. 트리에 걸어 놓고 싶다며 하나 사겠다고 말한다.


‘와!’


여자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른다. 짐짓 담담한 표정으로 나뭇잎을 떼고 있지만, 혹시 그가 했던 말을 다시 주워 담을까 두려워 재빠르게 손을 움직인다. 

나뭇잎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아이 아빠의 손에 도착한다. 여자는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었으면서도 팔리리라 생각 못 한 사람처럼 얼떨떨한 표정이다. 2유로짜리 동전 하나가 이렇게 값진 것이었던가. 그녀는 받아 든 동전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이내 동전들을 미끄럼 태워 주머니에 쏙 넣는다. 

아이와 아빠를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그들이 골목으로 사라질 때까지 눈으로 배웅한다. 마음으로 쪽, 하고 달큰한 뽀뽀를 날린다. 



낙엽장사를 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순간부터, 어떻게 할까 구상할 때에도,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 때도, 한 장도 안 팔리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고개를 내밀 때도, 여자는 스스로 이렇게 되뇌었다. 


‘장사를 해내는 것, 이야기를 팔겠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 그게 가장 큰 성취야. 그러니까 나뭇잎이 얼마나 팔린다거나 장사로 돈을 얼마나 번다던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자면, 누군가는, 한 명 정도는 이 일을 의미 있게 여겨줬으면 좋겠어. 지갑을 열어 돈을 낼 만큼 말이지. 그러니까 단 한 장이라도 팔린다면, 그러면 아주 잘했다고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 낙엽 한 장을 파는 거. 그게 이 장사의 목표야.’


그런데 그 목표가 장사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달성된 것이다! 여자는 충격인지 감격인지 모를 오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주머니에 든 2유로짜리 동전 두 개가 지금껏 지나온 모든 좌절의 시간을 스스로 극복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중얼거린다.


“이게 팔리다니. 가능한 일이라니. 할 수 있는 일이었다니….”


여자는 지금까지 그녀가 지나온 여정을 쭉 떠올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의 시작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라고 생각했던 때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낙엽 하나,  느리게 살아도 좋다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