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리 Sep 27. 2021

2021년 추석, 소원을 말해본다.

싱가포르에서 맞는 3번째 추석

2021년의 추석은 싱가포르에서 맞는 3번째 추석이자 해외에서 맞는 10년째 추석이었다. (나도 막 세어보고 놀랐다.) 싱가포르는 쉬는 날이 아니라 별로 실감이 나진 않았지만, 퇴근 후 저녁은 거하게 먹었다. 

그래도 명절이니까. :)



나는 종교가 없지만 일 년에 한 번 추석이 되면 하늘에 뜬 커다란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곤 했다.  

매년 추석날 밤, 나름 진지하게 마음으로 읊은 소원들은 해가 지나도 잘 변하지 않았기에 대학교를 벗어날 무렵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소원은 몇 개 되질 않는다. 


이십 대 내 소원은, 여행하듯 자유롭고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그로부터 몇 년후에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기를 바랐다. 아, 물론 삼십 대가 되면서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건강 항목도 추가되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소원이지만, 사실은 내가 원하는 것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인 것 같다.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길 한가운데 서 있는 큰 표지판에 글자를 적어보는 행위랄까. 




이 날도 평소와 별로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고 불을 끄고 침대로 가려는데 내방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창문에서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게 아닌가. 밝게 뜬 보름달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구름 사이 동그랗게 떠있는 보름달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용히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정리된 소원이 머릿속에 둥실 떠올랐다.


건강하고 사랑하고 평온하길.


몇 번 더 반복해서 같은 소원을 빌었다. 

눈을 뜨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핸드폰을 가지고 왔다. 그새 보름달은 이미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뒤였다. 무더운 공기가 짙게 깔린 밖을 내다보며 잠시 기다리니 달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을 찍고 침대에 누워 기분 좋게 참을 청했다. 금방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드와 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