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니드라를 하는 금요일 저녁

신기한 기분을 느끼다.

by 레아리

요가 니드라(Yoga Nidra). 편하게 누워 명상 가이드를 들으며 그것에 집중하며 잠든 상태와 깬 상태 사이를 오가는 의식을 느끼는 것.



퇴근 후 회사에서 10분 거리의 요가 스튜디오에 가서 미리 예약해둔 요가 니드라 수업에 들어갔다.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수업인데도 나 포함 7명 정도의 요기들이 스튜디오에 앉아있었다.

이 글은 그 한 시간에 관한 짧은 기록이다.


적당히 어두운 조명 아래의 요가 매트 위에 일곱 명이 앉아있다. 집중의 분산을 막기 위함인지 평소 아사나를 할 때와는 다르게 정면의 큰 거울을 등지고 앉도록 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선생님이 몇 가지 이야기를 전달했다.

일단, 요가 니드라를 하는 이유는 깊은 휴식(Deep Relaxation)을 취하기 위함이며, 우리가 몸을 움직이며 운동을 하는 것처럼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호흡에 집중하여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시간 역시 필요하다. 지금부터 누워서 45분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내가 말하는 가이드에 집중해보고 잠은 들지 않도록 노력은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요가 볼스터(Yoga Bolster, 요가할 때, 특히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는 약간 딱딱하고 원통 형태의 쿠션. 모양이나 사이즈는 다양하다.)에 두 다리를 올리고 매트에 사바사나 자세로 편하게 눕는데, 45분 동안 한 자세로 가만히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는 것이 중요하다, 는 게 선생님의 말씀. 뒤이어 나오는 두 가지 내용은 더욱더 흥미로웠다.


첫 번째, 혹시나 허리나 다리 등 몸의 어떤 부분이 많이 아프면 아주 조금 움직여보는 것은 괜찮다.

두 번째, 어떤 부분에서 가려움이 느껴진다면 만지지 말고 그대로 내버려둬라. 가려움은 지나갈 것이다. (정말 그랬다!)


앉은 상태로 잠시 명상을 하고 천천히 누웠다. 아주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의 가이드가 들렸고, 나는 그것을 따라가기 위해 집중했다.

내용은 사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어느 순간 이곳저곳이 아프다가 지나가고, 또 무릎 근처, 배, 얼굴 등이 가려웠다가 지나가고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허리의 한 부분의 아픔이 지나가질 않아 약간 몸을 움직이려고 시도했는데, 내 몸은 숙면 중인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더니 또 조금씩 괜찮아지고..... (나도 잠깐 잠이 든 것 같기도 하고...)를 반복했다.

내 마음도 생각도 비슷했다. 요가 스튜디오에서 가이드를 따라가며 차분해지는 내 마음은 불쑥 한국이나 말레이시아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주말에는 어디를 갈까, 뭘 살까 같은 생각을 하다가 문득 선생님의 말이 귀에 들어오며 정신이 이 곳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했다.

내 몸은 고정되어 있는데 내 생각과 가려움은 얼마나 자유롭게 돌아다니는지. 그래도 또 자연스럽게 다시 되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묘하게 심신이 편안해졌다.


가이드의 내용들은 거~의 기억에 나지 않는데, 딱 한 가지 무척 강렬했던 순간이 있다.

요가 니드라 중간에 “사랑하고 영감을 주는 사람을 상상하고 지금 그 사람 옆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라는 말이 들렸는데, 바로 그 순간 K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머릿속에 나와 K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강하게 그려지던 그 순간이 신기하면서도 굉장히 행복했다.

우리는 맨 정신에도 상상을 할 수 있지만,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어떤 꿈을 꾸고 나면 정말 그 장면이 현실과 분간이 잘 안될 만큼 강렬한 때가 있다. 그 느낌은 또렷한 정신으로 상상할 때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실재성이 함께 한다.


그렇게 또 내 마음은 왔다 갔다, 어떤 아픔과 가려움도 왔다 갔다 하는데 이제 천천히 깨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다들 천천히 몸을 깨우고,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후 아주 느린 속도로 일어나 다시 요가 매트 위에 앉았다. 잔 것도 아닌고 안 잔 것도 아니고 꿈을 꾼 것도 아니고 안 꾼 것도 아닌 몽롱하고 편안한 상태로 일어났다.


신기했다. 아주 푹 쉰 것처럼 몸과 마음이 편했다. 금요일 저녁, 함께 수업을 들은 회사 동료 H도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시간이었나 보다. 금요일 저녁, 차분히 마무리하는 시간. (내 상상 혹은 꿈속에서의) K와 찰나의 데이트도 했던 아주 행복한 8월 첫째 주 금요일이 그렇게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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