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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Nov 20. 2019

싱가포르: 야근은 역시 힘든 것

몸을 챙깁시다!

야근은 역시 힘든 것이었다. 잊고 있었다.


2주간 자정 전 후까지 일을 하고 주말에도 일을 하다 보니 한동안 잊고 있던 여러 가지 증상이 느껴진다.
2주 야근이 별거야?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백수로 지난 지난 수개월과 (지금처럼 일이 많이 없어서) 정시 퇴근을 하던 지난 몇 개월의 시간에 적응한 내 몸은 '어라, 이거 왜 이래?' 하며 슬슬 전조 증상을 보이고 있다. 나도 그 변화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1. 나를 엄청나게 괴롭혔지만, 꾸준히 요가를 하기 시작하면서 100% 사라졌던 바로 그 증상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다리의 뻐근함. 다리에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것 같은 은근한 뻐근함과 피로함. 갑자기 스멀스멀 들려오는 종아리의 하울링을 어서 보듬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2. 퇴근 후 게으름, 게으름이라고 부르기는 뭐하지만 퇴근을 하고 나면 옷만 훌러덩 벗고 제대로 씻지도 않고 침대에서 잠깐 빈둥거리게 된다. 그 빈둥거림이라 함은 유튜브를 보거나 다음에서 웃긴 내용들을 보는 것이다. 10 분만하다가 15분만 하다가, 야- 정신 차려. 그제야 느릿하게 일어나 샤워를 한다. 그리고 유튜브를 조금 보다가 잠을 청한다. 철저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내 취향을 맡기는 나날들이다.


3. 어깨와 목 언저리가 불편하다. (여기 눈도 추가요!)
성인의 경우 보통 머리의 무게가 5kg 정도 나간다고 한다. 참고로 5k는 머리 자체의 무게이고, 머리와 목의 각도에 따라 목과 어깨가 받는 하중은 무려 5배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모니터 혹은 핸드폰을 바라보는 내 눈과 목이 피로한 건 당연지사. 출근 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문장을 쓰면서 의식해보니 내 등짝과 어깨, 얼굴은 벌써 앞을 뚫고 나갈 기세다. 마치 계주 경기에서 바통을 받으려고 발을 그어진 선 안에 있지만 몸은 최대한 앞으로 나가는 모습 같다.


4. 정신적인 피로감이 증가.
아마 이 때문에 퇴근 후 잠깐의 게으름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써보는 이유는, 아무 생각 없이 야근을 하기 싫어서이다.
일이 있으면 야근을 해야겠지만 퇴근이 한 시간 늦어지더라도, 중간에 흐름이 끊기는 것이 싫을지라도- 요가는 최대한 가고 한두 시간에 한 번씩은 슬금슬금 나가서 스트레칭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퇴사 전에는 몸이 보내는 전조 증상들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내 몸이 그런 줄 알았다. 나는 항상 어깨가 아파. 항상 목이 아파.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어. 다리가 뻐근해서 잠을 못 자겠어. 원래 그런지 알았다.

그래서 주말마다 마사지를 받으러 가고, 침을 맞으러 가고, 좋은 마사지 샵이 어딘지 알아보고.... 지금 생각해보면, 후 조치의 연속이었다. 온몸이 아프고 피곤하니 모든 것이 힘들어지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는 걸 지금은 안다.


그런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불씨를 봤으니 얼른 그 불씨를 꺼버려야겠다. 내 몸은 내가 생각하고 아껴줘야 한다. 나도 방치하는 몸과 마음을 회사나 주변 사람들이 먼저 돌봐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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