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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Mar 01. 2020

싱가포르- 2020년 2월 갈무리

싱가포르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하지만 개인적이지만은 않은 이야기

사람들 간의 접촉이 두려워지기 시작한지도 벌써 한 달 반 가까이 지났다.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모두가 걱정이 많이 되는 이 상황에서도 시간은 흘러갔다. 개인적으로는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내 마음을 붙잡는 것이 꽤나 고역이었다. K가 싱가포르를 방문하기로 한 3월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상황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 내가 한국에 가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2월 중순이 지난 후부터 한국의 상황은 더 안 좋아져서 마음의 짐과 걱정이 훨씬 더 커진 한 달이었다.


당연히 회사일에도 영향을 미쳤다.
3월 초로 예정되었던 큰 프로젝트 두 개가 연기되었고, 불필요한 여행이나 출장을 자제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매일 회사 건물, 요가 스튜디오, 몇몇 식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체온을 재고, 어디선가 기침 소리가 들려오면 사람들은 예민해졌다. 갑자기 시간이 많아진 나는 자주 Covid19를 검색해보곤 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원인과 걱정에서 비롯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고민은 커져갔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첫 한 달은 정말 갑갑하고 혼란스러웠다. 비보시티와 센토사 사이의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 보던 2월의 하루가 생각난다. 고민의 시간 끝에 나온 결론은 꽤 단순했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연락하는 것.

내 몸을 잘 돌보는 것. 그래야 걱정 끼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안 끼칠 수 있으니까.
(잘 자고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사람 많은 곳에 갈 때는 마스크 쓰기)

내 심신에 에너지를 주는 요가를 하는 것, 글 쓰고 책을 읽는 것.

출근 전 커피 한잔 마시며 나와 놀아주는 시간인 Me-Time 갖는 것.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손을 비누로 자주 씻는 것.

현재의 환경에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것.



맞다. 2월에는 걱정과 답답한 마음에 괜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조금 더 나 자신과 놀아 주려고 노력을 했다.
요가는 이틀에 한번 꼴인 15일을 갔고, 집에도 자주 연락을 드렸으며, 연차를 쓴 하루 빼고는 평일 출근 전 매일 커피 타임을 가졌고, Classpass 어플을 이용하여 스포츠 마사지도 받아보고, Gong Sound Immersion이라는 휴식 세션도 참여해보고, 새로운 요가 스튜디오도 가보면서 조금씩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다.

또 세라믹 도자기 만들기 4주짜리 워크숍에 등록을 했다. 초등학생 때였나... 찰흙으로 연필꽂이를 만들었던 그 미술시간 이후로 참 오래간만에 점토를 만져보고 물레도 사용하며 뭔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했다. 기분이 좋았다. 긴 휴가를 당장 쓸 일이 없어져서 하루 연차를 쓰고 평일 낮에 영화 <기생충>을 한번 더 관람하는 시간도 가졌다. 간식거리를 쌓아두고 이틀 동안 영드 <킬링 이브> 시즌 두 개를 다 끝내기도 했고, 연애의 참견도 조금 더 열심히 시청하며 내 방 침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외에 구정 연휴 때 심심해서 예전 일기장 글을 조금 다듬어 잡지에 기고했던 짧은 글 하나가 채택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정말 기분이 좋았던 것도, 갑자기 물욕이 아주 많이 커져 핸드폰, 원피스, 운동복 등을 많이 산 것도, 신천지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된 것도 2월의 내 일상 속 작은 이야기들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2020년 2월은 꽤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사태가 한시 빨리 마무리되길 간절히 바란다. 벌써 2020년도 두 달이나 흘러 3월이 되었다.
한국에는 이제 봄기운이 아주 작은 발걸음으로 오고 있겠지. 봄에는 사람들이 봄볕을 많이 쬘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들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이 단순한 바람이 이렇게 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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