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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Mar 25. 2020

싱가포르에도 더 강력한 조치가 내려졌다.

2020년 3월 24일 화요일 맑음

2020-03-24, CNA 홈페이지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평소에는 그렇게도 붐비던 그 식당이 텅텅 비어있었다. 오피스 단지인 이 곳이 이렇게 썰렁한건 나도 처음 본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스타벅스에 갔다. 스타벅스의 좌석 배치가 변해있었다. 테이블 하나당 의자 하나, 그리고 거의 1m씩 테이블마다 거리도 띄운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줄을 서는 모든 곳에는 바닥에 거의 1m 간격으로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이걸 언제 다 한 거야? 분명 어제까지는 없었던 것 같은데.


싱가포르는 3월 초에는 주변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 중순부터는 유럽과 미국에서 유입되는 사람들로 인해 확진자가 그전에 비해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기사 내용을 보면 항상 오늘 걸린 몇 명 중 x 명은 Imported Case라고 제목에 쓰여있다. 3월 24일 오후 10시 40분을 기준으로 23일 어제가 확진자가 가장 많았는데 기사 제목은 '하루에 가장 많은 확진자 발생. 총 54명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중 48명이 해외에서 유입된 케이스'이다. 약 3시간 전 나온 오늘 기사도 49명 확진자 중 32명이 해외에서 유입된 케이스라고 적혀있다. 그래서 그런지 싱가포르 정부는 3월 7일부터 외국인(Short-term visitors)이 확진자 컨펌이 나면 모든 치료비는 자가 부담이라고 공표했다.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자가격리를 2주 동안 해야 하는데, 이 지침을 어길 경우 S$10,000 (약 8백5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6개월 이하의 징역 - 혹은 벌금과 징역 두 개 다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 오늘 발표된 정부에서 발표된 새로운 소식들이 더 많아졌다.

1. 3월 27일, 이번 주 금요일부터는 싱가포르에 입국하는 모든 사람 (내국인, 워킹 비자가 있는 사람들, 외국인 할 것 없이)들이 입국 전 온라인을 통해 건강 신고서 양식 (health declaration form)을 선제출 해야 한다고 공표했다.


2. 대형 슈퍼마켓들이 노약자와 임산부를 고려한 쇼핑 시간 조정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Fair price 같은 경우에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개점 후 첫 1시간은 노약자와 임산부만 이용 가능함)


3. 싱가포르 국민이라도, 지금 상황에 해외여행을 강행하고 혹시 코로나 19에 걸릴 경우 치료비 자비 부담.


4. 그리고.. 이번 주 목요일 11:59pm부터 4월 30일까지(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더 연장 가능) 거의 락다운에 가까운 임시 조치들이 시행된다는 기사를 막 읽었다. 대략적인 디테일은 아래와 같다.
요점은 회사와 학교 밖에서 10명 이상 모이는 건 금. 지.

- 실내외와 관계없이 모든 엔터테인먼트 시설 운영을 중단한다. (노래방, 바, 클럽 등등..)

- 모든 행사는 규모에 관계없이 캔슬한다. 10명 이상 모이는 것은 금지. (그 전에는 250명 이상의 행사를 금지했다.)

- 쇼핑몰, 박물관을 닫지는 않으나 16 sqm (5평 정도)의 공간에 1명 이상 있는 건 금지, 즉 사람 간의 거리가 약 최소 1m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이 지침의 적용이 불가능한 샵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 한 공간에 10명 이상 있는 것은 무조건 금지. 쇼핑몰 로비에 세일 품목을 판매하는 이벤트 등도 다 금지.

- 장례식 등의 행사에도 한 번에 10명 이상 모이는 것 지양

- 헬스장이나 요가 스튜디오를 닫지는 않지만, 정부에서 요구하는 거리 유지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운영할 수 없다.


https://youtu.be/e2Evc94agKE 



요즘 우리 모두의 일상과 가까운 미래는 마치 COVID19에 점령당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구정부터 4월이 가까워오는 요즘이 그냥 하나의 코로나 덩어리의 시간으로 느껴진다. 사람들끼리 만나면 그 이야기뿐이고, "조만간"을 이야기하지만 그때가 정확히 언제 올진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우리 모두 답답하다. 말레이시아는 실제로 국가가 '락다운' 조치가 내려져 약 2주간 정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밖을 나갈 수 없다고 한다. 군인들이 거리를 지키고 있다는 기사도 읽었다. 락다운을 하는 나라와 도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접촉을 하면 할수록 이 상황은 점점 더 길어지고 경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사람들은 더 많이 아프고, 최전선에서 일하는 분들 역시 점점 더 지쳐갈 것이고, 전 세계가 일상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안심하긴 이르지만 한국은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내 마음의 짐이 아주 조금은 덜어진 느낌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매일매일 급변하는 상황을 넋 놓고 무기력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우울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전 세계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내 일상인 것을. 그리하여 이 일상이라도 조금 더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글을 적어보았다. 비슷하고 불안한 이 일상, 꼭 붙잡고 기록해둬야지. 내일은 자택 근무하는 날이다. 외출이 불가능한 건 아니라 많이 사둘 것은 없지만, 근무시간 후에 마트는 한 번 가봐야겠다. (싱가포리안의 불안해하는 특성상 사재기를 굉장히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마스크는 꼭 쓰고.


아 맞다. 올림픽이 마침내 연기되었다. 그들도 당연한 것을 참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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