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7일
내가 다니는 요가 스튜디오의 평일 첫 수업은 보통 7시 15분에 시작한다. 집에서 스튜디오까지 넉넉히 20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6시 45분쯤 집에서 나서면 충분하다. 그 시간에 집을 나서기 위해서는 늦어도 6시 30분에는 일어나는 것이 좋다. 15분은 잠을 깨고 준비하는 시간이다. 세수와 양치를 하고, 앞머리를 대충 물로 적셔주고 수건으로 툭툭 털고 옷을 입는다.
사실은 이전에도 여러 번 평일 아침 7시 15분 수업을 예약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몸을 일으킨 적은 딱 한 번이다. 내 첫 평일 아침 운동의 시도는 일종의 핫요가 수업이었는데, 세 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 번째 - 유난히 얼굴이 잘 빨개지는 나는 핫요가 후 샤워를 했지만 여전히 얼굴의 열이 식지 않았고, 따라서 2 단계로 이루어진 내 아침 화장- 파운데이션과 립스틱 중, 파운데이션이 잘 발리지 않았다. 즉 화장의 50%를 망쳐버렸다.
두 번째 - 요가 후 커피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출근부터 퇴근하기까지 하루 종일 졸음이 어마어마하게 밀려와서 힘들었다.
세 번째 - 출근할 때 입을 옷을 챙기는 것, 요가할 때 입었던 옷들을 보관하는 것, 그 외 로션과 파운데이션을 가져가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어제는 조금 달랐다. 자택 근무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요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가벼워졌다. 요가만 하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랩탑을 켜면 출근 시간이 딱 맞을 심산이었다. 그렇게 계산을 하고 잠이 들었다.
다행히도 눈이 번쩍 떠져 개인 매트를 챙겨 스튜디오로 갔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15분 정도 주변 산책을 했다. 하늘은 어둑어둑한데 해가 뜨고 있는 방향은 주황빛, 곧 분홍빛으로 변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밝은 아침이 되었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곳을 어슬렁거리며 난간에 엉덩이를 반쯤 걸친 채 하늘을 바라보며 88-Key의 Swimming을 들었다. 고요 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제(3월 27일 금요일)부터는 개인 간의 거리 유지를 위해 한 공간에 10명 이상 모일 수 없게 되어 모든 요가 스튜디오는 한 수업 당 학생 수를 9명으로 제한한다. 그리고 카운터 앞에서 체온을 재서 다 기록을 해야 했고, 매트와 매트 사이는 1.5m가량 떨어져 있었다. 요새는 확실히 몸을 많이 안 움직이고 방에서 초콜릿 등 과자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몸이 무거웠고 밸런싱을 요하는 아사나가 힘겹게 느껴졌다. 몸은 이렇게도 정직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혼자서 스트레칭이라도 조금 더 하자는... 작은 다짐을 해보았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을 조금 당겨와 보니,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을 방문하는 것 같은 새로움이 존재했다.
그리고 사람과 차가 많지 않아 그런지 유난히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한동안은 불금을 즐기는 대신, 고요한 아침 산책을 나가보는 것이 어떨까? 아, 물론 마스크는 쓰고 거리를 유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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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스튜디오에서 연락이 왔다.
매트 9개 정책(?) 시행 이틀만에 최종적으로 4월 30일까지 문을 닫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