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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림솔훈 Feb 14. 2024

18.03.02

과거의 나 |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기 전, 나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욱림솔훈의 유림입니다.


오늘은 바람이 부쩍 따스해졌더라고요. 봄이 부지런히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계절이 다가오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몰랑해지고 마구 사랑을 흘리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봄에만 그러지 말고 언제나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요. 마음을 주는 일이란 기쁘고도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제게 '사랑'이란 단어는 여전히 너무 크기만 합니다. 그래도 모두가 각자의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번 글은 '사랑하는 일'에 관한 은솔의 에세이입니다. 

º 주제: 과거의 나


책과 나의 옛날이야기 | 유림

오후 | 대욱

18.03.02 | 은솔

사랑과 혀 | 영훈 (2024.2.14)




18.03.02



누군가 요즘을 물어본다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할래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거든요. 일부러 툴툴거리는 척 이야기해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짓는 설레고 행복한 미소를 보면 내 마음도 한껏 부풀어 오르고 깊게 미소 지어요. 스물둘이 되어 깨달은 새로운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통한 행복이에요.


 그해 겨울의 끝 무렵에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연인을 만났던 해였다. 코트를 입어도 춥지 않을 만큼 포근했던 날,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B를 만났다. B는 차를 조금씩 홀짝이다가 수줍게 연인이 생겼음을 고백했다. B의 소식을 축하하며, 얼마 전 재잘스럽게 연애 소식을 전해왔던 A를 떠올렸다. 두 사람이 각자의 소식을 전하는 분위기는 달랐지만,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저 사랑스러웠다. 귀여운 사람들이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으니 나도 광대뼈가 한껏 도드라진 채로 실실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금은 사랑이라는 말을 전보다 부끄럼 없이 쓰지만, 그때의 나는 사랑이 가까워 오면 한발 뒤로 물러서는 사람이었다. 사랑은 너무나도 큰 하나의 마음처럼 느껴져서 조금만 가까이 가도 모든 것이 흐트러질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래서 사랑은 최대한 먼발치에 숨겨 두고서 좋아한다, 애정한다는 말로 사랑이 아닌 것을 구분 지으며 무게를 덜어내는 편을 선택하곤 했다.


하지만 그들과 시간을 보낼 때면 너무 좋아서 언제나 옆에 함께하고 싶고, 그들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들만 생각하면 어쩔 줄 모르고 가득하게 차오르는 마음을 꺼내어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에게 내보일 수 없을 만큼 크게 향하는 마음은 어느 순간 짝사랑이라는 말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완전한 짝사랑이라고 부르기엔 그들과 서로 다정하게 지내고 있었고 그런 관계를 이미 행복해했다. 그저 가끔 그들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보다 내가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는 걸 느끼는 날에 그들을 향한 진심을 전하고 싶은 욕심을 참아야 했을 뿐이었다. 그들을 향한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해졌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우정, 사랑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는 커다랗고 모호한 마음이 그들에게 오해와 부담이 되어버릴까 봐 겁이 났다. 그들의 마음속 칸을 채우는 마음은 나의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랑하는 연인의 것임을 알았기에, 나는 적당한 마음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끝내 전하지 않는 편을 택했다.


때때로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서 그들에게 사랑을 바라는 욕심이 드러날까 봐 걱정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연인들이 내가 전할 수 없는 몫의 사랑을 그들에게 주었고,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욕심은 터지지 않고 오히려 증발해 버렸다. 사랑에 빠진 그들을 보며 내가 그들이 된 것처럼 기쁘고 좋았다. 벅차오르는 마음에 혼란스러웠던 것도 잠시 나는 그저 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나의 만족감이 아니라 그들의 행복이면 충분한 것이었다.


B와 카페를 나서며 선명하고 투명한 감정이 찾아온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다 줄 수 없어도 주지 못해도 내게 돌아오지 않아도 충분한 사랑이 있었다. 어두운 계단을 비추는 전등 빛 아래 나는 사랑이 보이는 앞으로 한 발을 내밀었고, 또박또박 사랑과 행복이란 글자를 적었다. 그 겨울이 지나며 나는 오히려 힘껏 더 그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많은 곳에서 사랑을 볼 수 있었다.



- 3년 전보다 더 많은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지만 여전히 그것은 일부이며 어떤 사랑을 말하는 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제목에 사랑을 담고 싶었지만 결국 날짜를 적어버린 것처럼.


2022. 02. 12

<18.03.02>

은솔 쓰고 드림


은솔의 글을 읽고 유림이 남긴 말


 사랑은 얼마나 큰 단어일까.

이런 이야기를 솔과는 자주 나눴던 것 같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모호했지만 사랑은 그 모든 것을 통틀어서 가장 모호했으니까. 어떤 사랑은 갖고 싶고 어떤 사랑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고, 어떤 사랑은 진저리 나게 싫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사랑인지 모르고 지나치기도 했다. 


나였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그 감정에 '사랑'이라는 말을 붙여보려는 솔을 좋아한다. 비록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도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아는 일. 나의 감정에 나름의 합당한 이름을 붙여보는 일. 언어란 언제나 미끄러지는 것이라지만, 적음로서 단어 안에 의미를 가둬버린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꺼내고 마는 아이러니란.  하지만 솔, 누군가의 행복만으로도 내가 행복해지는 사랑이 네 곁에 있구나. 다행이야. 그 마음이 향하는 방향이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심지어 연예인이라도!) 그런 사람을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 특별함이 솔의 곁에 있다는 게 무척 기쁘다. 글 밖에 있는 내가 솔의 마음이 되어 글 속의 세 사람을 보고 흐뭇하게 웃고 있다. 지금 내 광대도 한껏 도드라졌다. 그리고 또 한 번 좋은 사람 옆에는 좋은 사람이 있구나, 생각한다.


내겐 이제 솔이 ‘사랑’이란 모호의 바다를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발목과 무릎 너머 더 깊이. 그 바다는 젖을수록 더 떠오를 수 있어서 솔은 곧 마음껏 유영할 수 있을 것 같다. 푸르고 깊은 물결 아래로 솔의 짧은 머리카락이 하늘거리며 넓은 바다를 누비는 모습을 떠올리면 나도 마음이 풀어져서 그 바다에 뛰어들고 싶어 진다. 


있잖아. 솔이 그 바다에서 젖은 손으로 써 내려갈 글을 오래오래 읽고 싶어. 그래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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