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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공부 마음공부] #1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의 시작, 알렉산더 테크닉과의 만남

by 다시

요즘은 한 건물에 하나씩 필라테스나 요가, 스포츠 센터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비결이라 하여 명상을 하기도 한다. 혹은 둘 다를 다니기도 한다. 운동이나 먹는 건 몸을 좋게 하고 명상이나 심리치료, 종교활동 같은 건 마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몸을 좋게 하는 방법 따로, 마음을 돌보는 방법 따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몸이 많이 아프게 되면 마음이 어떨까? ‘아. 큰일이다. 더 심해지면 어쩌지? 이러다가 일을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이제 하고 싶었던 그것도 못하게 되겠지?’ 하면서 점점 걱정, 근심, 스트레스, 우울함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마음이 아프다. 반대로 마음이 아프면 어떨까? 누군가 트라우마 상태에 있게 되면 일반적으로 만성통증, 두통 등의 신체증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과 선생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정신과 환자 대다수가 소화불량, 두통, 어지러움, 통증 등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몸의 건강은 마음의 건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고 이 둘을 함께 다루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소마틱스’라고 부르는 몸과 마음을 모두 아우르는 훈련 혹은 교육법이다.


나는 2005년에 다양한 소마틱스의 방법 중 하나인 알렉산더 테크닉을 도서관에서 만났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갔다가 ‘알렉산더 테크닉’이라는 처음 듣는 제목의 책을 보게 된 것이다. 책에는 뼈 그림과 여러 자세를 보여주는 사진이 있었고, 특이하게도 법정스님의 글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이 묘한 조합은 뭐지? 특이하네’였다. 구미가 당겨서 책을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희한하게 책 한 권을 다 읽었는데도 알렉산더 테크닉이 뭔지 알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더욱 강해지는 호기심은 수업이 열리는 곳을 찾아 가게 했다. 마침 책의 저자이자 한국에 들어와 알렉산더 테크닉 수업을 시작하신 백희숙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얼떨결에 참석한 첫 수업. 첫 숙제 역시 독특했는데 일주일 간 전화를 받기 전에 1-2초 정도 잠깐 멈추고 전화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특이한 숙제라 생각하며 전화가 울릴 때 숙제가 떠오르면 잠시 멈췄다. 그렇게 멈출 때 벨소리와 나의 받는 행위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그때의 나에는 꽤 특별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고 있는, 할 수 있는 ‘나’란 존재를 흘깃 볼 수 있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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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나’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할 수 없었다. 시각을 다투는 바쁜 직장, 두 아이들, 친정과 시댁에 봉사해야 하는 나. 그래서 알렉산더 테크닉 수업을 들으면서 ‘그때그때 허겁지겁해야 할 일을 기계처럼 하고 있는 내가 잃어버렸던 무언가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내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매주 수업이 진행되면서 어렴풋했지만 내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작은 조각들이 조금씩 손안에 들어오는 기쁨이 있었다. 조금 더 고요 속에 머물고 싶은 나, 누군가의 며느리나 아내, 엄마가 아닌 내가 되고 싶었던 나...


일상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일단 몸에 대한 자각이 늘어나고, 과도한 긴장을 조금씩 알아차려 힘을 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슈퍼에서 물건을 사서 들고 올 때 문득 ‘어? 내가 팔을 왜 이렇게 구부려서 이 무거운 걸 들고 있지?’ 그러면 팔을 펴고 물건을 아래로 툭 떨어뜨리는 것이다. 바로 팔이 편안해지는 걸 느끼면서 ‘아~ 내가 또 쓸데없이 힘을 주고 있었네. 이렇게 놓으면 되는데.’ 나의 모습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 같아서 생각에 잠기고.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 하는 일, 외부에 펼쳐지는 사건들에 대한 알아차림이 늘어났고, 일어나는 다양한 자극에 대한 반응에도 변화가 생겼다. 좋아하는 것들이 달라지고 알렉산더 테크닉과 비슷한 것들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외부에 보이는 몸과 움직임이 덜 어색하고 자유로워지는 것과 비례해 나의 시선도 조금씩 더 내면을 향하게 되었다.


알렉산더 테크닉에 푹 빠져 지내는 몇 해가 지나 국내에 교사 과정이 생기자 주저함 없이 첫 기수로 입학을 했다. 3년 1600시간의 꽤 긴 교사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교사로 이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 자세교정이라고 생각해서 통증의 원인이 되는 자세를 점검받거나 교정할 목적으로 레슨을 오는 경우가 많다. 하다 보면 자세라는 것, 움직임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내면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세와 움직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자세와 움직임을 관찰해야 하고 그걸 보다 보면 자신의 내면 상태, 변함없는 신념, 태도 등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아는 것이 반이라 내가 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왜 안되는지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해 아는 것이 늘어난다. 그래서 알렉산더 테크닉에서 이런 질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알렉산더 테크닉을 만든 창시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 “잘못된 것을 그만두면 올바른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한동안 ‘더 좋은 걸 하면 되지 왜 굳이 잘못된 것에 시선을 두어야 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새는 독에 물을 채울 수 없듯, 적어도 나에게 해로운 것들을 피하는 것이 더 많은 물을 쏟아 붓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것보다 더 현명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20211208_d3157f2f0212a80a5d042c127522a2d5.jpg 배우 유아인 씨가 알렉산더 테크닉을 하는 장면 (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캡처)


알렉산더 테크닉이란?


호주 출신 셰익스피어 연극배우였던 F.M. 알렉산더(1869~1955)에 의해 창안된 몸과 마음의 사용법이다. F.M. 알렉산더는 연극 도중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거울을 설치하고 9년간 자기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가져오는 몸과 마음의 사용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몸과 마음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는 심신 일원론을 주장했다. 또한 인간이 가진 의식의 힘을 강조했다. 자신의 작업을 주변에 가르쳐주면서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고 존 듀이, 조지 버나드 쇼, 올더스 헉슬리, 틴베르헨 등의 유명 인사들이 그의 열광적인 지지자가 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휴 잭맨, 마돈나, 스팅 등 많은 예술가들이 더 나은 퍼포먼스를 위해 배우고 있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주요 원리는?


Primary Control (우선적 조절), Inhibition(자제), Direction(디렉션)의 3가지 주요 원리가 있다.


우선적 조절은 척추동물의 움직임에 있어 최우선적인 협응 조건인 머리와 목의 관계이다. 인간의 자세와 움직임에서 목과 머리의 좋은 관계는 호흡, 발성, 팔, 다리의 움직임 등 모든 움직임을 보다 효율적이게 한다.

자제는 자극이 왔을 때 우리에게 해로운 반사적이고 습관적인 반응 패턴을 잠시 멈추는 것이다. 이렇게 멈출 때 비로소 우리에게 해롭지 않은 보다 유리한 반응을 의식적으로 선택해 행할 수 있다.


디렉션은 우리 자신에게 주는 명령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이롭지 못한 반응을 멈추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방향을 설정하고 선택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디렉션은 의식적 선택이자 결정으로 현실에서 필요한 것이 일어나게 한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5가지 지시어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든 사용할 수 있는 범용적이고 일반적인 5가지 지시어이다. 이 지시어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생각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적어도 불필요한 긴장이나 수축을 방지할 수 있고 이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복해 보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과거와 미래로 떠도는 생각을 지금 이 순간, 내 몸으로 가져올 수 있어 명상의 효과도 가질 수 있다.


순서대로 하나씩 천천히 떠올려본다.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허용한다.


1. 내 목이 자유롭다

2. 내 머리가 앞과 위로 향한다.

3. 내 몸통이 길어지고 넓어진다.

4. 내 다리가 몸통으로부터 분리된다.

5. 내 어깨가 중심으로부터 양 옆으로 멀어진다.


작성자: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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