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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May 18. 2022

[세상을 이롭게] #11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본 시리즈는 한 중년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는 다 컸고 시간 사용이 예전보다 자유로워진 상황에서 자신만이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활동을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것. 그는 말했다.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인터넷을 뒤져도 잘 나오지 않고요.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 더 구체적으로는 자원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는 중년을 위한 정보를 모아보자던 대화가 이 시리즈의 시작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뒤져보니 자원봉사 정보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1365나 VMS 등 다양한 자원봉사 플랫폼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봉사시간이 필요한 청소년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장기간 관계를 맺기보다는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참여자가 자발성과 자율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접근 가능한 정보의 한계 안에서 최대한 자원봉사에 관한 여러 정보를 담고자 노력했는데 본 시리즈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 때 주의해야 할 점을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다. 


첫째,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은 어려운 이웃을 직접적으로 돕는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웃의 어려움이 생겨나는 구조적 원인을 찾고,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일까지 포함된다.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제3조에서는 자원봉사를 ‘개인 또는 단체가 지역사회 국가 및 인류사회를 위하여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지역사회 국가 및 인류사회를 위하여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라면 그 무엇이든 좋다. 특히 최근 자원봉사의 개념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즉 사회적 경제,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강조하고 있다. 보육원 아동을 후원하는 일만큼이나, 보육원 아동이 보호 종료 후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 체계를 감시하고 의견을 내는 일도 필요하다.


둘째, 꾸준히 자원봉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단체나 조직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개인이 자원봉사를 시작할 때는 개인적으로 하기보다 그 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단체나 조직에 속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비영리단체와 인연을 맺을 때, 단체의 지향과 비전이 얼마나 명확하며 자신과 잘 맞는지, 그리고 재정 사용이 투명한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을 평가하는 기관(www.guidestar.or.kr)을 통해 활동 투명성과 재무 안정성을 확인하는 법에 대해서는 시리즈의 세 번째 글 ‘비영리단체 투명성 확인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가이드스타 홈페이지 캡처(www.guidestar.or.kr)

비영리단체 중에서 사회적 약자를 지나치게 ‘불쌍하게’ 연출해, 동정심으로 후원을 유도하는 곳은 인연을 맺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선정적으로 비극과 빈곤만을 부각한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상업적 효과를 거두는 모금활동을 플르스와 스투어트(Plews and Stuart, 2006)는 ‘빈곤 포르노’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미지를 한정시키고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하여, 편견과 차별의 시각을 고착화한다는 것이다. 단체 입장에서는 빈곤과 고통을 자극적으로 묘사할 때 모금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그런 방식이 반복되면 복잡한 문제를 너무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수동적 존재로만 묘사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꾸준히 관련 기사와 책을 읽고, 관심 있는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관련 단체와 인연을 맺거나, 관심 있는 이들과 연대하거나,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 한 예로, 2014년에 '인생 후반기를 뭐라도 하면서 보람있게 가꾸자'는 생각으로 경기도 수원의 50~60대가 모였다. 이들이 각자의 지식과 배움을 주고 받은 경험은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영상 자서전을 만들어주고, 음악적 재능을 나누는 등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이어졌다. (김정일 교장의 '뭐라도 학교') 평범한 이들의 관심과 대화, 연대가 새로운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진 사례다.  


나와는 동떨어진 일 같다고? '뭐라도' 가까이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시리즈에서 안내한 멘토링, 유기견 활동, 연탄 봉사 등 어떤 일이라도 좋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이렇게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되니까. 


다시뉴스 필진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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