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을 배우던 1호가 한 말.
학교에서 C언어를 배우고 있나 보다. 프로그래밍 전공과목시간이 제일 좋고, 그다음이 컴퓨터 일반 시간이라나.
그러더니 갑자기 러시아어를 배우고 싶단다. 왜 배우고 싶냐고 물었더니, 학급에 러시아 애들이 있는데, 자기네끼리 얘기하는 걸 엿듣고 싶다고. 뭐라고 하는지 너무 궁금하다는 거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아마 나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겠지.) 물어본다.
화상회화하는 과목을 러시아로 바꾸고 싶다고. 원래는 일본어 화상회화를 하고 있었다. 1여 년 동안 했지만, 그다지 잘한다는 느낌은 안 든다. 본인은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큰 물에 나가면 당연히 자신의 실력에 대해 알게 되기에 나는 그냥 잘한다 해준다. 1호가 하고 싶어 하니까 허락해 주었다.
요즘 무기력한 학생들 속에 나의 1호가 없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으니까.
과목과 선생님 알아보고 결제를 해주면 되니까.
이제는 내가 가르치는 것보다 좋은 선생님과 1호의 하고 싶다는 마음,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교육에는 언제나 비용과 노력이 수반되는걸 1호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눈치를 보면서 말한 것이겠지. 일어를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언어에 끝까지가 어디 있겠냐만) 해보던가, 일본어 검정능력시험이라도 보던가 등의 잔소리를 들을 것임을 알았던 것이렸다.
하지만, 나는 뭔가 해보겠다는 1호가 기특할 따름이다. 1호의 예상과는 다르게 칭찬했다
좋은 소리라도 2번 이상 듣는 걸 식상해하는 사춘기지만, 칭찬은 항상 고픈 법이다.
-그래, 너는 어릴 때부터 말하는 걸 참 잘했어. 엄마는 그게 신기했지. 끝말잇기를 이기기 위해서 사라진 우리 고유어까지 검색해 가면서 외웠잖아. 그래서 그런지 외우는 건 진짜 잘하더라. 다른 나라 말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할 것 같아. 엄마는 네가 알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가치 있고 의미 있어. 언제부터 할 건지 계획이 생기면 엄마에게 얘기해 줘. 자세히 얘기해 보자. 근데, 너는 프로그래밍하고 나중에 게임 만들고 그런다면서. 그런데 외국어를 배우고 싶어? 다른 파이썬(프로그래밍언어) 같은 그런 거 배워야 하는 거 아냐?
그랬더니 1호의 말,
-아냐,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것도 언어잖아. 컴퓨터 언어. 나는 그냥 언어에 관심이 있는 거였나 봐.
그러면서, 빠져나갈 구멍 하나를 말한다.
-지금은 이래도 또 바뀔 수 있어.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이러면서 씩 웃는다.
아,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게 어디냐. 멍한 동태눈으로 좀비같이 학교에 왔다 갔다 하지 않는 것만 해도 나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학교 졸업하면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질 텐데. 학교 다닐 때 네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 등 너 자신을 잘 아는 것도 큰 공부이다. 그걸 몰라 40대가 되어도 헤매는 사람 많고, 그 나이 때 되면 또 다른 것들이 생기니까. 그래서 방황하는 사람도 많아.
나는 너의 의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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