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마음대로 살기

마음은 편치 않았다.

by 배써니

2025년의 계획을 조금 더 원활하게 지키기 위해 제시했던 영어회화 학원 같이 다니기는 한 달만에 끝이 났다. 사건의 발단은 아주 단순했다. 적어도 영어 책에 있는 어휘를 공부하고 가라는 잔소리였다. 같이 공부하면 역시 안 되었었나 보다. 공부하는 걸 옆에서 본다는 것은 아주 커다란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역시 공부는 습관인 것 같다. 계속해왔던 것이 아니기에 짧은 시간에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왜 나는 기다리지 못했는지 약간은 후회스러웠다.


2호는 그래도 다녀보겠다고 했어서, 그럼 공부하라고 했다. 1호의 안 다니겠다는 말에 불똥을 2호 쪽으로 튄 것이었다.(여기서 잘못한 것이었다.) 너무 화가 난 2호는 그럼 자신도 안 하겠다고 했다.


나는 2호의 계획이 너무 좋고, 그래서 도와주려 한 건데, 너무하지 않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 말에 2호의 대답은 나를 할 말을 잃게 했다.


"내 계획이고, 내가 괜찮다는데 왜 그래? 내가 알아서 한다고!"

여기까지는 다른 집 아이들도 많이들 하는 말이다.


"나는 내 계획을 엄마가 통제하는 게 싫어!"


통제라니?


나는 통제한다고 저언혀 생각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엎어지든, 자빠지든 관여하지 말고

그저 옆에서 지켜보겠노라는 나의 생각은

아주 아주 위선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공부하고 학원 다니는 게 힘든 아이에게

그럴 거면 그만두라는 말은

사실 내가 그 힘듦을 보기 싫어 회피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얼마나 어리석은지

나는 항상 지나고 나서 이렇게 뉘우친다.


오냐,

그럼 나는 네가 무엇을 하든 '통제'하지 않겠다.


나는 이렇게 선언하고 남은 한 달간 네가 어떤 생활을 하든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너무 화가 났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인간이 한없이 어리석고 작고 힘없는 존재인지 인정한다면서도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아이에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지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당신은 잘하지도 못하면서 왜 내게 이런 요구하냐고 따지지 않는다.

나는 그런 점을 어느 정도 무의식적으로 이용한 것일까.


나야말로 자유롭게 키운다고 자부했는데, 사실 나는 나의 그런 점을 놔두고 방치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니까, 뭔가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은 생각하지 말고 그냥 덮어두기로 했다.

이제 나는 정말 자유부인으로 살겠다 선언했으니, 그동안은 그렇게 살아보고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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