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목표는 영어공부
2025년 새해가 밝았다.(사실 밝은지 꽤 되었지만)
항상 우리는 새해가 되면 새해 계획을 세운다. 지켜지지 않을 확률은 높다. 그래도 계획을 세우라고 한다.
취업과 진학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는 각자의 성적표에 대해 얘기했다. 1호와 2호 모두 교과 성적이 영어가 현저히 낮았다.
나도 그다지 영어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영어가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 알고 있다. 사회 나와서도 발목을 잡는 게 수학과 영어라는 것이 여러 모로 맞다는 것을 살면서 느꼈기 때문이다. 학교 졸업 후에도 좀 더 나은 직장을 위해 영어학원을 다시 다녔다.
나는 1호와 2호에게 이런 얘기를 해 주며 영어를 공부하는 목표에 대해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무조건 하기 싫다는 말은 내게 안 통한다는 것을 그동안 나와 함께 살아온 경험으로 1호와 2호는 알고 있다. 반론을 펴기 위한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
1호는 영어의 모음 발음이 여러 가지로 변형된다는 것에 불만을 토로한다. 한글은 1가지 모음에 1가지 발음만이 난다. 그건 어디에나 마찬가지다.(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자음도 받침 이외에는 자음과 소리가 1 대일대응의 발음이다. 묵음도 짜증 난다나. hour가 왜 '하워'가 아니고, know가 '크노우'가 아니냐며. 너무 짜증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법을 알아야 한다고. 한국어랑 다르게 영어는 문법은 철저하다고. 단어가 어디에 자리하느냐에 따라, 말이 달라진다고. 오케이 문법 공부해야겠네.
나의 말하기 화법은 이런 식이다. 그러면 또 핑계를 댄다. 하지만, 나는 이런 핑계에 반론을 펼치고, 그 속에서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key로 삼는다.
반면 2호는 영어 공부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다. 2025년에는 동아리부장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고,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를 정해 두고 있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을 위해 부족한 교과공부를 방학 때 해야 하지 않겠냐는 나의 문제제기에 수긍을 했다. 2호는 수긍을 빨리 했기에 다음 논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계획을 하겠냐고 물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흐지부지하게 된다는 것은 그동안의 계획 세우기와 실행을 하며 깨닫지 않았냐고.
2호는 영어를 혼자 공부하기에는 힘들다고 얘기했다. 그럼 인터넷 강의는 어떤지 물었다. EBS강의가 딱딱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진도 나가기는 좋다고. 인강은 강의식이라 자신에게 안 맞는다 한다.(오프라인 학원을 권유하려는 나의 의도를 차단하려는 고단수 화법이다.) 그러면 엄마랑 공부해 보겠냐는 말에 일축했다. 엄마랑은 힘들다며, 거절한다. 엄마랑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나.(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도 저도 설득이 안 되면 나는 항상 최후의 수단을 쓴다. 바로 네 인생은 네 것이다를 시전 한다. 엄마는 거들뿐, 네가 지금 안 한다면 2025년은 또 허덕이면서 네가 계획한 학교생활과 진학계획은 이렇게 저렇게 어그러질 것이라고. 나는 예상되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가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지, 그때 어떤 느낌이 들 것인지 상상하도록 물었다. 이 과정은 정말 시간이 많이 든다. 내가 겪었던 경험과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 사례까지 동원하고 나서야 겨우 설득당해 준다. 물론 한 번에 이 과정의 끝을 맺는 건 아니다. 몇 날 며칠이고 바람 잡고, 말이 나오면 염두에 두었던 말들을 차근차근 옆구리 찌르듯이 한 번씩 지나가듯 말한다. 그러다 말을 받아주면 이 때다 싶게 보따리장수가 물건을 재빨리 풀어놓듯 주저리주저리 말을 한다.
지지부진한 논쟁과 핑계를 엎는 작업의 결과 우리는 영어회화를 통한 영어 문장을 실생활에서 쓰면서 문법을 익히기로 합의를 봤다.(참... 힘들다.)
다음부터는 내 일이 된다. 여기저기 영어회화학원을 알아보고, 적합한 커리큘럼이 있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영어 기초가 겨우 되는 청소년의 다닐만한 학원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영어회화는 성인 대상이고 중고등학생들은 학교 내신 영어나 수능 영어를 위한 커리큘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사실 수요도 거의 없을 것이다.) 영어회화를 잘하는 중고등학생들은 유학 가기 위한(?) 클래스라 수준이 상당했다.
나는 결국 성인영어회화 클래스를 등록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리고 학원 커리큘럼에 대해 설명해 줬다. 영어는 예습이 중요하다고. 모르는 단어나 말할 단어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가면 더 머릿속에 남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학원을 다녀도 자신이 공부하는 시간이 따로 없으면 학원에 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 개인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다. 같이 해 주냐고 물어보니, 처음에는 각자 한다고 했다.
회화수업 후 따로 숙제와 앞에서 말하기 테스트, 온라인으로 회화를 듣는 숙제가 있다. 이걸 패스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롤 갈 수 없다.
듣기 평가도 있는 이 숙제를 할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도 있다. 1호와 2호가 나에게 물어보았다.(성인 회화이다 보니, 비즈니스에 관련된 단어가 좀 나오는 편이다.) 나는 몇 번 대답해 주다가 직접 찾아보라고, 그래야 자기 공부가 된다고 말해 줬다. 그랬더니 2호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직접 찾는다.
2호는 영어 외에도 수학과 역사, 과학을 공부하겠다며 관련 도서를 사 달라고 했다. 독학에 점점 특화되어 가는 2호를 보면서 조금 안심이 된다.
반면 1호는 듣기 평가 문제는 하기 싫었다보다. 1회는 혼자 했는데, 2회부터는 같이 하자고 말했다. 나는 흔쾌히 OK라고 말하고 듣기 평가를 했다.
어쩜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도 아직도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밥 찾을 때, 돈 달랄 때 빼고 내가 아직도 필요하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덕분에 다시 영어회화를 1호, 2호와 억지로 공부하게 되었다. 이거 참 애들 말로 럭키비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