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사람들마다 묻네요.
자신이 속한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내게는 당연한데, 남들이 보기엔 이상한 것들이 있다. 오늘 그런 질문을 몇 번이나 받는지 모르겠다. 유치원의 특수한 상황을 알기엔 너무나 얽히고설키는 일이 많다. 초등학교 교사, 중학교 교사, 고등학교 교사는 방학을 맞으면 학생도 쉬고, 교사도 쉰다. 그런데, 유치원은 졸업했더라도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유치원에서 돌봄을 해 준다. 그래서 졸업식에 졸업한다고 졸업사진 찍고 어쩌고 하는데, 나는 그 졸업식에 맞지 않는 사람같이 여겨졌다. 그냥 불편했다. 남의 잔치에 와서 옆에 껴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졸업식 때에도 유아를 하원시킬 때 이제 유치원에서 데리고 가지 않느냐고 묻는다. 나는 부모님과 말씀 없으셨냐고 부모님과 얘기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6학년은 초등학교 돌봄에 가지 않는다. 그리고, 중학교도 졸업식 이후로는 졸업한 중학교에 어떤 형식으로든 가지 않는다. 이를테면 중학교 공부가 부족해 보충을 받을 수업이 있어도 학원에 가거나 따로 공부하지 다시 중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중학교에 있는 교사들이 가르치친 않고 외부 강사가 와서 가르치긴 하겠지만, 중학교3학년 졸업생은 중학교에서 어떤 활동도 하지 않는다.
오늘 유치원을 졸업했는데 왜 유치원에 다시 나오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으니, 짜증도 나고, 뭐지?라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생각을 해 보았다.
일단 초등6학년과 중학3학년은 돌봄을 원하지 않는다. 학생이든 부모든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아는 부모가 원한다. 그래서 방학 중 돌봄은 부모들이 원해서 생긴 것이었다. 나는 부모님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은 했지만, 말하면서 뭔가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고, 질문자가 오해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들었다.
억지로 부모와 떨어뜨리게 만드는 제도가 아닌가 해서 아이들과 부모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은연중에 부모가 돌보지 않는다고 내가 비난하는 것이라 생각할까 봐 걱정했다.(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래서 사실 졸업식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아직 나와는 만나는 친구들이 대다수인데, 담임선생님과의 마지막에 나도 선생이라면서 아이들에 내게 기념사진을 찍자며 오면 괜히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이 질문을 하는 사람은 내게 교육공무원이냐고 물었다. 정식 교사냐고 묻는 것이다. 아니라고 말하니까, 내게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방학인데, 교사가 왜 애들을 돌보러 나오냐고 말한다. 몰라서 묻는 것이겠지만, 열등감을 뭉쳐놓은 보따리를 계속 쑤시는 것 같아 자꾸만 얼굴이 굳어지려고 한다.
서둘러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그 사람은 다른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학기 중에는 오전 정담임교사가 오전에 아이들을 교육하고 오후에는 나와 있는다니까, 편할 것 같다나. 애만 보면 편하지. 각종 행정업무도 함께 해야 한다. 학기 중에는 정담임교사, 유아의 건강과 보건을 위한 환경을 관리해 주는 인력이 있다. 하지만, 방학 때는 오롯이 혼자다. 학기 중에는 한 반에 3명의 인력이 들어가지만, 방학엔 1명이 한다. 그러니 행정과 돌봄은 내가 하더라도 환경관리 등의 다른 일을 보는 분이 필요한 것이다.
방학 때는 그분들이 안 나오시니, 우리가 오전부터 주욱 오후까지 봐야 하고 짬짬이 행정업무도 해야 한다고.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옆에서 보니 쉬워 보이겠지. 하루 종일 애들과 함께 있어보라고 하고 싶다. 중간중간 전화도 받아야 하고, 바뀐 하원시간과 애들 놀거리 등을 준비하고 관리하고, 점심 먹는 것과 간식까지 챙겨주고... 점심도 초등돌봄은 가정에서 도시락을 싸주는 곳이 있어 아이들이 먹도록만 준비해주면 된다.(물론 매식하는 초등돌봄도 있긴 하다.) 그런데 유치원은 학교급식이 되지 않으니, 도시락을 유치원에서 일괄 구매해 유아들에게 배부해 먹는다. 이것도 유아들이 도시락 뚜껑을 여는 것을 혼자하지 못하니 일일히 한 명씩 해 준다.간혹 혼자 해보겠다고 하는 유아들이 있는데, 성급하게 하다가 국이나 반찬을 엎는다. 그럼 그것을 또 치워야 하고. 여기 저기서 도시락 뚜껑을 열어달라고 말한다. 정말 많이 손이 가는 일이다. 더구나 만3세와 같이 어린 유아들은 일일이 모두 신경써 줘야 한다. 10명이상의 유아들을 한 명의 성인이 다 해 줄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기 중에는 나눠하던 일을 방학 동안 혼자 다 처리하려면 힘들다. 혼자라고 해서 그동안에 했던 것들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니 과중한 업무라고 하는 것인데, 너무 쉬운 일처럼 얘기하니 속이 다 상한다.
유치원 교사였던 지인이 우리나라는 유치원 때까지는 정말 제도가 잘되어 있다고. 오죽하면 애 낳아서 유치원 때까지는 일할 수 있다고 말하겠는가. 초등1학년이 되면 엄마들이 하던 일 접는다는 게 유치원 돌봄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겠다.
졸업한 초등6학년과 중3학생들도 돌봄을 요구해 보자.(반어법인 것 아시죠?) 물론 교사들은 무척 싫어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