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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줄어서 교사를 줄인대요.(교사감축 기사)

치킨집 장사하는 건가요.

by 배써니

교사를 줄인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런데 기사제목이 매우 저급스럽다. 뿔이 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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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초등교사는 1300명 뽑는다니. 유치원도 포함한 숫자인지는 모르겠다. 점점 주의력 부족, 행동장애 유아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교원들을 적게 뽑는다니. 이 기사 아래 댓글엔, '애도 없는데, 당연히 교사를 줄여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쇄도한다.


https://m.news.nate.com/view/20250207n11241?mid=m03


누누이 얘기하지만, 옛날에 가르쳤던 그런 아이들이 아니다. 개별성을 존중하라는 교육을 하라는데, 교사 1명이 어떻게 그 많은 요구를 들어주냔 말이다. 물론 교사 같지 않은 사람도 있다. 교사는 가르치기 위해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직업이다. 끊임없이 자기 연찬을 하지 않으면 애들에게도, 부모에게도, 결국엔 자신에게조차 외면받는 정신적 3D업종이다. 물론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아 하는 교사들도 개 중에는 있긴 하다. 그래서 정규교사를 점점 안 뽑고 기간제로 채우고 나 같은 계약직을 대폭 늘린다 하자. 그럼 누구 손해인가.


교사인원감축을 해도 괜찮을 거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학령인구가 줄어 자연스럽게 학급당 인원이 줄 것이라나.(그래서 점점 학급당 인원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학급당 인원이 차지 않아서 반 1개가 없어진다. 나름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자 학급당 정원 수를 줄이고 있다. 우리 학교에도 1명이 모자라 반 1개가 없어졌다. 긴급으로 교직원 중 자녀 있으면 이쪽 학교로 배정해 준다는 메시지가 왔었다. 결국 없어서 그 반의 학생들은 다른 반으로 편성되었다.


이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할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학교가 폐교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가 폐교하면 그 지역은 생기를 잃는다. 지역 내수에도 아마 큰 타격이 올 것이다. 학교 근처 편의점, 음식점, 카페, 학원 등이 한순간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그 지역이 슬럼화된다. 그런 지역이 점점 많아지면, 건물이 노후화되는 등 사회적 비용이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겨우 학교 하나가 사라지면 도미노처럼 생기는 일이다.


치킨 가게가 폐업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 치킨 집에 치킨을 주문하지 않아서이다.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매출이 없으니, 적자가 나고 적자가 나니 못 버텨 폐업의 수순으로 가는 것이다. 이것은 노량진에서 특수교사 시험을 준비했던 수험생에게 들었던 말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특수교원을 뽑는 인원이 매우 적었다. 특수교사를 점차 뽑지 않으니, 마치 치킨집 같다고 얘기했었다. 그러면서 교육은 수요가 있다고 해서 교사를 뽑거나 학교를 짓지 않는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었다.(지금 그 분이 특수교사가 되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기사에 의하면 유치원 교원은 얼마나 뽑는지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초등교원보다 적게 뽑을 것이다. 유치원교원 선발인원은 초등교원 선발인원보다 항상 적었기 때문이다. 2019학년도에 1000대로 뽑은 적이 있었지만, 이후 계속 선발인원이 줄어 이제는 200명대를 뽑는 것 같다. 응시인원은 해마다 늘어 2025학년도는 15,000여 명이 접수했다.


그래, 뭐, 정규직 교사 1명 비용으로 비정규직 인력 2명을 채용할 수 있으면 교육청 재정은 괜찮을지 모른다. 소위 가성비를 따져서 말이다. 처우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느낀 교사는 면직(공무원 사직)을 할 것이다. 사실 교사시험 통과하고, 교사 일 어느 정도 하면 맘먹기 따라서 훨씬 괜찮은 일을 할 수도 있다.


공공의 역할을 하는 학교, 의료, 재난안전 등은 어느 정도는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교육계획은 백년지대계인데, 이런 단순한 경제논리로 교원인원을 섣불리 결정하면 안 될 일 같다.


교사는 교육을 직접 수행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단기간에 오른 건 경제성장도 한 몫했지만, 교육도 한 축을 담당했다. 먹는 것 입는 것 줄여도 교육비만큼은 절대 줄이지 않았던 윗세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유아교육이든, 초중등교육이든, 고등교육이든 온 국민이 힘을 합쳐서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해서 그나마 살만한 국가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입장에서는 교원을 감축하면 비정규직일자리가 늘어날 것임을 알기에, 괜찮은 뉴스일 수도 있다. 그 자리가 나에게도 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멀리 생각해 보면 그렇게 긍정적인 일은 아닐 것 같다.(내 생각이 틀렸기를 바란다.)


학령인구가 줄어든대로 교원을 감축시켜가는 경제논리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교육요구가 커져가는 것에 맞춰 선발교원 인원 수를 유지해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가오는 변화를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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