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힘들까.
2월 중순이 넘어간다. 3월이 되면 이제 각 학교에서 진학과 진급을 한다.
유치원을 졸업하면 초등학생 1학년이 된다. 나는 모든 학교급 진급에서 가장 중요한 때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진학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학제에서 가장 긴 6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6년이기에 전학이 아니라면 거의 한 학교를 긴 기간 다녀야 한다.
유치원에서 배웠던 규칙들과 행동들은 초등학교에서도 이어진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습득하고 진급하는 것이라, 대부분은 무난하게 지낸다.
유치원에서 알았던 친구들과 함께 반이 배정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여기저기서 섞여 들어오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다시 공평한 출발선에 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하다. 그림을 잘 그리는지, 운동을 잘하는지, 수학천재인지 전혀 서로들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 의사소통하는 기간이 바로 3월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때와는 달리 이때 갑자기 학습을 시키려 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학습은 학교에 적응하고 나서 충분히 잘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게다가 1학년 학습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다. 시키고 싶다면 2학년 2학기 때부터 시켜도 늦지 않다.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6년을 계속 다녀야 하는 아이 입장에서는 학습적인 것보다 더 힘들어 할 수 있다. 이건 바로 한 번에 보이지 않는 문제라 이미 그런 기미가 보이면 바꾸기 힘들다.
맨 처음에 봐야 할 것은 아이들끼리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정서상 단단한 아이들도 어떤 어려움이 오면 약간은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 그래도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고 지지해 주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있다면 금방 좋아진다.
그런 차원에서 은이는 많이 걱정되는 친구다. 자기주장만 강하고, 다른 아이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오직 칭찬에만 반응하고, 자신이 잘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언급되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한 동급생이 예전에 잘못한 점을 들춘다.
무리에 끼고 싶어 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안쓰럽다. 자신을 놀이에 당연히 끼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놀잇감을 한 번 차지하면 다른 애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일절 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좋아할 리 없다. 아이들은 그 아이가 하지 않는 놀이를 만들어서 한다. 그러면 은이는 같이 하고 싶어서 다른 아이들이 만든 놀이를 따라 한다. 여기 까지라면 문제가 그다지 되지 않는다. 놀이를 만든 아이들은 은이가 따라한다고 항의해 보지만, 나는 너희들이 만든 놀이가 좋으니까 따라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가끔 저작권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고민하기도 한다.) 자동차 놀이를 한다고 치면 자동차에 관심도 없던 은이가 친구들이 자동차 놀이를 하니, 옆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논다. 은이는 옆의 아이의 자동차를 향해 일부러 부딪친다. 이래서 또 서로 옥신각신 갈등이 생긴다. 같이 노는 방법을 알려줘도 자신의 방법대로만 놀이해야 하는 은이는 당연히 불만이 쌓인다. 게다가 평소에 자신이 싫어하는 아이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운다. 스치기만 해도 때렸다고 하거나, 자신을 노려본다고 한다. 심지어 그 아이 옆에 있다가 자기가 넘어지고는 그 애가 밀어서 넘어졌다고 하기도 한다. 이런 태도를 계속 보이니, 공동체생활의 기본생활규칙을 상기시켜 줄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1학년 첫 학기는 아이들이 그룹을 만드는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주장만 강한 아이는 아이들에게 많은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왕따 없는 왕따가 생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혼자 다니게 되는 그런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끼워주려고 해도 무리에서 돌출행동을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신만의 규칙을 계속 무리에게 요구하면 아이들도 어쩔 수 없다. 이런 경향은 7살부터 나타나긴 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조금 신경 써주야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3월에 많은 트러블 없이 지나갈 수 있다.
유치원에서는 수업 시간이나 놀이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동시에 모여서 수업할 때 짧게는 10분일 수도 있고 15분일 수도 있다. 활동하는 시간이 40분일 수도 있다. 40분 수업에서도 아이들이 앉아서 듣는 시간은 겨우 10분 내외다(안 그런 수업도 있다.). 아이들의 상태에 따라 진행하기에 앉아서 들어야 하는 것이 초등에 비해 많지 않다. 하지만, 초등학생 수업은 40분과 10분의 쉬는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잘 지켜야 한다. 이것이 잘 안 되는 경우가 특히 많다.
유치원에서는 기본생활습관이 교육과정에 들어 있다. 그래서 화장실 가기, 친구나 선생님이 말할 땐 같이 말하지 않고 듣기 등을 교육한다. '이런 당연한 것도 교육해야 되나'라고 성인입장에서는 생각할 수 있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힘든 일일 수 있다. 초등학교와는 비교적 자유분방하게 지냈던 유치원과는 다른 생활이니 당연히 생소하고 불편하다.
늘이는 선생님이 말할 때 한 1분 정도만 선생님을 보고 점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후니는 선생님이 말할 때 같이 말한다. 이런 행동은 초등학교 생활 적응에 힘들 것이다.
유치원은 부모참여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물론 초중등교육기관에서도 당연히 부모참여는 중요하지만 유치원만큼 아주 강조되지 않는다. 점차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학습에 관련된 것은 부모가 참관하는 정도지 학습내용을 이렇게 가르쳐라 저렇게 가르쳐라라고까지는 안 한다.(유치원은 그렇단 얘기?는 아니다.)
물론 초등저학년은 유치원생일 때보다는 조금은 덜하지만, 그래도 많이 케어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스스로 가방메기, 옷 입기, 신발 신기 같은 것들은 당연히 아이 스스로 해야 한다. 급식실로 가서 먹는 학교도 있는가 하면, 반마다 급식통을 가지고 와서 교실에서 먹는 학교도 있다. 각 학교 반마다 급식하는 규칙이 있으므로 그 규칙에 따를 수 있어야 한다. 과자 포장지도 유치원에서는 다 벗겨주고, 먹을 수 있게 잘라준다. 초등학생이라면 과자봉지는 스스로 벗길 수 있어야 한다. 잘 안 벗겨지면 어떻게 벗겨 먹을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서 먹어야 한다.(사실 포장지 벗기는 게 귀찮아서, 포장지 벗기는 걸 못한다는 걸 보이기 싫어서 아예 안 먹는 아이도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 부모가 의견을 낼지 말지는 심사숙고해 보아야 한다. 정말 아이의 발전을 생각하고, 내 아이만 아니라 다른 아이에게도 좋은 일인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