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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Apr 01. 2024

09 학교 폭력의 싹

유치원에서는 되고 초등학교에서부터는 안 되는 것.

저는 운전을 할 때 모르고 잘못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초보운전 때의 일이지요. 실선으로 되어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좌회전 신호를 받고 그대로 유턴을 했었어요. 왜냐하면 앞의 차들도 계속 그렇게 하는 걸 봤거든요. 땅에 그려진 실선과 점선의 엄청난 차이점을 몰랐던 것이었죠. 경찰차가 반대편 차선에서 오고 있는 걸 뻔히 보고 있는데, 그 앞에서 불법유턴을 한 것이었어요. 


경찰은 싸이렌을 울리면서 확성기로 제 번호판을 부르면서 갓길에 대라고 외쳤답니다. 저는 아주 큰 볼륨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신나게 운전을 했었죠. 경찰차는 제 차를 앞질러 결국 저를 강제로 멈추게 만들었답니다. 


저는 영문도 모르는 채 창문을 내리고 그 경찰관을 쳐다봤습니다. 요가학원에서 바로 운동을 마치고 그대로 돌아가는 터라 민소매에 요가바지 차림이었습니다. 경찰관은 저를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불법유턴을 했다면서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게 과태료로 처분하는 것인줄도 모르고 순순히 면허증을 주었답니다. 


"불법유턴인 줄 몰랐어요? 다 아시는 분이 왜 그러셨어요?"

"네, 사람들이 좌회전 신호에 유턴을 하길래, 유턴해도 되는 줄 알았어요."

저는 당당하게 말했어요. 내 대답에 경찰관은 어이없어 했답니다. 


"그럼, 확성기로 갓길에 대라고 하는 말 못들었어요?"

"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느라 못들었어요. 그리고 그게 저 인건 몰랐어요."

너무 해맑고, 진정성 있게 순수하게 대답하는 내 얼굴을 보며, 경찰관은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교통법규위반 딱지를 초보운전 때 처음 끊어보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왠 딱지 뗀 이야기를 하냐구요? 

유치원에서도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전혀 모르는 데서 생기는 여러 갈등상황이 있기 때문이에요.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저에게 옵니다. 저는 놀이상황을 뻔히 보고 있었죠. 유아들은 자신이 행동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친구들과 잘 놀다가 의견이 맞지 않거나, 친구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 어떻게든 친구의 단점을 이야기해서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는 제스쳐를 합니다. 아니면 자신이 옳았음을 재차 강조해서 상대가 잘못했음을 어필하죠. 귀엽습니다. 둘이 잘 못한 걸 뻔히 보고 있었는데도 유아들은 잘못이 뭔지 잘 모릅니다. 그저 자신이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할 따름이죠.


유치원에서는 특이행동을 하는 유아나 발달지연으로 인해 옆의 친구를 불편하게 만드는 유아들도 더러 있습니다. 장난을 심하게 치는 유아가 그 예로 들 수 있는데요. 특히 '말'로 장난하는 경우가 초등학교에서는 많은 문제가 됩니다. 


유아들은 말의 리듬, 운율이 있거나 특이한 발음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얼레리 꼴레리'라는 말도 말재미가 있는 어휘죠. 저희 어렸을 때는 그냥 놀리는 말을 흘겨 듣거나 재미로 생각했지, 이걸 폭력이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만큼 세대가 달라진 것이죠. 


초등학교에 가면 또 중요한 것이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등의 성에 대한 폭력을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입니다. 요즘 하도 무서운 범죄가 점점 어린 연령에게까지 퍼져서 더욱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유아기에는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흉내냅니다. 우리 유치원에도 말을 험하게 하는 유아가 있었답니다. 그 유아는 자신의 집에서는 스스럼없이 쓰던 말이었으니, 유치원에 와서 친구들이 불편해하는 이유를 알 턱이 없었겠죠. 교육과정 오전반 선생님도 피해유아와 격리하는 방법을 주로 쓰시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는 격리와 함께 조금 다른 방법을 첨가하긴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경우 유치원에서는 각각 케어를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 표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행동 징후에 관련된 것을 초등학교 돌봄자료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징후

위의 사실을 보면 유치원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즉, 초등학생인데 유치원에서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유치원에 다니는 7살과 초등학교 1학년 8살, 겨우 한 살차이인데 저걸 한 번에 확 바뀔 수 있나요? 정답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잘못된 행동인지 인지하고 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고, 의도가 있었냐 없었냐에 따라 다릅니다. 피해학생 예시에 나온 첫 번째사례를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유아들은 늘 술래를 하는 유아가 있어도, 심부름을 하는 유아가 있어도 괜찮습니다. 유아들의 의도는 복잡하지 않거든요. 누군가를 따돌리려고, 비난하려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있다해도 사회인지력이 많이 발달한 여자아이들 무리에서 나타나죠. 가해학생 예시의 첫 번째 사례는 아주 그냥 일상입니다. 소리를 잘 제어하지 못하는 유아도 있고요. 교실에서 조용히 놀이해야 한다는 것을 잊는 유아도 있죠. 약하게(?) 보이는 친구에게 장난을 걸 뿐 아니라, 자기가 장난을 치고 싶으면 교사에게도 스스럼없이 칩니다. 아무 생각이 없죠. 한 마디로 개념이 없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걸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겠죠. 그래서 유아들에게 생활에서, 놀이에서 교육이 들어가는 겁니다. 교실에서 시끄럽게 하면 안 되는 장소이고, 마음이 약한 친구에게는 심한 장난을 하면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죠. 마치 제가 초보운전시절에 멋도 모르고 불법유턴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운 것처럼요(물론 과태료라는 금융처벌로 배운 것이지만요.) 


유아기에는 놀잇감을 가지고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건 지극히 정상입니다. 문제는 관계를 이용한 공격성과 공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생각하고 행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소위 따돌림으로 발전할 수 있기 떄문에 아주 주의가 필요하죠. 물론 유아들은 잘 모릅니다. 단지 자신이 했던 관계적 공격성이 우연히 먹혀들어갔을 때, 잘못된 교우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우관계와 급식, 선생님과의 궁합 이 세가지는 초중고등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큰 이슈입니다. 유치원 때까지는 부모와 교사가 긴밀하게 소통하기 때문에 유아들이 뭘 어쩌고 해도 잘 무마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순간, 조금씩 아이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도 약간은 무거워집니다. 이것은 아이가 계속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마다 점점 커지겠지요. 그것이 당연하기도 하고요.


학교폭력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는 것이죠. 우연히 자랄수도 있고요. 부모가 키울 수도 있고요. 교사와 학교가 그럴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그런 학교폭력의 싹은 계속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부모님들의 협조가 매우매우 중요하겠죠. 부모님들도 언행을 신경쓰시고, 교사에게 조언을 듣고 적극적으로 슬기로운 언어생활을 자녀에게 지원해줘야 할 것입니다. 교사들도 계속적으로 관찰하고 피드백을 해야 하겠지만요.


제가 아이를 키워봐도, 가르쳐봐도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유아기에는 부모님들의 거울과 같다는 사실입니다. 


잊지 마세요. 내 옆에 거울이 항상 날 보고 있다는 것을요.








1학년 재이 이야기. 학폭 연루됨. 몇 년 전이야기.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피해자였던 아이가 잘못 알고 이야기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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