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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명 Feb 26. 2016

무이네 #3. 모래알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해

바람에 섞여 날아오는 모래알이 얼마나 따가운지 온몸으로 실감했던 화이트샌듄과 래드샌듄. 각각 삼십 분 정도 돌아봤을 뿐인데, 옷을 톡톡 치기만 해도 모래가 툭툭 떨어졌다. 신발 속도 모래로 가득 찼다. 


모래알은 일종의 기록물이 될 수 있었다.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물. 하루 입고 하루 손빨래하는 배낭여행자에게 굉장히 귀찮은 물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 모래알을 다 털어버리고 물에 씻어 내려 보내기만 한 것 일까 하는 후회가 든다.


온몸에 묻었던 모래를 종이에 쓸어 담아 접어서 보관해놓을걸. 돌이켜 보면 그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게 느껴진다. 


모래같이 성가신 귀찮음은 언제나 삶의 흐름에 섞여 들어온다. 그렇게 자잘한 귀찮음은 지나고 나면 간혹 아쉬움이 되기도 한다. '그 일을, 그 사람을 그렇게만 대하는 건 아니었는데'. 


내일은 좀 다를까. 그 다음날은,  그다음 주와 앞으로의 날들은 다를까. 삶의 모든 것이 소중한데 난 귀찮다는 핑계로 소중한 것들을 쉽게 털어버리려고만 하는 것은 아닐까. 


내일은 과연 다를까.


muine, vietna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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