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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명 Mar 06. 2016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위해서'와 어울리지 않는 말


돈이 된다면


한 10~15년 전만 해도 TV 나오는 연예인들은 딴따라로 비하되곤 했었다. 요즘은 그 딴따라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남녀노소 고르게 좋아한다. 심지어 그런 프로그램에 자녀를 내보내기 위해 고액 학원까지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인식의 변화는 언제나 반가운 일이지만, 인식의 변화가 '허락'된 원인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 원인은 '돈'이다.


뭐, 돈이 나쁘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다. 돈을 벌기 위해서 사는 것은 나쁘지 않다. 밥벌이는 언제나 신성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인식 방법이 ‘천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하고 싶어서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던 사람들을 '딴따라'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돈이 꽤 되니까 관심을 보이다니.


연예인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다. 책을 많이 사는 사람에 대한 인식, 음반을 계속 모으는 사람에 대한 인식, 공연을 자주 가는 사람에 대한 인식,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에 대한 인식,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에 대한 인식 등 그저 순수하게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몰두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인식들이 많은 경우 그렇다. 돈이 안되면 헛짓거리, 돈이 되면 관심거리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주는 척


그래도 난 이런 정도면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돈에 대한 관심을 끊느니 개가 똥을 끊지. 정말 끔찍한 사람들은 자기기만을 하는 이들이다. 말로는 정말 순수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척,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주는 척 '그냥 뭐 부담 없이 해보자', ‘원하는 것을 하자’라면서 마음속에는 성공에 대한 욕망을 키워내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우리 다 그렇게 살자’고 선동하는 사람. 그렇게 참여한 다른 사람의 순수함과 성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열매를 자신의 것으로 취하는 사람. 하지만 결국 위험할 땐 자기 혼자 쏙 빠질 준비를 언제나 하는 사람.


난 2014년 1월에 퇴사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하고 싶은 거 하세요’라는 말을 자주 하고 다녔다. 내가 이야기하는 '하고 싶은 거 하세요'는 목적지향적인 의미가 아니다. 말 그대로 그냥 '안 돼도 그만, 다른 거 하면 되지'의 의미다.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되, 목적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순수하게 하고 싶은 것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로 살지 않는 사람은 언젠가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욕망이 꺾일 것 같은 예감이 들면 다른 사람 상황 생각하지 않고 자기 것을 주장하게 된다.


솔직해도 된다


목적지향적인 사람은 스스로 솔직하게 목적지향적이라고 밝히면 된다. 반면, 나 따위의 사람들은 그냥 이렇게 살면 된다. 굳이 맞지 않는 사람들끼리 같이 무언가를 위해 움직일 필요 없다. 이런 종류의 뜻, 좀 더 정확하게는 '성향'이 같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다. 우리가 쉽게 욕하는 정치 집단을 봐도 알 수 있다. 회사의 구성원을 봐도 알 수 있다. 학교를 같이 다니는 사람들을 봐도 알 수 있다. 그 밖에 주변에서 만나는 작은 조직들이 그렇고, 심지어 가족도 그렇다.


그런데, 가끔은 자기기만의 표본이 나 자신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인가. 꼭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 강요하진 않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있어서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항상 스스로 의심한다. ‘하고 싶은 거 하세요’라는 말은 결코 멋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여러 삶의 방식 중 하나이며, 때로는 배고파서 괴로워지는 와중에도 그 한 마디밖에 위안 삼을 것이 없는 말이다.


'위해서'와 어울리지 않는 말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살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러나 최소한 자신이 목적지향적이면서 ‘하고 싶은 대로 했더니 성공했다’라는 말 따위 하며 자기기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은 흔히 말하는 성공(사실 이 단어의 정확한 뜻이 뭔지도 모르겠다)과 거리가 먼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자기기만은 다른 많은 사람을 혼돈과 좌절에 빠트릴 위험이 있다. 하고 싶은 거 하는 것은 성공과 관계가 없다. 돈 많이 버는 것을 하고 싶으면 돈을 얻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하라. 명예를 얻는 것이 하고 싶으면 명예를 얻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하라. 무엇이든 목적이 정해진 것이라면 그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하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위해서’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거 해서 뭐할건데?" 에 대한 답도, 답할 필요도 없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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