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에서 태국 방콕으로 넘어왔다. 공항에는 수많은 입국자가 줄을 서서 입국 절차를 밟고 있었다. 나도 그 속에 섞여 2시간을 보냈다. 공항을 나와 택시를 잡고 시내로 들어왔다. 공항도 그렇지만, 도로나 건물 등이 베트남보다 훨씬 깔끔한 느낌이었다. 베트남에서 미리 알아본 숙소로 들어가서 짐을 풀고 숙소에 먼저 있던 사람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배가 슬슬 고파오는데, 날은 어둡고 방향 감각도 없어서 그들과 같이 식사하러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생필품 같은 것이 아예 없었기에 근처 마트 같은 곳이 어디에 있는지, 이 동네는 어떤지 등. 한 분이 씨크한 듯하면서 친절하게 알려주다가 나를 데리고 동네 구경을 시켜주셨다. 여행자들의 만남에서 나누는 대화들이 보통 그렇듯,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를 걸었다. 숙소가 있는 곳은 카오산로드 부근에 있는 쌈센이라는 지역이었고, 그분은 근처의 마트와 편의점(방콕엔 세븐일레븐이 무척 많다)에 대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셨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물건들을 정리한 후 거리를 소개해준 분과 숙소에 있던 여자분 한 분이랑 셋이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골목골목을 지나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노점상. 한글로 인쇄된 '소고기 국밥집'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예상외로 꽤 맛있었다. 갈비탕 비슷한 느낌이었다. 베트남 음식은 쌀국수를 제외하면 입에 좀 맞지 않았는데 태국 음식은 입에 잘 맞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래저래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후 저녁을 배불리 먹고 나니 이제 좀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태국에서의 첫 밤. 그냥 자기 아쉬워 혼자 카오산로드와 람부뜨리를 걸었다. 이곳의 수많은 여행자는 어떤 여행을 하고 있을까, 무슨 음식을 먹을까, 현지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걷다가 노천 펍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늘 보낸 시간 중 가장 여유로운 순간이다. 플라스틱 의자에 등을 기대고 엉덩이는 앞으로 쭉 뺐다. 그렇게 몸을 한껏 늘어뜨리고 앉아 맥주 한 잔 홀짝거리면서 베트남 여행을 쭉 돌이켜보니, 넘어가는 해 같다. 빛나는 것이 있었는데, 그리고 그 잔상으로 아름다운 기분이 남았는데, 빛나던 것은 금세 사라져버린 느낌. 시간 가는 것이 참. 길거나 짧거나 지나고 나면 다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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