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에 떨어졌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통보를 받으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번 공모는 경력단절도 감안해 준다 했지만,
지난 3년간의 내 작업은 솔직히 부끄러울 만큼 비루했다.
그림을 그리긴 했지만 자주 멈췄었다.
그러다 보니 작업의 스토리도 이어지지 않고 깊이도 없고, 손도 굳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쓴 지원서였다.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막상 기대를 했던 것이다.
속상했다. 집안일도 하기 싫었지만 그런 상념에 젖어있을 여유가 없다.
이럴 땐 차라리 다행이다 싶다.
애들 저녁 챙기고, 목욕시키고, 잘 준비를 하고 누우니 밤 9시였다.
보통의 날이라면 누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할 테지만
오늘은 뭐라고 하고 싶었다. 일기라도 써야 했다.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1년 뒤 내가 또 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있을 것 같은 불안함 때문이었을까?
적어도 오늘 이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3일 뒤면 이런 생각이 또 희미해질지 모른다.
그동안 그랬다.
8년 동안 수없이 마음을 먹고, 또 수없이 미뤘다.
아이 키우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았고, 시간이 없었고 하루하루가 생존에 가까웠다.
그래도 그림이 그리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등대 불빛처럼 이따금씩 스치고 지나갔다.
생각해 보면 그건 단순한 미련이라기보다 ’ 그렇게 해야 한다 ‘ 는 마음속 목소리 같은 것이었다.
그 목소리를 믿고 내 이야기를 계속 그려나가고 싶다. 언젠가는 이 작은 조각들이 모여 결국 나만의 서사가 되어있을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