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며

인정이 주는 묘한 위로

by 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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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오랜만에 밤을 꼬박 새웠다. 사랑하는 브랜드에서 채용 공고를 낸 날이었다. 하필 저녁밥을 먹기 전에 공고를 봐버려서, 밥을 제대로 삼키질 못했다.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서 과제를 하고 포트폴리오를 내야겠다- 하는 생각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 서둘러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검던 하늘이 하얗게 변할 때까지 앉아있었다. 어깨는 저려오고 눈이 뽑힐 듯 아팠지만 이상하게 정신만은 멀쩡했다. 이만하면 됐다 하며 잠자리에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설레어서 그랬다. 합격 통보를 받고 행복하게 일할 내 미래를 그리니 설레어서.


채용공고가 올라간 다음날 아침 지원서를 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메일창을 새로고침 했다. 일어나서도, 밥을 먹다가도, 운동을 하다가도 끊임없이 메일창을 들여다보았다. 애석하게도 기대하던 메일은 오지 않았다. 주말을 넘겨서 답을 주겠지 생각했다. 이틀 정도는 다른 지원자들도 받아봐야겠지 생각했다. 3일 정도는 기다려봐야지 했다. 그렇게 영업일 기준 나흘째, 내 메일함은 고요하다. 기대하던 합격 메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구독했던 뉴스레터만 꼬박꼬박 내 메일함을 채워줄 뿐이었다.


지금은 내가 탈락했단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지난 지원 당시에는 모집이 마감되었다는 공고를 보고 펑펑 울었다.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사람은 나였다.

'왜 날 몰라줄까, 나 정말 잘할 수 있는데. 정말 억울하다. 날 놓치다니 후회할 거야. 이것만 좀 더 잘해볼걸. 내 아이디어가 별로였나? 포트폴리오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나? 나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었지만, 빠지라고 등을 떠미는 사람 또한 나였다.


그때와 지금,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의 범위를 잘 알기 때문이다.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하는 것. 포트폴리오를 꽉꽉 채워서 날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그들을 위한 편지를 써서 함께 남기는 것까지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것들은 내 손아귀 밖에 있다. 나는 아무 손도 쓸 수가 없다. 통제할 수 없다.


어쩌면 나보다 더 성실하고 탁월하게 과제를 수행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무리 열심히 한 과제일지라도 그들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을 수가 있다. 나라는 사람이 그들의 기준에 미달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내 탓이 아니다.


트위터 속 글에 묘한 위로를 받았다. 진부하게만 느껴졌던 제목의 책을, 꼭 읽어보아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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