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직업으로 삼은 남자
브런치와의 인연은 여기에 글을 쓰는 대부분 사람들과 같은 이유였다.
단지 내 책을 내고 싶다는 것.
서점에 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이렇게 수많은 책들 중에 내 책 한 권이 없다니.
3년 넘게 원고에 공들였으나 거절당한 출판사도 70여 군데쯤 되었고, 궁여지책으로 그래픽 학원에 등록해서 인디자인도 배우고 결국엔 크라우드 펀딩까지 해서 겨우 책 한 권을 낼 수 있었다.
벌써 5년 전의 일이 되었지만, 어느덧 나는 개정판과 중국어판을 포함해 네 권의 책을 낸 '초콜릿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운 좋게도 초콜릿 사업을 막 시작하려는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어 초콜릿 사업 계획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내 인생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초콜릿에 쏟아부었고, 결국 난 초콜릿으로 내 자리를 하나 만들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스펙이 아닌, 스토리로 나라는 사람을 만들게 된 것이다.
한 때 꿈이었던 '책 내는 일'을 이루고 나니, 그 뒤에는 왠지 모를 공허함 같은 것이 있었다.
꿈은 또 다른 꿈을 위한 디딤돌 같은 것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 결국엔 또 무언가 써야 하는구나.
다만 초콜릿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딱딱한 글이 아닌, 초콜릿을 처음 접했을 때 가졌던 온갖 감성 어린 감정으로 초콜릿을 다시 마주하고 싶었다.
그리고 초콜릿 때문에 만났던 인연들 사이에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끄집어내 보고 싶었다.
어딘가 나 자신을 표현할 공간 하나쯤은 있어야 하루하루가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
글이라는 것이 나 자신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다는 생각.
그리고 누군가 하나쯤은 봐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
그래서 문득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초콜릿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