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아비투스의 개념과 기원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는 인간의 행동을 단순히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무심코 취하는 말투, 식습관, 취향, 소비 방식이 사실은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심어 놓은 구조적 틀이라고 보았다. 이 무의식적 지침을 그는 아비투스(Habitus)라 불렀다.
아비투스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사회적 위치와 경험이 신체에 각인된 성향의 체계로서, 과거의 조건이 현재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제한한다. 이는 개인의 취향을 자연스러운 기호가 아니라 계급적 조건의 체화로 이해하게 만드는 개념이며, 동시에 우리의 실천을 통해 사회 구조를 재생산하게 만든다. 그러나 단순한 습관과 달리, 그것은 개인이 속한 계층과 사회적 맥락에 의해 규정되고, 다시 개인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재생산된다. 예컨대, 어느 사회 집단이 와인을 ‘향과 산미, 테루아를 구분하는 언어’로 즐긴다면, 그 집단에 속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러한 언어와 태도를 체득하게 된다. 반대로 와인을 단순히 ‘취하게 하는 음료’ 정도로만 경험한 집단에서는 같은 와인을 마셔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
또 다른 예로 일본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스시를 ‘장인의 철학과 손맛이 담긴 미학적 경험’으로 이해하지만, 일반 서민들은 단순히 밥 위에 날생선을 얹은 한 끼 음식으로만 소비한다. 같은 대상을 두고도 아비투스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즉, 아비투스란 개인의 취향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문화적 틀이며,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소비하며, 무엇을 가치 있다고 느끼는가를 결정하는 힘이다.
아비투스 개념은 사실 그 뿌리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322)의 헥시스(hexis, 습관적 성향) 개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인간은 반복된 경험과 습관을 통해 특정한 성향을 내면화하고, 그 성향이 다시 다음 행동을 이끄는 구조를 지닌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헥시스가 개인의 성향과 덕목을 다루는 철학적 개념이라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는 그것을 사회적·계급적 맥락 속에서 작동하는 구조로 확장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부르디외는 이러한 철학적 전통을 현대 사회학으로 발전시켜, 개인의 취향과 선택이 단순한 자유 의지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길러지고 재생산된 것임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아비투스는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것’의 문제를 넘어, ‘내가 왜 그것을 좋아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