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똣한 사람들

아침 풍경이 준 깨달음

by 르코

비비적 눈을 뜨자마자 샐러드 한통 손에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햇살이 이럴진대 어찌 실내에서 식사를 할까. 요즘 같아선 맑은 날이 이토록 귀하다. 늦잠, 따뜻한 햇살, 맑은 공기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사랑스러운 아침 맞이에 어느 때보다 신나게 풀떼기를 먹기 시작했다. 내 옆으로는 숙소 주인 부부-날씨보다 더 사랑스러운-가 옥신각신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어찌나 소곤대며 이야기를 나누는지 내용을 알긴 힘들었지만 무언가 문제가 생긴 듯 보였다.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다툼 따위는 없을 것만 같은 이들인데 왠지 모를 심각함이 묻어나 나는 잠자코 식사에 전념하기로 했다.

잠시 후, 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는지 남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배우 송새벽 님을 닮아도 너무 닮은-외모, 말투, 그리고 제스처. 모든 것이 너무나-이 남자의 표정에 그다지 곤란함이 보이지 않아 나는 슬쩍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 있나요?"

"아~ 페인트를 칠해야 하는데 어떤 색을 칠할지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응?... 생각보다 소소한(?) 문제를 10여 분간, 아니 내가 나오기 전부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니... 약간의 김이 샘과 동시에 안도감이 드는 미묘한 상태에서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어디 칠하는 건가요?"

"옆집 할머니께서 좀 칠해달라고 하셔서요. 조색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허허(송새벽 님처럼), 처음 여기 왔을 때, 할머니가 먹을걸 엄청 많이 주셨거든요. 그래서 가끔 이런저런 거 저희에게 부탁하시면 해드리곤 해요."


'뭐라고? 이건 너무 비효율적이고 서로에게 생산적이지 못한 일이잖아!'라고 속으로 외쳤다.

납득을 위해선 꽤 많은 질문을 날려야 했지만 꾹 참은 채 대화를 종료했다. 평일 아침에 부부가 그렇게나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이유가 옆집 할머니 댁의 외벽에 페인트를, 그것도 무료로(집이 결코 작지 않아서 이틀은 꼬박 걸릴 듯 보였다.) 칠해주기 위함이었다니. 내 마음속 편견 덩어리가 내려앉았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그들과 나는 왜 이토록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남자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든 질문은 '무료로?'였다. 답을 짐작케 하는 말을 주었기에 재차 질문하진 않았지만 그 순간 나는 분명 매우 의아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내가 질문할 대상은 그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IMG_5364.jpg 옆집 벽에 색을 보기위해 칠해 둔 모습이 더 없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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