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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Jun 07. 2016

추억과 기억, 그리고 너에게

그때의 나는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보는 사물들은 대수롭지 않게 무심코 지나치게 된다. 아마 하루내내 보았던 사물의 대부분은 잊어버리거나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지나치며 살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이 어디에 있었는지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지 혹은 있지도 않았었는지 말이다. 그런데 또 그렇게 기억하지도 못하고 잊혀지며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아닐까 싶다.


처음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사물을 관찰하는 버릇은 때로는 사물의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자세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지만 떠올려서는 안 될 것 같은 추억과 기억 속으로 연계되어 나를 깊은 고통의 상념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도 나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삶이란 건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비슷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 것 같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작은 지름 속 세상을 살고 있는 나에게 관찰 뒤, 어김없이 따라오는 상념들은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애써 다잡으며 살고 있는 삶의 균형을 무참히 흐트러뜨린다.


이성적 사고로 차단하고 싶은 상념들은 어김없이 빠져들어 한참을 허우적거리다 지칠 대로 지치고 난 뒤에 드는 생각일 뿐이다. 아직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고 깨달음은 더더욱이 얻은 적이 없어서 드는 생각이겠지만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인생이란 곧 관계의 연속이며 그 안에 살면서 겪는 모든 어려움에 대한 답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기쁨과 보람과 희망을 느끼고 그것들에 의해서만 상처받고 슬퍼하며 눈물겨울 수 있고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고 어떤 식으로 설정해야 하며 어떤 식으로 끝맺을 것인가는 앞으로 살아온 만큼 더 살아봐도 알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이런 생각들의 근거는 비슷한 인생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나도 비슷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에서부터 시작되니까 좌절하지는 않는다. 다만 남들보다 먼저 알아가는 것 자체가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아니며 늦어진다고 해서 그 어느 누구 하나 나를 손 내밀어 끌어당겨주지도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 생기는 현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 혹은 추억으로 단정 짓고 그것들에 의해 나는 현재 미소 짓는 일보다는 한 없이 커다란 슬픔 속에 빠지게 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이다. 난 아직 모르겠다. 떠오르면 떠올리면 된다지만 그것을 상대방은 원하지 않을 때도 그냥 떠올리면 되는 것인지. 원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착각이 되고 마는 것을..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상은 시간의 연속이며 연속되어지는 흐름 속에 나는 존재한다.


그 끝없고 길게만 느껴졌었던 어두운 터널 속을 나는 한 번 빠져나왔다. 또다시 연속되어질 수도 있지만 같은 어두움이라고 해서 그때 나와는 같을 리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혼자라는 생각은 삶의 희로애락을 느끼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라고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역시 세상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삶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동안의 시간들은 추억도 아니고 기억도 아니다. 나에겐 단지 지금일 뿐이다. 그 이유는 아직도 이 모든 것이 현재 계속되어지고 있기 때문에...


괴로움은 즐거움을 가득 숨기고 있다고 믿는다. 인생은 괴로움의 연속이기도 하지만 괴로움과 기쁨의 반복이기도 하니까. 내가 원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정말 작다. 모르고 지나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아무리 큰 슬픔도 때로는 정말 작은 기쁨으로 치유되기도 한다는 것만은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너를 기억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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