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y R Nov 19. 2016

광화문에서 사람 찾기

사라진 나의 일부를 찾아서...

요즘 내 상태는 아주 무기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끄적거리던 글도 한 줄 써 내려가기가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할 말이 없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냥 써지지가 않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마음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표현하는 것이 마냥 자연스러운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요즘의 나를 보면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분명 그냥 되는 것은 아니고 머릿속에 어떤 장치가 있어서 그게 작동해야지만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그렇다면 내 머릿속의 장치는 아마 고장 난 것이 아닐까?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 전혀 나오지를 않으니 답답하다.


지금 이렇게 쓰고 있잖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건 머릿속의 생각과 마음을 꺼내서 쓰는 것이 아니고 내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 내 상태 따위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무기력한 나로서는 지금 이 상황과 나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지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내가 사는 나라의 어처구니없는 모습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 무기력함을 느끼고 명확하지 않은 알 수 없는 분노가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거리로 나가서 무슨 말이라고 외치고 싶은데 막상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니 뚜렷하게 떠오르지도 않는다. 


하야하라! 사퇴하라! 진실을 밝혀라! 매주 거리에서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온다. 거리에 나와있는 시민들과 함께 분노해야 마땅한 현실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개인의 현실 속 삶은 나를 그렇게 하도록 편하게 놔두지 않는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하는 변명들은 모두 핑계라는 것을, 그냥 나는 용기가 없는 놈 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하고 바라는 세상은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의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으니 평범함만큼 비범하고 지나친 기대가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영웅이 아니다. 세상을 바꿀 힘도, 의지도 내게는 없다. 이런 나를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거리로 나가서 외치는 일들이 주제 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주말,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 광화문에 갔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나도 모르게 섞여서 사람들과 함께 외치고 노래 부르고 함께 행진했다. 누구 하나 짜증내지 않았고 자발적으로 질서를 지켰다. 계속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고된 일을 마치고 난 터라 밤이 되자 피곤이 몰려왔다. 또다시 수많은 사람들을 등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거리에 나가 사람들과 함께 외치기도 하고 했으니 홀가분한 기분이 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속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부채감이 커진 상태로 돌아왔다. 미안함이 들었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길래 안락함을 내던지고 거리에서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그냥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인데 저렇게 스스로를 거리낌 없이 내던지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오늘 나는 다시 광화문으로 나간다. 그 이유에 대한 답을 얻지 위해서 그리고 나의 무기력함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희망 그리고 절망의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