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혁

by 글싸라기

6 화 찬혁.

새벽 4시.

휴대폰 알람 소리가 고요한 침실에 울려 퍼졌다. 찬혁은 반사적으로 눈이 떠졌고, 재빠른 몸짓으로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옆에서 자고 있는 은미를 슬며시 쳐다보며, 인기척에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미끄러지듯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계절은 이제 막 봄이 시작 됐지만 새벽 기온은 아직 쌀쌀했다. 찬혁은 몸을 부르르 떨며 화장실로 가서 서둘러 세수를 하며 씁쓸한 마음을 가라앉혀 보려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세수를 마치고 나온 찬혁은 가방에 초코파이 두 개와 두유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혹시라도 은미가 잠에서 깰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도둑고양이처럼 최대한 살금살금 움직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이 슬며시 열리더니 은미가 한쪽 눈만 뜬 채 반대편 눈을 부비며 거실로 나왔다. 은미는 잠에서 깰 때 한쪽 눈만 뜨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모습이 찬혁에게는 은미의 귀여운 매력 중에 하나였다. 은미가 한쪽 눈을 부비며 찬혁에게로 다가가자, 찬혁이 은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에구구, 졸려요? 공주님. 조심한다고 했는데 깨웠네. 미안해. 다시 자.”

“우 씨, 놀리기야? 두유 챙겨가.”

은미가 피곤해 보이는 찬혁의 표정을 살폈다.

“그래 챙겼어 어서 들어가서 자.”

“피곤하지?.”

“괜찮아. 일찍 일어나는 게 이젠 익숙해.”

“아침도 못 먹고 매일 새벽에..”

“이 시간에 출발해야 그나마 주차도 할 수 있고 마음이 편해.”

“그러게..”

“봉봉아, 갔다 올게. 저녁에 봐.”

“응, 운전 조심해.”

“그래 알았어.”

찬혁은 은미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집을 나섰다. 어두운 골목 안으로 접어들서자 매서운 새벽바람이 불어왔다. 찬혁은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찬바람을 느끼며, 마치 아직은 따뜻한 봄바람을 느낄 수 없는 자신의 운명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지난날을 생각하며 웃는 봄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찬혁은 옷깃을 최대한 세우고 가방을 둘러맨 후 걸음을 재촉했다. 골목에 주차된 차 앞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은미가 자고있는 2층을 쳐다보자 알 수 없는 쓸쓸함과 서글픔이 몰려왔다.

‘요즘 왜 이럴까?’

찬혁은 아직은 어두운 새벽 골목의 풍경과 집을 번갈아가며 둘러봤다. 언젠가부터 알 수 없는 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발길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찬혁이 내뿜은 담배연기가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을 향해서 팔을 벌리듯 올라가 쓸쓸한 가로등을 부둥켜안었다. 차에 올라탄 찬혁은 내비게이션에 입력된 회사를 지정하고 깊은 한숨을 뱉어낸뒤 인천으로 출발했다. 해가 뜨기 전 도로와 거리는 한산했고 아침 일찍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 성경 책을 가슴에 품은 채 걸어가는 사람, 해장국집에 혼자 앉아서 이른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 등등 모두가 늘 보는 평범한 거리의 모습이었지만, 볼 때마다 강물에 가라앉은 돌멩이처럼 가슴속 깊은 어느 한쪽이 묵직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고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가로등과 주변 풍경이 오색 물감을 바르고 접었다 펼친 데칼코마니처럼 서서히 늘어지며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여전히 세상을 밝혀줄 해는 아직 뜨기 전이었고 사랑하는 은미가 곤히 잠자고 있는 부천은 점점 멀어져 갔다. 차가 인천 남동공단에 접어들자 차창 밖으로 삭막한 공장의 모습이 뿌연 안갯속에서 음산한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었다. 출근시간이 한참 남았기에 주차할 자리는 여유가 있었다. 찬혁은 출근시간대에 교통체증과 주차난 문제 때문에 이렇게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주변을 관찰한 후 원하는 자리에 주차를 한 찬혁은 시동을 끄고 운전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누웠다. 그러고는 무릎담요를 허리까지 덮고 점퍼에 달린 지퍼를 목 끝까지 올렸다. 멀리 보이는 공장 건물들과 그 위에 펼쳐진 하늘 끝에는 드디어 서서히 붉은빛이 검정색 새벽 커튼을 감청색으로 바꿔놓고 있었다. 드디어 해가 뜨기 시작한 것이었다. 앞으로 대략 한 시간 반가량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여전히 허전하고 쓰라린 마음을 움켜쥐고 눈을 감았다. 찬혁과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의 차량이 하나 둘 골목으로 들어왔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찬혁에게 인사를 하듯이 전조등을 꾸벅 거렸다.

‘이 나이에, 이 나이 먹도록..’

찬혁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자 뜨거운 불덩이가 목으로 올라오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게다가 양쪽 눈두덩도 날카로운 바늘에 찔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미안해, 은미야.”

스스로를 자책하는 혼잣말에 눈물은 흐느낌으로 변했고, 혹시라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들킬까 창가 쪽으로 돌아누웠다. 울음을 목젖으로 간신히 꾸역꾸역 넘겼다. 얼마 동안 그렇게 웅크린 채 몸부림을 쳤을까, 찬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쪽잠에 빠져들었다.


[띠리링 띠리링~]

휴대폰 알람 소리가 아닌 전화 벨 소리.

찬혁은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휴대폰을 봤다. 팀장의 전화다. 젠장, 오전 8시 40분이었다.

“네, 팀장님.”

“어디냐?”

“거의 도착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알았어.”

비록 욕지거리 없이 전화를 끊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냉담한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서둘러 집에서 챙겨온 초코파이를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 넣고는 두유를 마셨다. 입안은 뻑뻑함 때문에 아무런 맛도 못 느꼈지만, 어쩔 수 없이 목구멍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부리나케 뛰어갔다. 이미 밖에는 눈이 부시도록 환한 아침햇살과 서둘러 출근하는 사람들로 골목은 분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마당에는 사냥감을 기다리는 맹수 같은 팀장이 담배를 피우며 찬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늦잠 잔 거냐?”

“아네, 죄송합니다.”

“일이 힘들어?”

“아닙니다.”

찬혁의 대답과는 달리 팀장은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듯이 찬혁을 나무랐다.

“기계도 몇 대 안되는데 힘들게 뭐 있냐! 최소한 십분 전에는 나와야지.”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서 들어가서 기계 위에 정리 좀 하고 원료 준비 빨리 해 놔라.”

“네.”

공장안에 사출기계들은 웅 웅 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치 어서 밥을 달라고 보채는 거대한 야생동물처럼 느껴졌다. 지각을 했기에 민망하고 정신도 없었지만 그 소리 때문에 더욱 정신이 없었다. 찬혁은 쫓기듯 서둘러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기계 위의 어질러진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늦잠 잤어요?”

민수가 다가와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를 내밀었다.

“아니 일찍 왔는데, 잠깐 눈 좀 붙인다는 게... 휴.”

민수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툭 쳤다.

“또, 팀장님한테 한소리 들으셨겠네.”

“응.”

“지금 사장님이 호출해서 사무실로 올라갔어요. 우리 담배나 한 대해요.”

“그래.”

두 사람은 공장 뒤 구석에 있는 분쇄실로 갔다.

서로 담뱃불을 붙여주고 잠시 숨을 돌렸다. 담배를 한 모금 할 때쯤 민수가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형 굿 뉴스가 있어요.”

“무슨?”

“조만간 형 부사수가 올 것 같아요.”

“진짜? 언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제 아버지가 사람을 더 구해야겠다고 하시면서 팀장님이랑 상의해 본다던데, 그래서 지금 팀장님이 사무실로 가신 듯해요.”

“아...”

찬혁은 희소식이라고 생각하기엔 걱정이 앞섰다. 부사수라면 자신이 이것저것 가르치고 알려줘야 하는데, 아직도 사출기계를 혼자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아직은 좀...”

눈치를 챈 민수가 찬혁의 말을 가로막았다.

“알아요. 하지만 지금 물량이 늘어나서 기계도 더 들어올거고, 지금 직원들로는 앞으로 물량을 쳐내기 힘들거든요. 미리 뽑아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일거리를 다른데 뺏길 수 있어요.”

찬혁은 민수의 말도 일리는 있었기에 더 이상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형, 너무 걱정 말아요. 막히는 것 있으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두 사람이 분쇄실에서 나오자 팀장이 사무실에서 나오며 찬혁과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민수에게 손짓을 했다. 찬혁은 일하는 중간에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봤다. 민수를 설득하는 모습의 팀장과 당황해하며 무언가 어필하는 민수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자, 자신에게 결코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찬혁은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결국 원료를 바닥에 쏟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당황한 찬혁은 팀장이 보기전에 서둘러 바닥에 쏟아진 원료를 쓸어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찬혁앞으로 다가온 작업화가 눈에 들어왔다.

“사고 치셨군.”

팀장인 줄 알고 깜짝 놀란 찬혁이 민수라는 것을 확인하고 무안한 얼굴로 바라봤다.

“미안해, 손이 미끄러워서.”

“어서 치워요. 팀장이 보면 또 난리 나요.”

“그래 알았어.”

찬혁은 다시 빠른 손놀림으로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수는 자리를 뜨지를 않았다. 그 순간 찬혁은 민수가 자신에게 무엇인가 할 말이 있음을 눈치챘다. 찬혁이 정리를 마치자 민수가 찬혁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형. 아...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왜? 무슨 일인데?”

“저기.. 하여튼 이런 일은 꼭 나한테 맡긴다니까.”

“괜찮아, 무슨 일이야?”

“형.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요.”

“그래.”

민수는 찬혁의 눈을 피한 채 바닥을 바라보다가 헛기침을 한번 내뱉은 후 결심이 선 듯 말을 꺼냈다.

“일단, 내일 한 사람이 면접을 보러 올 거예요.”

“그래? 그게 뭐 힘든 말이라고 그렇게 뜸을 들여?”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무슨..”

찬혁은 모른 체했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안 좋은 상황이 전개 되리라는 것쯤은 불쾌한 공기흐름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도 맡아온 익숙하고도 쾌쾌한 공장 냄새였지만 그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빌어먹을 매캐하고 비릿한 원료 타는 냄새.

“오는 사람이.. 팀장이 아는 사람이고요. 그리고 경력자예요.”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비록 어느 정도 생각은 했지만, 팀장의 지인이라니 그것도 경력자라면 더더욱 설자리가 좁아지는 건 불 보듯 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온몸에 기운이 빠져버렸다.

“그 사람 직급은?”

“아직 정확한 건 모르지만 부 팀장 일 듯싶어요.”

“그렇구나. 그건 사장님 의견이야?”

“아니에요. 사장님은 형님을 주임으로 올리고 신입사원을 구하자는 의견이었는데, 팀장님이 당장 기계 볼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요구하셔서..”

누구를 탓하겠는가, 자신이 인정을 받을만한 실력이었다면 사장도 민수도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찬혁은 모두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미안해요 형.”

“왜 니가 미안해? 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건데.”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네요.”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찬혁은 괜찮다고 했지만 이미 어두워진 얼굴을 눈치챈 민수가 찬혁의 어깨를 잡았다.

“형 기분도 그런데 오늘 제가 한잔 살게요. 끝나고 술 한잔해요.”

“아니야, 신경 쓰지 마 괜찮아.”

“에이, 그러지 말고 저랑 한잔해요. 우리 한잔 같이 한지도 오래됐고..”

“아니 정말 괜찮아. 그리고 오늘 약속도 있어. 다음에 하자.”

“정말 약속 있는 거예요? 일부러 피하는 거 같은데..”

민수가 계속 보채자 찬혁은 순간 감정이 복받쳤다.

“정말 괜찮다는데 왜 그래?”

찬혁이 갑자기 큰소리를 지르자 민수는 깜짝 놀라며 당황했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아니에요, 알았어요. 다음에 해요.”

무안한 얼굴로 민수가 가고 난 후 찬혁은 공장 벽 위에 달린 창문을 바라보았다. 순간 작은 새 한 마리가 하늘을 가로 지르며 날아갔다. 이제는 눈물도 나지 않았고 오히려 알 수 없는 후련함이 밀려왔다. 찬혁은 남아있는 일거리를 마무리 짓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분쇄실로 들어갔다. 분쇄실에 혼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 찬혁은 팀장에게로 다가갔다. 찬혁의 걸음걸이는 평소보다는 제법 힘이 실린 걸음이었다.

“어디 있었던 거야? 시킨 거 다 끝났으면 알바들 오기 전에 사상 좀 해.”

“팀장님.”

“왜?”

“저 오늘 오후에 반차 좀 쓰겠습니다.”

“반차?”

평소와는 다른 상기된 얼굴을 한 찬혁이었지만 팀장은 그런 표정을 알아채지 못했다.

“야! 너는 눈치가 그렇게도 없냐? 지금 일이 계속 밀리고 있는 거 안 보여? 사람 없어서 죽겠구만.”

평소같으면 이런 핀잔을 듣고 안절부절 해야 했지만 더 이상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몸이 안 좋아서 그렇습니다.”

찬혁의 말끝에는 힘이 있었고 단호하기까지 했다.

“야, 몸 안 아픈 사람이 어딨냐? 아프다고 쉬고, 집안일 있다고 쉬고, 그러면 일은 누가 하냐? 게다가 너 오늘 지각까지 해놓고 그런 말이 나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찬혁은 결국 팀장의 말을 끊었다.

“팀장님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세요?”

높아진 언성과 평소와 다르게 상기된 표정을 이제야 눈치 챈 팀장은 놀란 눈으로 찬혁을 바라보았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눌러왔던 감정을 끄집어내자 찬혁의 마음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찬혁의 기분을 알 리가 없던 팀장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졌다.

“기술을 배운다기에 가르쳐 줬드만 어디서...”

“왜요?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저는 아프지도 못하고, 감정도 없는 기계인 줄 알아요?”

팀장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찬혁을 가만히 쳐다만 보았고, 갑자기 공장에서 큰소리가 나자 민수가 달려왔다.

“형! 왜 그러세요?”

“민수야! 난 사람 아니냐? 몸이 안 좋아서 오후에 반차 좀 쓰겠다고 했더니 아프지도 말라고 하잖아!”

“아, 형님이 참으세요.”

“이게 참을 문제야?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야!”

민수가 찬혁을 데리고 마당으로 나가려 하자 팀장이 결정타를 날렸다.

“그따위 정신 상태로 일하려면 때려치워!”

그 순간 찬혁이 민수의 팔을 뿌리치고 팀장에게 달려갔다. 위협을 느낀 팀장이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그래! 내가 더러워서 때려치운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히 해두지. 내 정신 상태는 멀쩡해. 그러니 당신 정신 상태나 체크해 봐!”

팀장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얼어붙은 채 서있었고, 민수 역시 허탈한 표정으로 마당에서 찬혁을 바라보았다. 사무실에서는 사장이 창문을 통해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형님..”

“이제는 내가 미안할 차례다. 더 이상은 아닌 것 같다.”

사무실에서 사장이 팀장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팀장은 부리나케 사무실로 들어갔다. 찬혁은 담배 한 개비를 민수에게 건네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괜한 소리를 해서 이렇게 됐네요.”

“아니야. 사실 진작 너에게 말하고 결정했어야 했어. 전부 아니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오늘 결정된 일 때문만은 아니야.”

민수가 담배연기를 길게 뱉어냈다.

“이대로 가시는 거예요? 하루 이틀 쉬면서 생각해 보시면 안 되겠어요? 제가 사장님한테 잘 말해놓을...”

찬혁이 민수의 말을 가로막고 손사래를 쳤다.

“아니! 아니야 그러지 마라.”

“찬혁이 형..”

사무실에서 민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찬혁이 민수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동안 고마웠어. 자주 연락할게.”

“알았어요. 일단 들어가세요. 제가 전화드릴게요.”

“그래 잘 있어. 나중에 한잔하자.”

“그래요.”

“간다.”

찬혁이 뒤돌아 걸어가자 민수가 사무실로 뛰어갔다. 찬혁이 마당을 벗어날때 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눈이 부시도록 흩날리던 벚꽃 잎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하얀색과 연분홍빛을 띠며 파스텔톤의 그윽함을 흩뿌리고 있었다. 벚꽃을 바라보던 찬혁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쉬움 가득한 공장 건물을 빠져나왔다.

keyword
이전 05화새로운 시작